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호 전 전력강화위원의 ‘내부 폭로’에 법적 대응을 고려하겠다던 대한축구협회(KFA)가 입장을 철회한 가운데, 오히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의 감사를 받을 예정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19일 OSEN과 통화에서 “대한축구협회 감사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는 꾸준히 나왔다. 18일 감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라고 전했다.
해당 관계자에 따르면 아직 KFA에 공식 공문을 보내진 않았다. 기초 사전 조사를 충분히 한 다음 공문을 보내 KFA를 방문하는 ‘실지 감사’를 실행할 예정이다. KFA가 올해부터 정부 유관 기관에 포함, 문체부가 일반 감사를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문체부의 KFA 감사 추진은 얼룩진 협회의 행정 실태를 들여다보기 위함이다.
지난 7일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됐단 비판 속 KFA의 홍명보 A대표팀 감독 선임 강행이 문체부 감사로 이어진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해 승부조작범 사면 사태, ‘무절차’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선임 등도 문체부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문체부 관계자는 “축적된 이슈로 인한 감사”라고 말했다.
사면초가에 빠진 KFA다. 박주호를 ‘내부 폭로자’라고 낙인찍으며 법적대응을 예고했다가 입장을 철회해 ‘우스운 헛발질’을 한 뒤 역으로 문체부의 감사 대상이 됐다.
박주호 전 위원은 지난 8일 "홍명보 감독의 선임은 절차가 안(전력강화위원회)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다. (제가) 내부에서 활동한 실무자인데도 몰랐다"며 "(전력강화위원으로 활동했던) 지난 5개월이 허무하다"라고 말해 파장을 불렀다.
KFA는 내부 이야기를 밖으로 전달했단 이유로 법적대응을 시사했다. 그러나 ‘무절차’로 감독 선임한 것에 대한 성찰은커녕 오히려 이를 외부에 알린 박주호 전 위원에게 화살을 돌린다며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자 18일 입장을 번복했다. 비밀 유지 서약을 위반한 박주호 전 위원에 대한 법적 대응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어떻게든 ‘남 탓’으로 돌리려던 KFA는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다. KFA 관계자는 “문체부 감사 요청이 들어오면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라고 밝혔다. /jinju217@osen.co.kr
[사진] 박주호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