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파 배우'의 벽은 높다. 아이돌 출신의 배우라면 더더욱 그 벽은 높아진다. 배우 전향 n년차, 꾸준한 연기 시도에도 여전히 '아이돌 출신'이라는 꼬리표로 더 거센 비판에 직면한 스타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2일 처음 방송된 SBS 금토드라마 '굿파트너'는 이혼이 ‘천직’인 스타변호사 차은경과 이혼은 ‘처음’인 신입변호사 한유리의 차갑고 뜨거운 휴먼 법정 오피스 드라마로, 장나라의 5년 만의 SBS 복귀작인 만큼 공개 전부터 기대가 컸다.
이후 '굿파트너' 2회는 전회차보다 0.9% 포인트 상승해 전국 8.7% 시청률을 기록하고 동시간대 1위에 등극하는 등, 쾌조의 스타트를 끊은 가운데, 항간에서는 피오의 아쉬운 연기력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지난 2011년, 그룹 블락비로 데뷔한 피오는 2017년 SBS 드라마 '사랑의 온도'를 시작으로 배우로서 새로운 시도를 시작했다. 이후 '설렘주의보', '남자친구' 등에서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던 그는 2019년 '호텔 델루나'서 어색한 감정 연기로 큰 혹평을 받았다. 다만 회를 거듭할수록 '성장형 배우'로서의 면모를 보였고, 이후 극단 '극단소년'에 속해 최근까지도 여러 차례의 무대를 올리기도 했다.
그렇게 '굿파트너'에서는 극 중 대정 로펌 이혼 2팀 신입변호사 전은호 역을 맡아 첫 모습을 드러냈지만, 시청자들의 '호불호'는 여전히 존재했다. 이전과는 달리 발전된 연기력을 선보였으나, 예능으로서 굳어진 '피오'의 모습과 특유의 발성 및 발음이 작용해 극 중 캐릭터가 아닌 방송인 '피오'로만 각인되는 것이 문제였다.
그런가 하면, 2011년 뮤지컬 '페임'을 시작으로 올해로 무려 데뷔 13년 차 배우가 된 티파니 영은 '아이돌 출신'이라는 꼬리표로 억울한 시선을 받는 스타이기도 하다.
2007년 그룹 소녀시대로 연예계에 발을 들인 티파니 영은 뮤지컬을 시작으로 지난 2022년부터는 '재벌집 막내아들', '삼식이 삼촌'에 출연하며 매체 연기로도 활약을 하고 있는 엄연한 배우다. 그러나 최근, 현재 출연 중인 뮤지컬 '시카고'로 인해 일부 누리꾼으로부터 연기력에 관한 악플에 시달리고 있는 소식이 전해졌다.
'시카고'는 192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살인과 탐욕, 부패와 폭력, 간통과 배신이 난무한 시대에 관한 이야기를 담는다. 이미 티파니 영은 지난 시즌에서도 '록시 하트' 역을 맡아 활약했고, 올해로 맞이한 17번째 시즌에서도 록시 하트로 재출연해 활약하고 있다.
그러던 최근, 쇼츠, 릴스 등 SNS 영상 콘텐츠를 통해 '시카고'의 수많은 무대가 알고리즘을 탔고, 그중 지난 시즌에서도 화제가 됐던 '위 보스 리치드 포 더 건(We Both Reached for the Gun)' 무대가 주목을 받았다. 해당 장면은 빌리가 록시를 꼭두각시처럼 조종하며 언론을 상대할 때 흐르는 넘버로, 빌리의 복화술과 록시가 이에 조종당하는 연기가 핵심적인 장면이다.
각기 다른 배우들이 자신만의 개성을 살려 캐릭터를 연기했고, 티파니 영 역시 자신만의 해석을 더 해 연기를 선보이며 당시 관람객들에게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최근 해당 넘버가 '역주행'하며 새로운 관객층이 유입되자, 작년 티파니 영의 연기에 대한 뒤늦은 악플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 특히 "아이돌 무대가 생각난다"는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티파니 영이 소녀시대로서 무대에 선 것은 4년 전인 2020년이 마지막임에도 '아이돌' 꼬리표는 여전한 셈이다.
최근에는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수많은 아이돌이 배우로 전향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아이돌 출신' 배우에게는 연기력 부족에 대한 뭇매가 더욱 가혹하게 작용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한 작품으로 각인된 캐릭터를 지우기 어려워하는 배우처럼, 이미 무대 위에서 화려한 색채를 입은 뒤 카메라 앞에서 과거 '아이돌' 캐릭터를 지우기는 어려운 법이기 때문이다. 그 꼬리표를 넘어 더욱 단단한 배우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세월과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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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DB / SBS '굿파트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