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키 찬(성룡)이라고 한 건 맞는데 인종차별은 아니다. 울버햄튼 선수들이 과민반응했다."
코모 1907가 황희찬(28, 울버햄튼) 인종차별 사건에 적반하장 해명을 내놨다. 이를 본 축구 팬들이 더 분노하고 나섰다.
황희찬은 16일(이하 한국시간) 이탈리아 세리에 A 승격팀 코모와 프리시즌 친선경기를 치르던 도중 인종차별 발언을 들었다. 울버햄튼 지역지 '익스프레스 앤드 스타'는 "울버햄튼의 연습 경기는 인종차별 논란으로 얼룩졌다. 다니엘 포덴스는 코모 1907과 경기 도중 황희찬에 대한 인종차별적 학대를 듣고 상대 수비수를 주먹으로 때려 퇴장당했다"라고 보도했다.
이날 황희찬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교체 투입됐다. 문제는 울버햄튼이 1-0으로 앞서고 있던 후반 23분 발생했다. 상대 수비수가 황희찬을 향해 인종차별적 발언을 내뱉은 것. 이를 들은 동료 포덴스는 곧바로 주먹을 휘두를 정도로 격분했다.
익스프레스 앤드 스타는 "양 팀 선수들이 함께 모였고, 포덴스가 코모 수비수를 향해 펀치를 날렸다. 그는 다이렉트 레드카드를 받았다. 이 사건은 황희찬이 코모 선수를 인종차별적 학대로 고발한 뒤 울버햄튼 동료들이 격분하면서 발생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측 선수들과 코치들은 몇 분간 논의를 나눴다. 게리 오닐 울버햄튼 감독은 경기가 어떻게 될지 의심스러운 가운데 황희찬에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이전에도 인종차별의 희생자였던 황희찬은 프리시즌 연습 경기가 계속되길 원한다고 말했다"라고 덧붙였다.
게리 오닐 울버햄튼 감독은 매체를 통해 "황희찬이 인종차별적 발언을 들었다. 우리는 모두 한데 모였고, 그는 분명히 화가 났다. 우리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황희찬을 위로하고 지지하려고 노력하는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 후 포덴스가 퇴장당했는데 너무 지나치긴 했다"라고 밝혔다.
그 와중에도 황희찬은 팀을 먼저 생각했다. 오닐 감독은 "차니(황희찬 애칭)는 정말 실망스러운 인종차별적 발언을 들었다. 난 그에게 교체를 원하는지 혹은 경기 자체를 중단하길 원하는지 물어봤다. 그는 팀이 계속 뛰면서 필요한 훈련을 하길 원했다. 이런 일이 일어났고, 우리가 얘기해야 한다는 것, 경기에 영향을 미쳤다는 건 정말 실망스럽다.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또한 그는 "황희찬은 물론 정말 실망했다. 이해한다. 그가 어려운 순간에 팀을 먼저 생각하고 경기를 계속하고 싶어 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그는 프리시즌 투어라는 걸 알고 있었고, 매우 모욕적인 일을 당했음에도 동료들이 뛰길 원했다. 차니는 괜찮을 거다. 우리는 전폭적 지원을 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희찬이 인종차별을 겪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년 전에도 프리시즌 경기 도중 포르투갈 2부 리그 SC 파렌세 관중들에게 인종차별적 모욕을 당했다.
당시 황희찬이 페널티킥으로 득점하자 관중들은 아시아인을 비하하는 의미인 눈을 찢는 동작을 취했다. 황희찬은 "우리는 그저 같은 인간"이라고 호소했으나 다시 한번 아픔을 겪어야 했다.
울버햄튼 구단도 곧바로 움직였다. 울버햄튼은 "오닐 감독은 코모와 프리시즌 경기에서 인종차별 발언을 이야기한 뒤 황희찬이 팀 전체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후반전 중반 황희찬이 이 사건을 보고했고, 팀 동료들은 분노했다. 포덴스는 퇴장당했다"라며 "어떤 형태로든 인종차별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 절대로 이의제기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다. 구단은 유럽축구연맹(UEFA)에 공식 항의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논란이 커지자 코모도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코모 구단은 "우리 클럽은 인종차별을 용납하지 않으며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을 절대적으로 비난한다. 우리는 무슨 일인지 이해하기 위해 문제의 수비수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자신의 파트너에게 '그를 무시해라. 그는 자신이 재키 찬(성룡)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선수와 오랫동안 대화를 나눴다. 그 결과 우리는 그가 선수의 이름을 언급하고, 경기장에서 팀원들이 끊임없이 '차니(Channy)'라고 부른 것과 관련 있을 뿐이라고 확신한다. 의도적으로 폄하하는 말을 한 적은 없다"라고 덧붙였다.
황희찬을 보고 재키 찬이라고 불렀지만, 동양인 비하는 아니라는 주장. 하지만 아무리 '차니'라는 별명에서 떠올린 농담이라고 해도 동양인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에서 나온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볼 수 있다. 재키 찬이라고 말하긴 했으나 인종차별은 아니라는 변명이 황당하게만 들리는 이유다.
특히 마지막 문장이 충격적이었다. 코모는 "일부 울버햄튼 선수들이 이번 사건에 너무 과장되게 반응해 실망스럽다"라며 과민반응이 일을 키웠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피해자 황희찬과 함께 분노한 포덴스를 탓하고 나선 것. 황희찬과 울버햄튼이 기대하던 사과와 재발 방지와는 거리가 멀다.
최악의 대응에 축구 팬들도 화를 참지 못했다. 성명문을 본 팬들은 "이게 적절한 대응이라고 생각한다면 축구 클럽의 엄청난 수치다", "내가 본 인종차별 사건에 대한 반응 중 최악이다. 당황스럽다", "수치스러운 성명이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역겹다", "끔찍한 성명이다"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이거 패러디지? 진짜로? 코모 공식 계정은 어디 있어"라며 현실을 믿지 못하는 팬도 있었다. 이외에도 "와우 코모...모두가 올 시즌 너희를 응원했는데. 이젠 강등당하길 빌어", "난 코모의 강등을 축하하겠다"라며 코모의 몰락을 기원하는 댓글도 이어졌다. 코모 구단의 이미지 자체가 최악으로 추락하게 됐다.
한편 황희찬은 코모의 황당한 궤변에도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인종차별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그래도 우리 팀 동료들과 감독님은 너가 원하면 경기장을 떠날 것이라고 힘을 줬다. 너무나도 감사하다"라면서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 뛰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인종차별은 용납할 수 없다. 우리는 경기장에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마지막으로 응원 메시지를 보내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라면서 "인종 차별이 설 자리는 없다"라고 힘줘 말했다. 울버햄튼 구단은 물론이고 포덴스와 마리오 르미나 등 동료들도 황희찬을 지지하는 글을 공유했다.
다만 UEFA는 이번 사건을 조사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축구에서 인종차별과 차별, 편협함을 없애는 싸움은 우리 조직의 주요 우선순위"라면서도 이번 경기는 UEFA 주관 경기가 아니기 때문에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UEFA 측은 UEFA 대회에서 발생한 일에만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일단 울버햄튼은 계속해서 항의할 예정이다. 영국 'BBC'에 따르면 울버햄튼과 황희찬은 인종차별이 맞다고 단호하게 주장하고 있다. 또한 문제를 공식화하기 위해 잉글랜드축구협회(FA)와 협력하고 있다. 이탈리아축구협회에도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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