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데뷔 4달 만에 토트넘 홋스퍼로 직행, 그리고 손흥민(32)의 후계자 임명. '슈퍼루키' 양민혁(18, 강원FC)이 만화 같은 이야기를 현실로 만들기 직전이다.
양민혁이 토트넘으로 향한다. 유럽 축구 이적 시장에 정통한 파브리시오 로마노는 24일(이하 한국시간) 자신의 채널을 통해 "토트넘이 강원FC의 2006년생 윙어 양민혁을 영입하는 거래를 마무리하고 있다. 곧 계약이 완료되며 메디컬 테스트가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토트넘 스카우트들은 한국 공격수 양민혁이 미래를 위한 중요한 잠재력과 엄청난 재능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그는 이제 토트넘과 계약할 예정이며 곧 메디컬 예약을 받는다. 양민혁은 1월까지 강원에 머문다. 서류들은 며칠 내로 준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신력 높은 영국 'BBC'도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매체는 "토트넘이 한국 윙어 양민혁 영입을 마무리하고 있다. 그는 7월 31일 한국의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 베스트 11과 토트넘이 맞붙을 때쯤 이적을 완료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캡틴' 손흥민의 새로운 동료이자 후계자가 되는 양민혁이다. BBC는 "한국 연령별 국가대표인 양민혁은 강원에서 24경기 7골을 넣었다. 지난 3월 K리그 최연소 득점 기록도 세웠다. 그는 이영표와 손흥민의 뒤를 이어 가장 최근에 토트넘으로 합류하는 한국인 선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영국 '풋볼 런던'과 '스카이 스포츠' 등 여러 매체가 양민혁이 토트넘 이적에 근접했다고 전했다. 그는 일단 토트넘과 계약한 뒤 강원으로 재임대돼 2024시즌을 치를 예정이다. 그런 뒤 내년 1월 본격적으로 토트넘에 합류해 다음 행보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양민혁은 그야말로 떡잎부터 달랐다. 엄밀히 말하면 지금도 떡잎이지만, 분명히 달랐다. 그는 지난해 12월 29일 준프로 신분으로 강원에 합류했고, 곧바로 주전 자리를 꿰찼다. 양민혁은 지금도 강릉제일고를 다니고 있는 고3 신분이지만, K리그1을 휩쓸고 있다. 경기를 보면 강원이 그에게 양현준(셀틱)의 등번호 47번을 물려준 이유를 알 수 있다.
양민혁은 프리시즌부터 윤정환 감독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나이에 걸맞지 않은 저돌적인 돌파와 과감한 드리블을 자랑했다. 벌써 리그 24경기에서 7골 3도움을 몰아치며 두 자릿수 공격 포인트를 달성했다. 나이를 떠나 K리그 최정상급 공격 자원이다.
올 시즌 K리그 최고 히트 상품으로 떠오른 괴물 유망주 양민혁. 그 덕분에 강원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물론 윤정환 감독의 뛰어난 지도력과 8골 6도움을 기록 중인 이상헌의 파괴력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양민혁이 없었다면 지난 시즌 가까스로 생존한 강원이 우승 경쟁을 펼치는 그림은 상상하기 어렵다.
강원도 양민혁의 활약을 높이 사 지난달 프로 계약까지 체결했다. 2006년생 양민혁은 K리그 무대를 누빈 지 고작 3개월 만에 프로 신분으로 올라서게 됐다. 준프로 신분은 1년 유지되지만, 강원이 6개월 빨리 선물을 안긴 셈.
양민혁은 이미 모두가 인정하는 '역대급 재능'이다. 시작부터 남달랐다. 그는 제주와 개막전부터 출전하며 강원 역대 최연소 출장 기록(만 17세 10개월 15일)을 세웠고, 데뷔 35초 만에 도움까지 작성했다.
직접 골 맛을 보는 데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양민혁은 2라운드 광주전에선 득점포를 가동하며 역사상 두 번째 준프로 득점자에 이름을 올렸고, 구단 역대 최연소 득점, K리그1 역대 최연소 득점 기록도 갈아치웠다.
양민혁은 이후로도 슈팅과 드리블, 패스, 움직임 등 모든 면에서 18살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플레이를 펼쳤다. 4월부터 6월까지 3회 연속 이달의 영플레이어상을 휩쓸며 K리그1 새 역사를 쓰기도 했다. 측면을 휘젓는 모습을 보면 손흥민의 후계자로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한 양민혁이다.
데뷔 3개월 만에 프리미어리그(PL) 이적설까지 등장했다. 지난달 영국 '팀 토크' 소속 프레이저 플레처 기자가 "양민혁은 잉글랜드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18살인 그는 대한민국 최고 수준 재능 중 한 명"이라고 전하며 처음으로 양민혁의 이름을 언급했다.
단순한 루머가 아니었다. 김병지 강원 대표가 공개적으로 양민혁의 PL 진출 임박을 발표했다. 그는 지난달 강원 구단 라이브 방송을 통해 "양민혁은 강원에서 성장해 더 큰 무대로 갈 수 있는 재능이다. 좋은 구단에서 오퍼가 오면 한국 축구와 본인의 꿈을 위해 달려갔으면 한다"라고 응원했고, "PL 2~3개 빅클럽과 한국 선수 영입을 자주 하는 팀에서 연락이 왔다"라고 밝혔다.
김병지 대표는 양민혁의 행선지에 대해 "PL에서도 상위권으로 분류되는 팀이고 내 생각으로는 전 세계적으로 20개 팀을 뽑으면 그 안에 들어갈 것 같은 구단"이라며 "웨스트햄은 빅클럽이 아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좋아하지만, 맨체스터 시티도 관심은 있었다. 토트넘도 관심이 있다. 스완지 시티도 있다"라고 힌트를 남겼다.
결과적으로 양민혁을 품는 팀은 토트넘이 되는 수순이다. 김병지 대표가 25일 오전 "대한민국에서 이 정도 소스 아는 기자분은 500명도 넘을 것이다. 팩트는 아직도 진행형이고, 90%~95%이다. 구단에서 보내고자 하는 곳이 있겠지만, 전제조건은 민혁이가 원하는 곳이어야 한다. 이적사가는 늘 그랬듯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오피셜, 나도 기다려진다"라며 제동을 걸긴 했지만, 큰 틀에서 변화는 없을 가능성이 크다.
양민혁은 곧바로 토트넘 1군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축구계 소식통은 "양민혁은 1군 계약 체결이 거의 마무리됐다. 따라서 우선 토트넘 1군에 합류할 예정"이라며 "계약이 마무리되면 올 시즌까지 강원에서 뛰고 토트넘에서 뛸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양민혁은 오는 31일 팀 K리그의 일원으로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토트넘과 맞대결을 치를 예정이다. 그는 최종 득표율 20.8%로 '쿠플영플' 투표에서 1위를 기록하며 토트넘전 출전 자격을 얻었다.
며칠 내로 양민혁의 토트넘 이적이 공식 발표된다면 31일 경기가 사실상 입단식이 될 수 있다. 그로서는 자신이 둥지를 틀게 될 구단을 적으로 상대하면서 새로운 동료들과 팬들에게 실력을 보여줄 기회인 셈. 손흥민과 맞대결도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게 됐다.
한편 강김병지 대표는 오는 28일 혹은 29일 중으로 양민혁 이적과 관련해 라이브 방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사실 이 자리에서 양민혁의 행선지가 대대적으로 공개될 전망이었으나 영국 현지에서 먼저 보도가 흘러나오게 됐다. 물론 강원 측의 입장을 자세히 들어볼 수 있다는 점에선 여전히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앞서 김병지 대표는 "양민혁을 성장시켜 좋은 구단으로 이적시킨다면 이슈가 되고, 한국에도 좋은 선수들이 많다는 사실이 알려질 것이다. 다른 유망주들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려 한국 축구도 발전하지 않을까 싶다. 양민혁 이적을 검토하게 된 배경"이라며 양민혁의 해외 진출을 응원했다.
토트넘은 양민혁을 진지하게 손흥민의 후계자로 키울 것으로 기대된다. 당연히 손흥민으로 키워놓은 아시아 마케팅을 지키는 효과도 있겠지만, 진심으로 '선수' 양민혁을 원하지 않았다면 강원에서도 다른 선택을 내렸을 가능성이 크다. 김병지 대표는 "양민혁을 진심으로 원하는 팀으로 보내고 싶다. 마케팅 차원에서 영입하려는 팀은 절대 안 된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대로 양민혁이 토트넘 이적을 확정한다면 한국 축구 최초로 고등학생 신분으로 PL에 진출하는 역사를 쓰게 된다. 지난해 여름엔 김지수가 고등학교 졸업 후 성남FC에서 반 시즌을 보내고 브렌트포드로 이적했지만, 1군에 입성하진 못했다. 양민혁은 김지수보다 반년 빠르게 PL로 이적하며 1군 무대를 노크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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