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은 12일(한국시간) 토트넘 공식 SNS에서 올라온 '유로에서 어느 팀이 우승할 것 같아요'라는 영상에 출연해서 "내 친구 해리 케인이 우승했으면 한다. 그는 잉글랜드 역사상 최고의 선수다"라고 그의 무관 탈출을 기원했다.
잉글랜드와 스페인은 오는 15일 오전 4시 독일 베를린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4 결승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 스페인은 2012 유로 우승 이후 12년 만의 우승 트로피를 노린다. 반면 잉글랜드는 염원의 첫 유로 우승을 꿈꾼다.
양 팀의 토너먼트 여정은 다소 상반됐다. 스페인은 토너먼트에서 일명 죽음의 조에 포함돼서 16강 조지아(4-1 승)를 제외하곤 독일(2-1 승)과 프랑스(2-1 승) 같은 우승 후보들을 모두 격침시켰다. 최악의 유로라고 혹평받는 대회지만 스페인만큼은 달랐다는 평가다.
반면 잉글랜드는 토너먼트 내내 좀비 같은 모습을 보였다. 16강 슬로바키아전에선 종료 직전 주드 벨링엄의 극장 동점골로 기사회생했고, 8강에선 승부차기 끝에 스위스를 제압했다. 4강에서도 추가시간 역전골로 네덜란드를 잡아냈다. 선제 실점 후 엄청난 뒷심으로 뒤집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잉글랜드다.
심지어 영국의 찰스 3세 국왕이 대표팀의 결승행을 치하하면서 "제발 이번에는 정규 시간 내로 끝내달라. 잉글랜드 대표팀이 자꾸 연장전이나 승부차기로 가서 이겨서 영국 국민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라고 고개를 저을 정도였다.
지난 유로서 이탈리아에 승부차기 끝에 패배한 잉글랜드 내 분위기는 매우 들떠있다. 토트넘 역시 이 유로 우승을 기원했다. 프리 시즌을 맞아 선수들이 훈련을 위해 출근하는 자리서 유로 우승팀에 대해 묻는 영상을 공개한 것이다.
가장 먼저 나타난 것은 토트넘의 주장이자 케인과 함께 명콤비를 자랑했던 손흥민. 그는 질문을 받고 "솔직히 경기력은 누가 봐도 스페인이 좋았다. 이번 토너먼트서 스페인이 보여준 모습은 정말 엄청났기 때문이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러나 손흥민이 마음으로 응원하는 것은 잉글랜드. 그는 "그래도 우승은 잉글랜드가 했으면 한다. 내심 내 친구인 케인이 우승을 차지하면 좋겠기 때문이다"라면서 "그는 잉글랜드 역대 최고의 선수다"라고 미소를 보였다.
손흥민과 케인은 2022-2023 시즌까지 최고의 듀오로 군림했다. 두 사람은 리그에서만 47골을 합작하며 디디에 드록바-프랭크 램파드 듀오(36골)를 제치고 최다 합작골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득점도 사이좋게 손흥민이 24골, 케인이 23골을 넣으며 딱 절반씩 책임졌다.
문제는 두 선수가 아직 메이저 대회 트로피가 없다는 것. 심지어 리그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잉글랜드 리그컵 모두 준우승이 전부다. 대표팀에서는 마찬가지로 우승 트로피가 없는 상황. 케인은 지난 시즌 뮌헨으로 이적하면서 우승 트로피를 노렸지만 여전히 무관이다. 과연 케인이 손흥민의 염원대로 한발 먼저 우승 트로피를 차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mcado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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