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58)이 최근 인종차별 표적이 된 손흥민(32, 토트넘)을 언급했다.
19일(한국시간) 영국 매체 풋볼런던에 따르면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최근 인종차별 이슈에 관해 "우리가 결정할 문제는 아니고, 손흥민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라고 말했다.
손흥민이 인종차별 피해자가 된 상황은 이러하다. 지난 달 15일 우루과이 TV 프로그램 '포르 라 카미세타'에 출연한 '토트넘 동료' 로드리구 벤탄쿠르는 진행자로부터 한국 선수 유니폼을 부탁받았다. 토트넘의 캡틴 손흥민 유니폼을 원한다는 뜻이었다. 벤탄쿠르도 "쏘니?(손흥민의 별명)"라고 되물었다.
벤탄쿠르는 "손흥민 사촌의 유니폼일 수도 있다. 그들은 모두 똑같이 생겼기 때문"이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진행자는 맞장구를 치면서 함께 웃었다. 아시아인 모두가 비슷하게 생겼다는, 명백한 인종차별 발언이다.
논란이 일자 벤탄쿠르는 지난 15일 1차 사과문을 공개했다. 그는 "쏘니 나의 형제여. 일어났던 일에 대해 사과할게. 그건 정말 나쁜 농담이었어. 나는 당신을 정말 사랑하고, 절대 당신이나 다른 사람을 무시하거나 상처 주지 않을 것이란 걸 알아줬으면 해. 사랑해 형제여”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사과문은 24시간이면 사라지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라오면서 ‘진정성 논란’을 일으켰다.
토트넘도 가만히 손 놓고 있었다. 구단의 공식 입장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인종 차별에 대해 빠르게 성명문을 발표했던 과거 사례와는 다른 대처였다.
결국 손흥민이 나섰다. 그는 20일 "벤탄쿠르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실수했다는 것을 인정했고 사과도 했다. 그는 의도적으로 모욕적인 말을 할 생각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피해자가 직접 나서 논란을 잠재운 것이다.
19일 포스테코글루 감독에게도 현지 기자들은 해당 사안을 질문했다. 이번 문제가 깔끔하게 해결되지 않았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풋볼런던에 의하면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벤탄쿠르와 이 사안에 대해 따로 면담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알리면서 “중요한 것은 이번 일로 영향을 받은 손흥민의 기분, 그리고 그의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의 답변에 팬들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 손흥민에 대한 지지라는 견해와, 더 단호하게 선수를 보호해야 했단 의견이 일각에서 양립하고 있다.
한편 인종차별은 다른 곳에서도 일어났다. 이번엔 황희찬(28, 울버햄튼)이 표적이 됐다.
앞서 15일 황희찬은 세리에A 승격팀인 코모와 친선 경기를 치르던 도중 상대팀 선수로부터 인종차별 발언을 들었다. 이를 함께 들은 울버햄튼 동료 다니엘 포덴세가 황희찬 대신 상대 선수에게 주먹을 휘둘러 퇴장당했다.
경기 후 게리 오닐 울버햄튼 감독은 “황희찬은 자신을 향한 공격적인 일이 있었음에도 계속 뛰길 바랐다”라며 일단 경기에 집중하길 원했던 황희찬을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황희찬을 향한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코모도 성명문을 통해 “우리 구단은 인종차별을 용납하지 않는다”면서 “모든 형태의 차별에 반대한다”라고 밝혔다.
코모에 따르면 황희찬에게 인종차별적 말을 한 해당 선수는 “‘황희찬은 자신을 ‘재키 찬(성룡)’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무시하라’라고 했다. 황희찬의 팀 동료 역시 그를 ‘차니’(Channy)라고 부르곤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러 경멸적인 말을 하진 않았다"라며 오히려 울버햄튼 선수들이 이번일을 너무 부풀려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9년 미국 브랜드 음료에서 한 직원이 한국인 고객에게 이름을 묻지 않고 ‘재키 찬’이라고 적어 논란이 됐고, 해당 직원을 해고된 바 있다.
사건 후 황희찬은 소셜 미디어 계정을 통해 “인종차별은 스포츠와 삶의 모든 측면에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사건 발생 후 코치진과 팀 동료들은 필요하다면 나와 경기장을 즉시 함께 떠나겠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내 상태를 확인했다”라고 감사함을 전하면서 "그래도 나는 계속해서 경기를 이어가길 바랐다”라고 끝까지 경기를 뛴 이유를 설명했다. 이 게시물에 손흥민이 "난 네 곁에 있다"라는 댓글로 위로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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