"막판에 너무 긴장되더라. 온몸에 땀이 났다. 그래도 역전당하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국 펜싱 역사가 새로 쓰였다. 오상욱(28, 대전시청)이 남자 사브르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대망의 '개인전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오상욱은 28일(이하 한국시간)프랑스 그랑팔레에 위치한 펜싱장에서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서 튀니지의 파레스 페르자니(세계 랭킹 13위) 상대로 15-11로 승리를 거두면서 값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 한국의 첫 금메달이자 개인 커리어 통산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는 값진 금빛 찌르기였다.
이날 승리로 오상욱은 한국 펜싱 역사상 처음으로 남자 사브르 개인전 최초의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전까지 최고 성적은 도쿄에서 김정환(은퇴)이 따냈던 동메달이었다. 남자 펜싱 전체로 봐도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은 2016 리우데자네이 올림픽서 '할 수 있다' 박상영 이후 처음이다.
오상욱 개인으로서도 너무나 값진 금메달이다. 그는 지금까지 세계선수권과 아시아선수권, 아시안게임에서 모두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서봤지만,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은 없었다. 하지만 파리에서 드디어 정상에 오르며 메이저 대회 개인전 우승을 모두 석권하게 됐다.
'에이스' 오상욱은 32강부터 남다른 기량을 뽐냈다. 그는 4강서 세계 랭킹 1위 지아드 엘시시(이집트)를 15-10으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마지막 상대는 페르자니. 그는 32강서 '대표팀 맏형' 구본길을 15-8로 누르고 올라온 주인공이었다.
오상욱과 페르자니의 경기도 치열했다. 상대적으로 장신인 오상욱이 리치를 앞세워서 찌르기 시작했다. 롱 런지를 통한 견제가 계속 이어졌다. 페르자니도 부지런히 파고 들었다.
오상욱은 접전 상황에서 잠시 쓰러지기도 했지만, 다행히 다시 일어났다. 그리고 내리 점수를 따내면서 8-4로 차이를 벌렸다. 오상욱의 공세는 2라운드 시작 이후에도 계속됐다. 10-4로 달아난 그는 상대의 무리한 공세를 차근차근 막아내고 천천히 점수를 벌었다.
한국 팬들의 응원을 받은 오상욱. 그는 기다리기보단 치고 나가면서 14-5로 압도했다. 다만 막판에 연속 6실점하며 14-11까지 쫓기기도 했다. 한국 응원단은 오상욱을 향해 '집중해'라고 외치며 응원을 보냈다. 이를 들은 오상욱은 상대 공격을 침착하게 막아내고 마지막 1점을 추가하면서 염원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기록을 쓴 오상욱은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너무 기쁘고 쉬고 싶다. 그래도 단체전까지 금메달을 목에 걸고 편히 쉬겠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한국 선수단 첫 금메달을 획득한 오상욱. 그는 "사실 메달을 따기 전까지 몰랐다. 따고 나서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해주더라"라면서 "첫 금메달만큼이나 그랜드 슬램을 했다는 의미도 크다. 이번 메달이 나에게 엄청난 영광을 안겨주는 것 같다"라고 활짝 웃었다.
손에 땀을 쥐는 한판 승부였다. 오상욱은 "상상 이상으로 까다로웠다. 개인적으로 상대 전적도 밀려서 초반에 치고 나가도 불안했다"라면서 "특히 막판에 상대가 쫓아오는데 너무 긴장이 되더라. 온몸에 땀이 났다. 그래도 이 점수 차이를 역전당하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결승전을 되돌아봤다.
아직 더 성장하고 있는 오상욱이다. 그는 "옛날과 달리 지금은 여유가 생겼다. 무리한 공격보다는 기다리는 능력이 생겼다. 슬럼프도 이겨냈다. 결국 내 마음가짐의 문제였다"라면서 "부상을 당하면 안되겠다고 겁내기 보다는 최선을 다해서 노력했다.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훈련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오상욱은 도쿄올림픽 단체전 메달을 합작한 '어펜져스' 멤버들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사실 도쿄 대회 이후 가장 기억나는 순간은 (김)준호형과 (김)정환이형이 은퇴할 때다. 솔직히 형들과 함께 성장했는데 나 혼자 남았다. 그래도 도쿄 올림픽은 나에게 좋은 기억이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아직 끝이 아니다. 오상욱은 이번 대회 단체전도 남겨두고 있다. 개인전 정복을 마친 그는 형, 동생들과 함께 단체전에서도 정상에 오르겠다는 각오다.
오상욱은 "개인전은 어디까지나 나에게 홀로서기를 한 것이라 딱히 감동이 떨어진다. 역시 단체전이 더 재밌다. 형들이랑 동생들과 함께 이겨내고 채워주는 맛이 있어서 더 좋다. 유력한 우승 후보이기에 더 잘하겠다"라며 자신 있게 2관왕을 정조준했다.
이제 오상욱은 오는 31일 열리는 남자 펜싱 사브르 단체전에서 한국의 대회 3연패에 도전한다. 그는 박상원(대전시청),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과 함께 호흡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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