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KFA)의 볼썽사나운 일처리 때문에 '홍명보호'는 축하를 받지 못하며 출발하게 됐다.
KFA는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해임한 뒤 차기 감독 선임에 돌입했다. 한국 축구 레전드 정해성 위원장을 전력강화위원장에 선임했고 본격적인 지도자 찾기에 나섰다.
하지만 시작부터 출발히 흔들렸다. 정 위원장은 곧바로 국내 지도자를 선임하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나 여론의 반발에 막히자 손바닥 뒤집듯 외국인 지도자 쪽으로 선회했다. 이미 기준이 없었다는 방증이다.
결국 전력강화위원회가 갈팡질팡 하는 사이 한국은 3·6월에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을 위해 임시 감독을 두 번이나 선임하면서 급한 불을 끄고 시간을 벌었다. 하지만 선임 작업은 진척이 없었다.
1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클린스만 전 감독에게 지급할 위약금 때문에 협회가 제안할 수 있는 금액은 한정돼 있었다. 또 국내 체류 근무 형태, 한국 대표팀 사령탑이 주는 부족한 메리트 등 현실적 난관도 많아 실질적으로 한국에 올 수 있는 괜찮은 외국인 지도자는 극히 적었다.
결국 돈이 적으니 한국이 원하는 수준의 지도자는 찾을 수 없었다. 지난 5개월 동안 무려 97명의 후보를 점검했다. 제대로 된 검토도 못했고 계약 체결도 할 수 없었다. 결국 시간만 흘렀다.
최종 후보와 면담을 앞둔 중대한 시점에서는 정해성 위원장이 협회 고위 관계자와 갈등을 겪은 뒤 사의를 표명해 또 논란이 됐다. 정 위원장의 침묵 속 정확한 사퇴 이유가 밝혀지진 않았으나 고위 관계자와의 마찰 때문이라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답 없이 시간만 자꾸 흐르자 부랴부랴 국내 감독 쪽으로 기류가 옮겨졌다.
정 위원장의 사퇴 후 KFA 정몽규 회장으로부터 감독 선임 권한을 넘겨받은 이임생 기술총괄이사는 거스 포옛, 다비드 바그너 등 최종 후보자를 만나기는 했으나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고 결국 홍명보 감독과 손을 맞잡는 결말로 이어졌다.
프리미어리그 및 유럽 등 전 세계로 선수들이 진출하는 가운데 전력강화위원회는 최악의 행보만 선보였다. 또 KFA는 최근 전력강화위원인 박주호 위원이 그동안 전력강화위원회의 행보를 솔직하게 털어놓자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명확한 시스템 아래 투명한 절차를 걸쳐 세계 축구의 흐름을 잘 아는 외국인 지도자 선임을 바랐던 축구팬들은 협회 등의 무능한 일 처리에 당연히 반발하고 있다. 다친 사람은 팬들뿐이 아니다.
독이 든 성배를 받아든 홍명보 감독도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비난을 받고 있다. 앞서 임시 감독으로 나섰다가 생채기 투성이로 물러난 황선홍 감독 또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지만 자격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은 지도자도 많다. 정해성 위원장이 쏘아 올린 무능함이 한국 축구에 씻을 수 없는 타격을 안겼다. / 10bird@osen.co.kr
[사진] KF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