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국가대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인기는 여전했다. 경기장에서 터진 골보다 그와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 난입한 관중이 더 많았을 정도였다.
23일(한국시간) 독일 도르트문트의 BVB 슈티다온에서 맞붙은 포르투갈과 튀르키예의 2024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 F조 조별리그 2차전. 포르투갈이 3-0으로 튀르키예를 압도했다.
포르투갈은 전반 21분 베르나르두 실바의 선제골로 앞선 뒤 전반 28분 상대 자책골로 달아났다. 그리고 후반 11분 브루노 페르난데스의 쐐기골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특히 호날두는 골키퍼와 맞선 상태에서 욕심내지 않고 페르난데스에게 패스를 내줘 도움을 올렸다. 이 도움으로 호날두는 유로 통산 7도움을 기록했다. 통산 14골로 대회 최다골 보유자인 호날두는 대회 역대 최다 도움 1위 자리까지 차지했다.
최다 대회 출전(6회) 기록을 가진 호날두는 최다 득점, 최다 도움 외에도 최다 경기, 최다 출전 시간, 최다 경기 승리 등 대회 각종 기록을 새롭게 갈아치우고 있다. 이젠 최다 난입 관중 기록도 함께 추가해야 할 것 같다.
이날 경기장에는 무려 6명의 관중이 호날두와 직접 만나기 위해 난입했다. 이날 터진 득점의 2배가 되는 수치다. 모두 마지막 대회가 될 수 있는 호날두와 셀카를 시도하기 위한 것이었다.
첫 번째 경기장 난입자는 환영을 받았다. 빨간 셔츠를 입은 어린 소년이 후반 시작 직전 경기장으로 뛰어들었다. 이 어린 팬은 관중들의 환호 속에서 호날두와 셀카를 찍는 데 성공했다. 호날두 역시 셀카를 찍는 동안 이 소년에게 어깨를 올린 채 다정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이후부터 관중들은 물론 호날두 역시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20대로 보이는 두 번째 난입자는 호날두의 어깨에 손을 올린 채 셀카를 시도했다. 호날두는 불쾌한 듯 난입자의 손을 치우면서 짜증 섞인 표정을 지어 보였다.
세 번째는 튀르키예 국기가 달린 유니폼을 입은 남성, 네 번째는 검은색 옷을 입은 남성이 침입했으나 안전 요원에 막혔다. 마지막 휘슬과 함께 다섯 번째 침입자가 있었고 서포터들의 박수를 받으며 퇴장할 때 여섯 번째 난입자가 나왔다.
2연승으로 조지아와 최종전 결과와 상관없이 16강 진출에 성공한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포르투갈 감독이지만 웃지 못했다. 구멍 뚫린 보안에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실제 마지막 난입자를 막으려는 안전 요원이 곤살루 하무스(파리 생제르맹)와 충돌을 빚기도 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마르티네스 감독은 경기 후 "오늘은 운이 좋게도 팬들의 의도가 좋았지만 걱정스럽다"면서 "우리 모두는 빅스타와 인생의 큰 아이콘을 알아보는 팬을 좋아한다. 우리는 모두 그 점에 동의한다. 하지만 그 의도가 잘못되면 선수들이 노출되는 매우 어려운 순간이 오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축구 경기장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많은 보안과 보호 장치가 있는 경기장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리고 팬들에게 이런 행동은 옳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이런 행동으로 아무것도 얻을 수 없고 앞으로 이런 조치가 더 심해질 수도 있다. 사람들이 경기장에서 뛰고 있을 때 선수들이 너무 노출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날 선제 결승골을 터뜨린 실바는 "팬이 경기장에 난입해서 항상 경기를 중단되는 점은 약간 짜증 나는 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축구계에서 인정받는 선수이고 그와 같은 선수가 우리와 함께하는 것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위험하다고 느낀다는 측면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호날두를 향해 뛰어드는 난입자의 심정을 이해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경기장에 난입한 6명은 모두 경호원들에 의해 연행됐다. 이후 독일 경찰이 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징계위원회를 통해 조치에 나설 예정이지만 모두 보안을 제대로 하지 못한 주최국 독일이 책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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