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장나라의 이혼 복수극으로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는 '굿 파트너'가 3주 동안 결방된다. 방송 4회 만에 전국 시청률 13.7%를 달성하며 새로운 신드롬급 드라마의 탄생을 기대하게 만든 분위기에 방송사가 나서서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거부할 수 없는 결방 사유는 '올림픽 중계'. '2024 파리 올림픽' 생중계를 위해 지상파 3사들이 일제히 방송가 '일시 멈춤'을 결정했다. 잘 나가는 드라마도 예외 없을 정도로 이번 올림픽이 유독 방송가의 절실함을 불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림픽도 못 피한 시청률 부진이 방송가를 한숨 짓게 만들고 있다.
# '굿파트너' 신드롬 코앞인데 결방
SBS 금토드라마 '굿 파트너'(극본 최유나, 연출 김가람)는 이혼이 천직인 스타변호사 차은경(장나라 분)과 이혼은 처음인 신입변호사 한유리(남지현 분)의 차갑고 뜨거운 휴먼 법정 오피스 드라마다. 지난달 12일 첫 방송을 시작하며 장나라와 남지현, 김준한 등 출연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와 이혼 위기의 부부들을 중심으로 눈을 떼기 힘든 긴장감, 특히 주인공 차은경의 이혼을 둘러싼 통쾌한 법정 복수극에 대한 기대감이 호평을 자아냈다.
이에 힘입어 '굿 파트너'는 방송 지난달 20일 방송된 4회에서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 13.7%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앞선 화제작 '커넥션'의 최고 시청률 14.2%에 단숨에 근접한 수치다. TV, OTT 화제성 분석 회사 굿데이터코퍼레이션 측에 따르면 TV와 OTT 통합 차트에서도 '굿 파트너'가 1위를 휩쓸며 인기를 실감하게 만들고 있다. 방송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에서도 '굿 파트너'와 주인공 장나라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는 상황. 이에 새로운 신드롬급 드라마가 탄생할 것으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그런 '굿 파트너'조차 올림픽으로 인한 결방은 피할 수 없었다. 지난달 26일 5회를 끝으로 '2024 파리 올림픽' 중계 기간 중에는 결방한 뒤 오는 8월 16일에 방송을 이어가게 된 것이다. 공교롭게도 '굿 파트너' 5회에서 차은경의 이혼을 둘러싸고 남편 김지상(지승현 분)의 불륜과 유책 배우자 설정에 대한 갈등이 고조된 상황. 이에 '굿 파트너'의 결방을 두고 드라마 팬들이 아쉬움을 쏟아냈다.
# '파리 올림픽' 개막식 시청률 0%
최근 방송가 드라마 가운데 가장 화제작인 '굿 파트너'조차 결방을 피하지 못할 진대, 여타의 방송들도 결방엔 예외가 없다. MBC 인기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약칭 나혼산)'도 오는 8월 2일 결방한다. SBS에서도 대표 예능 '미운 우리 새끼'가 오는 8월 4일 결방하고, '런닝맨'은 오는 8월 4일과 11일까지 2주 연속 결방한다. KBS는 공영방송사인 만큼 1TV와 2TV 모두 집중해 정규 방송 프로그램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그렇다면 올림픽은 지상파 3사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을까. 개막 첫 주까지 이렇다 할 소득은 없는 실정이다. 당장 개막전 시청률부터 저조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상파 3사의 '2024 파리 올림픽' 개막식 시청률은 지상파 3사 총합 기준으로 단 3%에 지나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기간에 치러진 '2020 도쿄 올림픽' 개막식의 지상파 3사 총합이 17.2%였던 것을 감안하면 5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셈이다.
한국과 프랑스의 시차를 고려하더라도 납득하기 힘든 수치다. 한국과 브라질로 더욱 큰 12시간 시차가 있던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막식을 중계한 지상파 3사 시청률 총합이 20% 가까이였기 때문. 심지어 이번 '2024 파리 올림픽' 개막식을 중계한 지상파 3사의 성적을 세부적으로 들여다 보면 KBS 1TV 1.4%, MBC 1%, SBS 0.6%로 나타났다. '0%' 대 성적을 받아는 SBS의 경우 유독 더욱 뼈아픈 실정이다.
# '드라마' 필요한 현실
사실상 이번 올림픽 중계를 두고 지상파 3사는 내부적으로 고전을 예측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인기가 치솟는 야구가 이번 올림픽에서는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지 못한 점이나, 또 다른 인기 종목 축구 대표팀이 예선탈락한 바. 이 밖에도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배구, 농구와 같은 단체 구기 종목들의 남녀 한국 대표팀이 모두 파리에 가지 못했다. 출전 선수단 규모도 21개 종목 206명으로 '1976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48년 만에 최소 규모다.
이로 인해 일찌감치 분위기가 타오르는 앞선 분위기들과 달리 '2024 파리 올림픽'은 유독 국가대항전 분위기 조성이 더뎠다. 가뜩이나 방송광고시장이 줄어드는 가운데, 올림픽이 특수는 커녕 TV 불황의 쐐기를 박는 형국이 돼가는 모양새다. 세계랭킹 1위인 여자 배드민턴 선수 안세영의 첫 경기가 방송사들로부터 모두 외면당하고, 그 시간에 여자 양궁 단체전 4강이 일제히 중계된 이유다.
당장 오는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 동계 올림픽'부터 '2032 브리즈먼 올림픽'까지의 중계권은 지상파 3사 공동협의체인 코리안풀(KP)이 아닌 JTBC가 단독으로 중계권을 계약했다. 8년 동안 4회 올림픽의 중계료가 한화로 약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바. 회당 2500억 원 이상의 중계료를 부담해야 하는 JTBC로서는 그 이상을 타채널이나 플랫폼으로부터 받아내야 한다. '2024 파리 올림픽' 시작부터 이어진 시청률 부진의 위기감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감당할 채널이 남아있을지도 미지수다. 스포츠라는 각본 없는 드라마의 매력이 방송가에 어느 때보다 절실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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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SBS 제공,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