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28·맨체스터 시티)는 세계 최고 선수다.”
이 명제는 참일까? 적어도 요즘 ‘명장(名將)’으로 한껏 주가를 드높이고 있는 루이스 데 라 푸엔테 스페인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63)에겐 진실이다.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 2024에서, 라 로하(La Roja·빨강: 스페인 축구 국가대표팀 별칭)를 이끌고 앙리 들로네 트로피를 들어 올린 푸엔테 감독은 서슴지 않고 솔직한 심정을 밝힌다. “나에게 세계 최고 선수를 손꼽으라면 의당 로드리다.”
그럴 만하다. 두 사람은 ‘찰떡궁합’을 이뤄 ‘무적함대 시대’가 다시 도래했음을 널리 축구 천하에 알린, 라 로하의 α와 ω다. 스페인은 2022-2023 UEFA 네이션스리그에 이어 유로 2024까지 거푸 우승을 휩쓸며 전성시대를 재현하고 있다. 이처럼 라 로하가 찬란한 금자탑을 쌓을 수 있었던 데엔, 푸엔테 감독의 지휘력과 로드리의 경기 조율 능력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그 바탕이 됐다.
그런데 푸엔테 감독의 높은 평가와 궤를 같이하는 흐름이 거세게 일고 있다. 한 해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수여되는 상으로 공인받는 발롱도르(Ballon d'or: 황금빛 공)의 유력한 수상 후보자로 거론하는 여론이 전 세계적으로 퍼져 가는 기류가 엿보인다. 오는 10월 28일로 예정된 2024년도 수상자 발표를 3개월 정도 앞둔 현재, 로드리가 올린 결실을 넘어설 만한 존재는 눈에 띄지 않아 갈수록 설득력을 얻어 가는 추세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도 같은 맥락에서 로드리를 집중 조명해 눈길을 끈다. 누리집에서, “로드리는 EPL 역대 최고 미드필더인가(Is Rodri the best Premier League midfielder ever)?”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그가 쌓아 올린 업적과 기록을 바탕으로 이 관점이 타당성을 갖췄음을 역설했다.
“로드리는 EPL 역대 최고 미드필더”… 누가, 왜?
무엇보다도 먼저, 지난 18개월 동안 로드리가 전 세계 축구계에 눈부시게 수놓은 발자취에 주목한 EPL은 이를 역대 최고 미드필더로 보는 주장의 근거로 들었다. 기사를 쓴 알렉스 케블 EPL 공식 분석가 겸 칼럼니스트는 “로드리는 유로 2024 우승으로 다시 한번 자신의 센세이셔널한 시즌에 화려한 마침표를 찍었다. 18개월에 걸쳐 유례없는 기록을 담은 ‘터무니없는 통계(absurd statistic)’를 창출했다”라고 극찬했다.
이 기간에, 로드리는 ‘트로피 수집자’로서 명성을 드높였다. 지난해부터 이번 유로까지 모두 여덟 개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중 여섯 개는 맨체스터 시티에서 꽃피운 결실이다. UEFA 챔피언스리그(UCL·2022-2023시즌)와 EPL 2회(2022-2023~2023-2024시즌)를 비롯해, FIFA 클럽 월드컵(2023년), UEFA 슈퍼컵(2023년), FA컵(2022-2023시즌) 정상을 휩쓸며 대소를 터뜨렸다. 남은 두 개는 라 로하에서 수집했다. 네이션스리그와 유로에서 각각 한 번씩 우승컵에 입맞춤했다.
“2022-2023 UCL 결승전에서, 로드리는 챔피언 골을 터뜨렸다. 또, 유로 2024에선, MVP(최우수 선수)에 등극했다”라고 밝힌 케블은 “이 점에 비출 때, 발롱도르는 분명 로드리가 쥔 카드다”라고 강조했다. 케블은 “그러나 그 이상을 바라보면 로드리는 EPL 역사상 가장 위대한 중앙 미드필더로 칭송받을 만한 확실한 근거가 있다”라며 객관적으로 나타난 기록을 입증의 방편으로 삼았다.
2019-2020시즌 맨체스터 시티에 둥지를 틀고 EPL에 뛰어든 로드리는 5시즌에 걸쳐 172경기에 출장해 22골 21어시스트를 수확했다. 빼어난 경기 조율 능력을 바탕으로, EPL 최초의 4연패라는 전대미문의 위업을 일군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전략과 전술을 가장 잘 소화하는 ‘분신’으로 평가받았다. 맨체스터 시티, 나아가 EPL 레전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수비 스크린과 미드필드 베이스에서 템포를 조절하는 놀라운 능력은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그만이 함유한 가치로 평가받는다.
객관적 지표에서도, 로드리의 능력은 그대로 고스란히 표출된다. EPL 2023-2024시즌, 로드리는 상대 압박을 피하고, 베이스에서 움직임을 시작하며, 3선에서 볼을 전진시키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 주는 모든 종류의 지표에서 으뜸의 자리에 올랐다(표 참조). 이 연장선 위에서, 로드리처럼 팀에 절대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선수는 존재하기 힘듦을 뚜렷하게 엿볼 수 있다.
지난 시즌, 로드리는 출전 정지 징계로 EPL 3경기를 비롯해 4경기에 결장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충격적이다. 맨체스터 시티는 그 4경기 모두에서 고배를 마셨다. 반면 로드리가 그라운드를 밟으면, 결과는 천양지차였다. 패배를 몰랐다. 2022-2023시즌부터 로드리가 EPL 50경기 무패 행진 기록을 달린 데서도, 그가 맨체스터 시티에서 점유하는 영향력이 얼마만큼이나 지대한지 단적으로 드러난다.
과르디올라 감독도 흔쾌히 로드리의 절대적 가치를 인정한다. “로드리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can do everything). 그를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로 손꼽을 수 있는 까닭이다.”
로드리가 한결 돋보이는 또 하나의 배경이 있다. 나이다. 우리 나이 스물아홉 살로, 앞으로도 더욱 무르익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지금 절정의 기량을 뽐내며 전성시대를 열었긴 해도, 기량이 정점에 달했다고 속단할 수 없다. 만개를 눈앞에 두고 나아가고 있다고 보는 시각에, 힘이 실린다. 로드리가 요즘 밟아 가는 걸음걸음은 그만큼 섣부른 예단을 불허한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