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축구협회가 인종차별에 강경대응을 선언했다.
아르헨티나 선수단은 15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하드록 스타디움에서 개최된 ‘2024 코파 아메리카 결승전’에서 콜롬비아를 1-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흥에 겨운 아르헨티나 선수단은 경기 후 버스에서 단체로 프랑스를 비하하는 내용이 담긴 인종차별 노래를 불렀다. 엔조 페르난데스(23, 첼시)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이를 생방송했다.
충격적인 내용이다. 가사에서 "그들은 프랑스에서 뛰지만 모두 앙골라 출신. 엄마는 나이지리아, 아빠는 카메룬 사람”이라는 노골적 인종차별적인 메시지가 담겼다.
후폭풍이 거세다. 소속팀 첼시에 프랑스 선수가 8명이나 있는 페르난데스는 이 노래를 열심히 불렀다. 화가 난 동료들은 페르난데스의 계정을 언팔하고 격앙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인종차별로 사태가 커지자 페르난데스는 17일 자신의 SNS에 “대표팀에서 축하를 하다 영상을 올린 것을 사과하고 싶다. 인종차별적인 내용이 담긴 노래를 불렀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 영상은 내 믿음과 성격을 반영하지 않는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프랑스는 분노했다. 프랑스축구협회는 17일 성명을 내고 “스포츠와 인권의 가치에 반하는 충격적인 발언의 심각성을 고려해 프랑스축구협회장은 아르헨티나 측과 FIFA에 직접 연락해 인종차별적 발언에 대해 법적 고소를 제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프랑스축구협회장 펠리페 디알로는 “아르헨티나 대표팀 선수와 지지자들이 부른 노래의 일부로 프랑스 대표팀 선수들에게 용납할 수 없는 인종차별적, 차별적인 발언을 했다. 가장 강력한 말로 규탄한다”며 법정공방을 예고했다.
디알로는 유럽축구연맹(UEFA)에서 집행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어 막강한 권력을 가진 인물로 알려졌다.
그런데 정작 UEFA는 황희찬에게 가해진 인종차별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하고 있다. 황희찬은 지난 15일 스페인 마르베야 훈련장에서 지난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승격팀 코모 1907과의 연습 경기 도중 상대 선수로부터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들었다. 격분한 동료 다니엘 포덴세가 상대 선수를 향해 주먹을 날린 뒤 퇴장을 당했다.
UEFA의 대응이 더 어이가 없다. UEFA는 “이번 경기가 UEFA의 공식 경기가 아니기 때문에 사건을 조사할 수 없다고 확인했다"고 전했다. 황희찬이 연루된 동양인 인종차별은 알고도 넘어가겠다는 것이다.
손흥민, 황희찬 등 국가대표 핵심선수가 해외에서 인종차별을 당했다. 비슷한 사안에 대해 프랑스축구협회와 달리 대한축구협회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고 있다.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 폭로한 박주호 전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에게 법적대응을 예고한 것과는 확연히 대비되는 행동이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