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표현이 적절할지 모르겠는데 쫄아서(위축되서) 한다고 해야 할까요.”
서머 시즌 1라운드 ‘광풍’ 행보를 하던 광동의 기세가 완전히 꺾였다. 광동은 서머 시즌 1라운드를 5승 4패 득실 +3을 기록하며 공동 4위로 정규시즌 반환점을 돌았다. 지난 스프링 시즌 1라운드와 동일한 승수이지만 소위 서부권팀인 KT를 잡았고, 강호 T1과 디플러스 기아(DK)를 상대로 세트 승리를 올리면서 광동의 전반적인 체급이 올라왔음을 경기력으로 입증했다. 매섭게 분위기를 탄 광동의 기세만 따진다면 이제는 동부권 팀이 아닌 서부권 팀으로 보일 정도였다.
그러나 어느새 3연패로 서머시즌 전반기에 벌어놓았던 것들을 다 까먹었다. 1라운드 최종전이었던 한화생명전 패배를 시작으로 고질적으로 상대전적에서 약했던 브리온에게 다시 덜미를 잡혔다. 결국 한화생명과 2라운드까지 패배를 당하면서 3연패로 명확하게 광동의 어두운 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말았다.
25일 한화생명전을 0-2로 패한 뒤 만난 김대호 감독은 “참 많이 아쉬운 결과”라고 말문을 연 뒤 “연패의 이유는 매번 매 패배마다 우리가 상대 팀 보다 못했기 때문이다. 상대가 더 잘했지만, 우리도 이제 더 잘할 수 있는데 아직 그게 도달이 안된다”며 전반적인 경기 내용에 대해 아쉬운 속내를 표현했다.
경기 내용의 복기를 묻자 그는 이내 냉정하게 광동의 어두운 면을 진단했다. 상대 팀과 체급 차이가 있더라도 준비한 전술과 초반 설계 등의 전략을 풀어갈 때 망설이는 면을 꼬집었다. 그는 “힘을 쟁취하려면 힘을 써야 한다. 1세트 원딜과 미드가 킬을 먹어 돈이 다 많아진 구도가 됐다. 그런데 경기에 상관없이 우리의 가장 큰 문제는 강팀과 대결에서 많이 나오는 문제인데 쫄아서(위축되서) 한다는 점”이라며 “경기 내용이 눌려 있다면 우리가 가야 할 길을 피했다는 것이다. 싸움자리를 피하면 경기는 편해지지만 나중에 돌아오는 고통은 크다. 그 순간을 피해도 고통은 나중으로 유예 되는 것 뿐”이라고 씁쓸해했다.
이어 김 감독은 “항상 같이 피드백을 하고, 복기하면서 그런 상황을 미루지 말자고 하지만 쉽게 바로 바로 되는 것 같지는 않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현 상황 속에서 김대호 감독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는 전반적으로 선수들의 뛰어난 피지컬을 언급하면서 전반적인 경험과 심리적인 중압감을 해소한다면 반등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말대로 광동의 현 행보는 아직까지 성공적이다. 6강 싸움까지 밀렸지만, 반등이 여지는 충분하다.
‘커즈’ 문우찬은 “처음 우리가 어떻게 이겼나 싶을 정도로 지금은 처음과 상황에서 변화가 너무 없다고 생각한다. 성장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부족한 점을 개선해 나가고 있지만 더딘 상태다. 우리는 멈춰 있지만, 다른 팀들은 나아가는 것 같이 기분이 들고 있다. 감독님의 말씀을 주의 깊게 생각해서 꼭 이겨내보겠다”고 김 감독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김대호 감독은 “커즈 선수의 이야기대로 우리는 개선이 안되고 멈춰있는 부분을 개선하게 된다면 이길 가능성이 많이 올라가다고 생각한다. 문제를 못 찾아서 헤메고 있는 건 아니고 알고 있는 문제를 계속 풀려고 노력하고 있는 상태다. 다시 한 번 최선을 다해보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광동은 27일 젠지, 내달 2일 DK, 4일 농심전 등 이 세 경기가 서미시즌 최대의 고비라고 할 수 있다. 젠지와 DK를 상대로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되지만, 김 감독은 비단 승수가 아닌 경기 내용적인 측면에서 선수들에게 ‘투지’를 요구하고 있다. 두 경기를 무기력하게 패한다면 농심전에서도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선수들지 주눅들지 않고 최대한 자신들에게 닥친 위기를 극복하는 능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