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도 그렇고 드라마도 그렇고 저한테 동의를 얻었던 건 아니잖아요". 밀양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가 사전 제재를 빙자한 사이버 렉카들로 인한 2차 피해의 우려에 20년 만에 직접 목소리를 냈다.
지난 20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약칭 그알)'에서는 '박제된 죄와 삭제된 벌-2004 집단 성폭행 사건' 편이 방송됐다. 지난 2004년 소위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으로 알려진 일이 최근 유튜브 사적 제재 콘텐츠를 통해 재조명되며 오히려 피해자가 고통을 호소하게 됐다.
최근 각종 유튜브 채널에서는 해당 사건의 가해자로 알려진 민간인들의 신상 정보를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44명의 남자 고등학생들이 1년간 여중생을 집단 성폭행한 천인공노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들 중 1명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은 점이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는 상황. 이에 가해자들의 신상 정보는 순식간에 화제를 모으며 대중으로 하여금 사적 제재에 동참하게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유튜버들은 "피해자의 동의를 받았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것이 알고 싶다'에 직접 출연한 피해자는 "지금 나오고 있는 신상 공개 콘텐츠 중 내가 동의한 건 하나도 없다"라고 밝혀 충격을 더했다. 오히려 피해자 측에서 영상 삭제를 요구하자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던 반응까지 있었다고.
심지어 피해자들은 "영화도 그렇고 드라마도 그렇고 저한테 동의를 얻었던 건 없다"라고 덧붙였다. 영화 '한공주', 드라마 '시그널'의 일부 에피소드 등이 해당 사건을 모티브 삼아 각색된 것으로 알려진 바. 이에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으로 각광받았던 만큼 피해자의 동의가 없었다는 사실이 배신감을 자아내는 실정이다.
물론 실화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드라마 및 각종 방송들에 대해 피해자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게 법적으로 필수인 것은 아니다. 이에 다수의 실화 모티브 작품들에서 실화를 극적으로 충분히 각색하고 지명, 인명 등이 실제 사건과 관련 없음을 충분히 관객에게 숙지시키기 위해 안내를 해오고 있다.
그러나 피해 사실이 알려지는 것 만으로도 피해자가 심적 부담을 느낄 수도 있는 상황. 이에 대해 법적 책임 소재를 떠나 도의적인 양해를 구하지 않은 것이 다시금 공분을 사는 모양새다.
실제 해당 사건 피해자들은 지난달 13일 한국성폭력상담소를 통해 "20년 전 이후로 영화나 TV 방송에 나왔을 때 늘 있었던 것처럼 '잠깐 그러다 말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실 줄은 몰랐다. 댓글을 보니 저희를 잊지 않고 이렇게 많은 시민 분들이 제일 같이 화내주고 분노하고 걱정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라면서도 유튜브 채널들에서 피해자들의 동의 없이 신상 정보가 노출되거나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와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우려했다.
더불어 피해자들은 "가끔 죽고 싶을 때도 있고 우울증이 심하게 와서 미친 사람처럼 울 때도 있고 멍하니 누워만 있을 때도 자주 있지만 이겨내 보도록 노력하겠다. 얼굴도 안 봤지만 힘내라는 댓글과 응원에 조금은 힘이 나는 거 같다. 혼자가 아니란 걸 느꼈다. 너무 감사하다. 잊지 않고 관심 가져주셔서 너무 너무 감사하다"라면서도 "이 사건이 잠깐 타올랐다가 금방 꺼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잠깐 반짝 하고 피해자에게 상처만 주고 끝나지 않길 바란다. 경찰, 검찰에게 2차 가해 겪는 또 다른 피해자가 두 번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잘못된 정보와 알 수 없는 사람이 잘못 공개되어 2차 피해가 절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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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SBS 제공, 영화 포스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