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게 디플러스 기아(DK) 만의 고민은 아니다. 아마 모든 스포츠 지도자로만 가지고 있을 만한 고민일 수 있다. 그야말로 기세 좋게 압도적인 시작을 한 이후 ‘승패패’의 성적표를 받은 ‘제파’ 이재민 감독은 역전패의 책임을 감독인 자신이 오롯히 짊어지려고 했다.
이재민 감독이 이끄는 DK는 지난 20일 서울 종로 롤파크 LCK아레나에서 열린 2024 LCK 서머 2라운드 젠지와 경기를 1-2로 패했다. 시즌 3패(7승 득실 +6)째를 당하면서 3위가 됐다. 2위 한화생명과 1경기 차이.
1세트 20-0, 28분 51초라는 일방적인 완승을 거두면서 시작했지만, 2, 3세트를 내리 내주면서 당한 허탈한 역전 패배였다. 2세트 중반까지 상대를 압도하면서 젠지의 무실 세트 행진 뿐만 아니라 시즌 첫 패배 직전까지 몰아쳤기에 그 아쉬움은 더 컸다. 1세트 완패를 당한 젠지가 ‘루시드’ 최용혁의 캐리력 억제에 나서자 2세트 중반 이후 역전패와 3세트 완패로 이어진 것이 더 뼈아팠다.
이재민 감독은 “끝까지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에게 고맙다. 3세트 밴픽을 어렵게 준 것 같아, 그 부분이 가장 아쉬웠다”고 총평을 전하면서 밴픽의 잘못된 선택으로 자신에게 패전의 책임을 돌렸다.
3세트 DK의 밴픽을 돌아보면 1페이즈 럼블 코르키 트리스타나 금지 이후 칼리스타 비에고 픽에 이어 레나타를 픽했다. 젠지는 바이 리신 이즈리얼을 밴 하면서 니달리 세나 아지르로 정글과 딜러진의 픽을 마친 상황. 2페이즈에서 DK는 크산테 노틸러스를 틀어막고 직스와 갱플랭크로 글로벌 궁극기 조합을 완성했다.
이 점에 대해 이재민 감독은 이즈리얼-리신-나르-트페-라칸으로 조합을 꾸린 1세트 밴픽과 비교해 설명했다. 상대의 추가적인 밴픽 구도의 견제가 들어온 직후 3세트에서는 밴픽 단계에서 의견 조율에서 차이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1세트는 우리가 템포 있는 조합을 해 상대 예상을 하지 못하게 했다. 평소 우리 팀의 밴픽 스타일은 코칭스태프와 선수 의견 중 선수 의견을 조금 더 반영한다. 그런데 3세트에서는 그러지 못해 부끄럽다. 준비했던 밴픽 구도를 했다면 결과는 어떻게 달라졌을지 모르지만, (승패와 상관없이) 선수들은 더 후련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밴픽에 대한 딜레마는 어느 팀이나 가진 부분이다. 야구로 비유하면 빅볼, 스볼몰로 비유하는 전술적인 선택이라든지, 파고들어서 대타, 대주자, 투수 교체로 이어지는 세부적인 그림과 비슷하게 밴픽 단계에서 코치진의 선택과 선수들의 선택이 갈릴 때 의견 조율은 지도자의 책임이다. 성적에 따른 가장 첫 번째 책임이 지도자이기에 고민이 따를 수 밖에 없다. 현실적인 점을 고려해 판단해도 승리가 아닌 결과가 나오면 모두가 만족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선수들의 체급을 기준으로 밴픽을 적용할 수 없고, 변수를 줄이면서 새로운 카드를 발굴해야 하지만 조합 시너지를 스크림에서는 정확하게 가늠하기 힘들다는 함정이 기다리고 있어 지도자들의 고민은 깊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긴 설명이 아닌 담담하게 자기 자신에게 패전의 책임을 돌린 이재민 감독은 14.14패치로 바뀌는 6주차에 임하는 각오를 전했다. 기존 패치에서 1티어로 분류한 챔피언들의 전방위적인 너프 뿐만 아니라 AP정글러들의 힘이 빠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카드 발굴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패치가 바뀐다. 티어 정리를 잘하고, 잘 준비해서 다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