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KFA)가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사령탑 선임 과정을 들여다 보겠다는 의지를 보이자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에 반발하고 있다. 그러자 장미란 문체부 제2차관이 "국민의 관심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장미란 차관은 18일 스포츠서울과 인터뷰를 통해 "문체부가 주무 부처다. 조사해서 잘못을 찾겠다는 의도가 아니다. 국민적 관심 사안 아닌가. 전문성과 자율성은 당연히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축구협회는 지난 2월 위르겐 클리스만 전 감독을 경질한 뒤 5개월 동안 새 사령탑을 찾기 위해 움직였다. 당초 외국인 감독 선임이 목표라고 밝혔으나 지난 7일 홍 감독 신임 감독으로 낙점하면서 비판이 일었다.
여기에 감독 선임 작업을 위한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에 참여했던 박주호 위원가 '과정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내부 고발이 나오면서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나빠졌다. 더구나 협회는 박 위원에 대한 폭로에 '법적 대응'이라는 카드로 맞설 것이라 예고하면서 최악으로 치닫았다.
이후 이영표, 이천수, 박지성, 이동국, 조원희, 김영광, 구자철 등 대표팀 출신 스타들이 박 위원을 옹호하면서 협회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박지성 전북 현대 테크니컬 디렉터는 "축구협회의 신뢰는 떨어졌고 회복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씁쓸해 했다.
그러자 지난 15일 체육계에 따르면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최근 홍 감독 선임이 제대로 된 과정과 절차 없이 축구협회의 독단적인 결정에 의한 것이라는 논란에 대해 "직접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문체부 관계자 역시 16일 OSEN과 통화에서 축구협회 감사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실무 부서와 감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얼마나 할지, 추후 어떤 조치를 취할지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면서 "이번 주 안으로 방침이 정해지면 바로 실행에 옮길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협회는 올해부터 공직 유관 단체에 포함되면서 투명성에 대한 요구가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문체부는 내부적으로 감사 규모가 구체적으로 정해지면 곧바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문체부는 유관 단체 포함 후 처음 갖는 감사라는 점에서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축구대표팀의 월드컵 본선 출전 자격을 빼앗길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을 들어 문체부 조사가 정부의 개입으로 해석될 경우 축구협회의 독립성과 충돌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FIFA 정관 14조 1항에는 '회원 협회는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업무를 보장받아야 한다. 제3자의 간섭을 받아선 안 된다'고 명시돼 있고, 15조에서도 '어떠한 형태의 정치적 간섭으로부터도 독립적이어야 한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 규정을 위반할 시 자격 정지 등 중징계도 가능하다. 최악의 상황엔 2026 북중미 월드컵 출전 제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협회가 문체부의 감사에 반발하는 모양새로 비쳐졌다.
장 차관은 "모두 관심 갖는 부분 아니겠나. 재차 강조한다. 잘못을 찾으려는 것이 아니다. 서로 협력하자는 뜻"이라면서도 "축구협회가 반발한다고 하는데, 잘못한 일이 없다면 그럴 일도 없지 않나"라고 되물어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또 장 차관은 "FIFA, 월드컵 얘기가 나오면서 많은 분이 걱정하는 것 같다. 사실 문체부가 무언가 엄청난 것을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관여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면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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