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호(37)가 흔들리지 않고 한국 축구를 위한 쓴소리를 남겼다. 대한축구협회(KFA)가 예고했던 법적 대응도 그의 소신발언을 막을 수 없었다.
박주호는 18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FC세븐일레븐 with K리그 × 산리오 캐릭터즈 팝업스토어사전 오픈 행사'에 참석한 뒤 취재진과 만났다. 지난 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국가대표 선임 과정" 모두 말씀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으로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 얘기한 이후 열흘 만이었다.
지난 2월부터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박주호는 해당 영상을 통해 '절차'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며 논란에 불을 붙였다. 영상 조회수는 어느새 300만 회를 훌쩍 넘겼다.
촬영 중 홍명보 감독 내정 발표를 접한 박주호는 "정말 몰랐다"라며 당혹스러워했다. 그는 홍명보 감독 선임은 결국 KFA가 결정한 것이라며 "아예 몰랐다"라고 털어놨다. 또한 "지난 5개월이 너무 아쉽고, 안타깝다. 정말 허무하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심지어 박주호는 "몇몇 분들이 국내 감독이 돼야 한다고 하더라. 어떻게 보면 빌드업이었다. 회의 시작 전부터 '이제 국내 감독 해야 되지 않아? 좋은 감독 많은데?'라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외국 감독에 대해선 이건 안 좋고, 저건 안 좋고 쭉 얘기한다. 국내 감독한테는 아예 없다. 그냥 다 좋다고 한다"라고 폭로하기도 했다.
KFA를 직격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박주호는 "지금 흘러가는 방향이면 전강위가 필요없다고 진작에 말했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됐다. 위원회가 필요없다는 확신이 든다"라며 "회의 내용을 거친 정확한 절차는 절대 아니다. 난 안에 있으면서도 이게 뭔지 모르겠다.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맞는 말이 아무것도 없다. 홍명보 감독님도 안 하신다고 했는데 하게 됐다. 절차 안에서 이뤄진 게 아무것도 없다. 누구든 절차와 게임 플랜에 맞으면 된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전체적으로 절차적 투명성을 강조한 이임생 이사의 브리핑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이었다. 이임생 이사는 전력강화위원회 5인의 동의를 받아 자신이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만약 박주호의 말이 사실이라면 제대로 된 소통이 오가지 않았던 셈.
후폭풍이 거셌다. KFA 측은 곧바로 박주호가 주장한 '전력강화위원회 패싱' 등을 반박하며 진실공방을 펼쳤다. KFA는 9일 홈페이지를 통해 박주호 위원이 SNS 출연 영상을 통해 전력강화위원회 활동과 감독선임 과정을 자의적인 시각으로 왜곡한 바, 이것이 언론과 대중에게 커다란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하는 바"라고 밝혔다.
법적 조치 가능성까지 예고했다. KFA는 반박문을 통해 "박주호가 많은 위원들의 그간의 노력을 폄훼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지난 5개월간 함께 일해온 나머지 전력강화위원들에게도 사과하고 해명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주호의 이러한 언행이 위원회 위원으로서 규정상 어긋난 부분이 있는지에 대해 신중히 검토하고 필요한 대응을 진행할 것"이라고 알렸다.
여론과 축구계 선배들은 박주호를 지지하고 있다. 이영표를 시작으로 박지성, 이천수, 조원희, 김영광, 이동국 등 여러 인물이 그에게 응원을 보냈다. 심지어는 현역 선수로 뛰고 있는 구자철(제주 유나이티드)도 "이렇게 가면 솔직히 미래는 없다. 하루빨리 협회의행정이 제자리를 찾아가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박)주호형의 의견을 무조건 지지한다"라고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폭로 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나선 박주호. 그는 KFA의 법적 조치 예고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이 비판을 이어갔다. 박주호는 "이건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꼭 얘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며 "(전력강화위원회로 활동한) 5개월간 이야기를 전하는 데 초점을 두고 영상을 올렸다. 한국 축구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다른 건 그리 생각하지 않았다"라며 소신발언의 이유를 밝혔다.
박주호의 발언은 축구계에서도 뜨거운 화두였다. 많은 선배들이 같은 의견을 표했으나 이회택 OB 회장은 "박지성, 박주호 등이 여기저기에서 너무 비판하는 소리만 쏟아내고 있다. 선임 과정에서 나온 문제는 시정해야 하지만, 지금은 축구인들이 서로 싸우거나 헐뜯지 말고 축구계 안정을 위해 힘을 합할 때"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박주호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모두가 나와 똑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서 더 체계적으로 변한다면 성장하고 발전하는 한국 축구가 되지 않을까. 모두의 바람이라고 본다"라며 "정상적으로 공정성이라든지 이런 부분이 괜찮았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행보를 지켜보면서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박주호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했다. 공정성과 투명함을 토대로 공개되는 부분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공정성, 투명성 부분에서 미흡했기에 이런 상황이 나왔다고 생각한다"라며 다시 한번 제언을 남겼다.
한편 박주호는 KFA의 법적 대응을 피하게 됐다. 그는 이날 "KFA로부터 공식적인 연락이 온 건 없다.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분들이 연락을 주시긴 했다"고 전했다. 이후 KFA 측은 박주호에 대한 법적 조치를 검토하긴 했지만, 결국 철회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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