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유독 아쉬움을 남겼던 KBS 연예대상. 하반기 시작과 함께 지난해 설움이라도 털어내듯 레이스가 시작됐다. 열의와 욕심을 숨기지 않는 박명수와 전현무를 비롯해 3년 만에 돌아온 유재석까지. 올해는 지난해와는 확실히 다를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2022년 KBS 연예대상을 받은 신동엽은 “올해 두드러진 활약을 못한 나머지 대상 후보들에게 감사하다. 여러분 덕분”이라고 말했다. 농담이었지만 뜨끔할 수 없었던 이유는 그만큼 시청률과 화제성 모두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3년에도 크게 변함은 없었고, 그나마 간판 예능으로 사랑 받고 시청률이 높은 ‘1박2일’ 팀이 단체로 대상을 수상했다.
MBC에서는 전현무와 기안84가 경쟁 구도를 만들고, SBS에서는 신동엽과 탁재훈, 이상민, 서장훈 등이 각축을 벌이는 가운데 KBS는 잔잔하다 못해 조용해 체면을 구겼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는 걸 보여주려는 듯 눈도장을 찍을 수 있는 하반기가 시작하자마자 레이스가 펼쳐지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박명수, 전현무 그리고 유재석이다.
박명수는 KBS 연예대상과 아직은 인연이 없다. 최고 엔터테이너상과 베스트 팀워크상(2010), 쇼·오락 부문 남자 최우수상(2015), 라디오 DJ상(2016), 올해의 DJ상(2021), KBS를 빛낸 50인(2023) 선정됐지만 ‘대상’에는 닿지 못했다.
올해 시작과 함께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고정 출연으로 영역을 한발짝 더 넓힌 그는 ‘박명수의 라디오쇼’ 동시간대 시청률 1위 활약을 더해 대상을 노린다. 이미 공공연하게 대상에 대한 욕심을 보이는 박명수다. ‘라디오쇼’에는 그동안 라디오에서 보기 어려웠던 게스트들이 출연하며 박명수의 입지를 실감케 했으며,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는 전현무와 티키타카는 물론 다채로운 일상의 모습으로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박명수와 함께 대상 후보로 거론되는 건 전현무. KBS 출신이지만 아직 KBS에서 대상을 수상한 바는 없다. KBS 연예대상 쇼·오락 MC부문 남자신인상(2009)을 시작으로 최고 엔터테이너상(2011), 베스트 팀워크상, 토크·쇼 부문 우수상(2016), 베스트 팀워크상(2019), 올해의 예능인상(2021, 2022, 2023)을 받았다. MBC에서는 대상을 수상했지만 아직 친정에서 대상 수상은 없다.
‘다작 예능인’이지만 KBS에서 많은 예능을 진행하고 있지는 않은 전현무.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를 안정적으로 이끌고 가고 있는 그의 승부수는 ‘2024 파리 올림픽’ 역도 해설 위원이다. 전현무가 스포츠 캐스터에 도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역도를 널리 알리고, 특별한 인연의 박혜정 선수를 응우너하기 위해 특별 캐스터로 나가는 만큼 기대를 모은다.
또 다른 후보는 유재석이다. 어떻게 보면 가장 강력한 후보일 수 있는 게 바로 ‘유느님’ 유재석. 2005년 KBS 연예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2014년에도 대상을 수상했다. 이 밖에도 TV진행 부문 최우우수상(2003년), 베스트팀워크상(2010년, 2016년, 2019년) 등이 있다. KBS에서 받은 상의 숫자는 적지만 ‘대상’을 2번이나 수상했다는 점과 역대 최다 대상 수상자(19회)라는 점에서 가장 강력한 후보다.
유재석이 가진 무기는 ‘싱크로유’다. ‘컴백홈’ 후 3년 만에 KBS로 컴백홈한 유재석은 지난 5월 방송된 ‘싱크로유’ 파일럿 방송에서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예능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정규 편성을 확정지었다. ‘싱크로유’는 AI가 만들어낸 싱크로율 99%의 무대 속에서 목소리가 곧 명함인 최정상 드림 아티스트들이 직접 선보이는 환상의 커버 무대를 찾아내는 버라이어티 뮤직쇼로, 1회 시청률 최고 3.6%를 기록한 데 이어 1회와 2회 모두 2049 시청률 전 채널 동시간 예능 중 1위, 전체 컨텐츠 중 2위를 차지했다. 특히 유재석은 파일럿 ‘싱크로유’를 포함한 자신의 모든 예능을 비드라마 화제성 지수 20위 안에 등극시키며 MZ세대까지 통하는 최고의 MC라는 것을 입증했다.
“늘 말씀드렸듯이 하반기가 중요하다. 상반기에 잘한 건 나는 알지만, 남들은 ‘그런 일이 있었나?’하고 까먹는다. 하반기에 잘해야 적절한 보상이 따르고 하반기에 잘해야 대상을 받을 수 있다.”
박명수가 라디오에서 한 말이다. 하반기 시작과 함께 대상 레이스가 시작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 시동을 건 박명수와 전현무에 유재석까지 합류한 KBS 연예대상이 최근 부진을 털어내고 어떤 경쟁과 재미를 선사할지 기대된다. /elnino8919@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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