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출신 방송인 안정환(48)이 20년 전 대한축구협회(KFA) 내부의 암투를 폭로했다.
과거 국가대표 축구선수로 활약했던 안정환 해설위원은 지난 18일 자신의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영광아 억울해하지 마 진실은 언젠가 밝혀지고 다 알게 될 거야'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시했다.
해당 영상에는 안정환을 비롯해 김남일, 조원희, 김영광이 출연해 K리그를 비롯해 2006 월드컵과 관련된 이야기를 풀었다.
성남FC 시절 감독과 선수로 만났던 김남일, 김영광의 이야기로 시작한 해당 영상 중반부엔 2006 FIFA 독일 월드컵과 관련된 대표팀 이야기가 나온다.
당시 한국은 2004년 4월 지휘봉을 잡은 제64대 감독 조 본프레레 감독이 2005년 8월 사임 의사를 밝혔고 그해 9월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선임된 상황이었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끈 한국은 2006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1승 1무 1패의 성적으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안정환은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사람들은 본프레레 감독 커리어가 다른 감독에 비해 떨어진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라고 말한 뒤 "확실하진 않지만, 그때 본프레레를 어떻게든 자르고 감독 자리에 앉으려는 사람이 많았다"라고 당시 내부 분위기를 폭로했다.
지난 2005년 당시 네덜란드 축구전문지 '풋발 인터내셔날'과 인터뷰를 진행했던 본프레레 감독은 "나는 한국을 최고수준으로 만들었지만 KFA 기술위원회는 항상 경기 2주전에 선발 명단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그들이 원하지 않는 선수를 명단에서 빼는 등 나를 도와주기는 커녕 계속 곤궁에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대표팀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KFA는 지난 7일 "축구국가대표팀 차기 감독에 홍명보 감독 울산HD 감독을 내정했다"라고 알렸다. 뒤이어 13일 KFA는 "이사회 승인을 통해 홍명보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을 공식 선임했다. 홍명보 감독은 코칭스태프 구성에 들어간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 이후 5개월 동안 감독을 찾아 나선 KFA는 전력강화위원회를 꾸려 수많은 외국인 감독과 접촉했고 실제로 한국 감독직에 크게 관심을 보인 이도 있었다. 하지만 KFA는 홍명보 감독을 택했다.
논란이 많았던 결정이다. 전력강화위원으로 활동했던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 박주호는 본인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한 시간 가량 열변을 토하며 절차상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박주호는 "임시 감독 자리를 두고 자신이 하겠다고 욕심내는 인물도 전강위 내부에 있었다. 앞에서 말하진 못하고 뒤에서 이야기했다"라는 충격적인 이야기도 전했다. 대표팀 감독을 찾기 위해 일해야 하는 전강위에서 사리사욕을 탐하는 인물이 있었다는 것.
KFA는 이를 왜곡된 주장이라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KFA와 박주호 사이의 갈등을 본 축구인들은 저마다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박지성 전북현대 디렉터는 "한국에서 축구를 시작했고, 아직도 축구라는 분야에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이것밖에 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라며 KFA를 향한 실망감을 이야기했다.
이영표 해설위원은 작심 비판에 반성까지 추가했다. 그는 "너무 깜짝 놀랐다. 이번만큼은 협회가 진짜 좋은 외국인 감독을 모셔올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저도 열망했다. K리그 감독을 빼왔다는 비판에 대해 저는 KFA가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K리그 팬들이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 대표팀을 향한 지지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홍명보 감독 선임에 크게 놀라움을 표했다.
이어 "저를 포함해 우리 축구인들의 한계를 봤다. 저를 포함해서 우리는 행정을 하면 안 된다. 축구인들은 행정을 하면 안 되고 말 그대로 사라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여러 상황을 보며 우리는 아직 그럴만한(행정에 개입할) 자격이 없다"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2005년 이후로 약 20년이 시간이 흘렀지만, KFA 내부엔 사리사욕을 위해 일하는 일부 인물들이 남아있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