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은 심각성을 인지하지도 못하는 유럽의 추악한 민낯이 드러났다.
황희찬은 지난 15일 스페인 마르베야 훈련장에서 지난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승격팀 코모 1907과의 연습 경기 도중 상대 선수로부터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들었다. 격분한 동료 다니엘 포덴세가 상대 선수를 향해 주먹을 날린 뒤 퇴장을 당했다.
게리 오닐 울버햄튼 감독은 황희찬에게 계속 경기를 뛸 수 있는지 확인했다. 황희찬은 남은 시간을 모두 소화했다.
명백한 인종차별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UEFA
울버햄튼은 16일(이하 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어떤 형태의 인종차별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 결코 방치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이 사건과 관련해 유럽축구연맹(UEFA)에 정식으로 항의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그런데 가해자인 상대팀의 입장이 가관이다. 코모는 “우리 클럽은 모든 인종차별을 강력히 규탄하고 용납하지 않는다”면서도 “문제가 된 수비수는 동료 수비수에게 '황희찬을 무시해라, 황희찬은 자신을 재키 찬(성룡)이라고 생각해'라고 말했다”면서 명백한 인종차별을 그저 농담으로 치부했다.
UEFA의 대응이 더 어이가 없다. UEFA는 “이번 경기가 UEFA의 공식 경기가 아니기 때문에 사건을 조사할 수 없다고 확인했다"고 전했다. 황희찬에 대한 인종차별을 알고도 넘어가겠다는 것이다.
유럽축구계에서 비니시우스 등 흑인선수들의 인종차별은 큰 이슈가 되며 보도도 크게 되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은 동양인 선수에 대한 인종차별에 대해서는 유럽에서 큰 이슈로 다루지도 않는 상황이다.
이미 손흥민과 황희찬이 여러 차례 인종차별을 당했지만 잘못을 뉘우치는 반응조차 없었다.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
토트넘 역시 벤탄쿠르 인종차별에 징계조차 없었다
지난 6월 손흥민의 토트넘 동료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손흥민에게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했다. 우루과이 TV에 출연한 벤탄쿠르는 사회자로부터 손흥민의 유니폼을 받을 수 있는지 요청을 받았다. 그는 사회자에게 “손흥민 사촌에게서 셔츠를 받아도 된다. 그들은 다 똑같이 생기지 않았나”라며 웃었다.
논란이 커지자 벤탄쿠르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사과했다. 그는 “나의 형제 쏘니! 일어났던 일에 대해 사과할게. 그건 정말 나쁜 농담이었어. 절대 너나 다른 사람을 무시하거나 상처 주지 않을 것이란 걸 알아줬으면 해!”라며 인종차별을 농담으로 치부했다.
손흥민이 벤탄쿠르를 용서하며 사건은 일단락 됐다. 영국의 인권단체까지 나서 벤탄쿠르를 징계해야 한다고 인권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토트넘은 벤탄쿠르에 대한 자체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토트넘은 동양인 주장이 인종차별을 당했는데 단지 손흥민이 용서했다는 이유로 명백한 인종차별을 그냥 넘겼다.
한국팬들의 노여움을 산 토트넘은 오는 7월 한국투어를 통해 돈을 번다. 손흥민의 인종차별을 보호해주지 않은 토트넘이 그를 상업적으로 이용해 돈을 버는데는 1등이다.
손흥민을 앞세운 토트넘은 오는 31일 K리그 올스타팀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맞붙는다. 이어 8월 3일에는 김민재의 바이에른 뮌헨과 대결이 예정돼 있다. 토트넘은 2022년 한국투어처럼 손흥민을 활용해 천문학적인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토트넘이 진정 손흥민을 아낀다면 벤탄쿠르에게 자체징계를 내렸어야 했다. 진정성 없는 모습을 보인 토트넘에게 과연 한국팬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벤탄쿠르는 예정대로 한국에 올까.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