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득점은 취소됐지만 골 세리머니는 백점만점이었다.
대구FC는 22일 오후 6시 대구 DGB파크에서 개최된 ‘하나은행 K리그1 2024 18라운드’에서 요시노의 선제골과 세징야의 멀티골이 터져 전북현대를 3-0으로 제압했다. 대구(5승5무8패, 승점 20점)는 단숨에 10위서 8위로 뛰어올랐다.
대구는 전반 39분 요시노의 선제골이 터져 경기를 쉽게 풀었다. ‘대구의 왕’ 세징야가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후반 12분 세징야가 정태욱의 파울을 페널티킥으로 연결했다. 세징야는 후반 36분 단독 돌파에 이은 쐐기포까지 터트렸다.
장맛비 속에서도 1만 530명이 모인 대구 팬들이 기립박수로 영웅에게 찬사를 보냈다.
후반전 교체로 들어간 고재현이 후반 50분 마무리 골까지 터트렸다. 시즌 첫 골을 터트린 고재현은 흥분한 나머지 상의탈의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이도 모자라 대구 관중석 앞으로 달려간 그는 팬들 앞에서 큰절까지 했다.
고재현이 지나치게 세리머니를 오래하자 전북 선수들이 항의를 했다. 결국 주심이 고재현에게 경고를 줬다. 설상가상 비디오판독을 통해 고재현의 골은 득점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고재현은 아직 골의 흥분이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그는 “많이 아쉽다. 그만큼 간절하게 골을 넣고 싶었고 팀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 이제 골맛을 봤으니 다음 경기를 잘 준비하겠다. 간절하게 준비하다보면 골이 터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경고까지 받은 세리머니에 대해 고재현은 “그동안 뭔가 득점 못한 것에 대한 모든 것을 포효하고 싶었다. 원없이 소리지르고 팬들과 즐기고 싶었다. 아무생각없이 몸이 가는대로 했다. 지금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힘들었던 부분이 다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너무 시간을 지체해서 전북 선수들에게 미안하다. 앞으로 많은 세리머니를 하고 싶다”고 고백했다.
상의탈의와 절 세리머니는 즉흥적으로 생각했을까. 고재현은 “경기가 끝날 때나 득점할 때 큰절로 팬들에게 감사인사를 표현하고 싶었다. 계속 상상은 했다. 팬들에게 즐거움을 드리자고 생각했다. 골로 연결됐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박창현 대구 감독은 “고재현이 그 세리머니로 활활 타올랐으면 좋겠다. 공식적인 골은 아니지만 우리 팀으로서는 득점이라고 인정하고 축하해주고 싶다”며 제자를 격려했다.
에이스 세징야 역시 “고재현의 골이 취소돼 너무 아쉬웠다. 고재현의 인성이나 운동장에서 보여준 모습이 우리에게 많은 에너지를 준다. 골이 안됐지만 앞으로 도움을 많이 주겠다”고 칭찬했다.
동료들의 말을 전하자 고재현은 “팬들도 형들도 감독님, 코칭스태프 모든 사람들이 함께 기뻐해주고 슬퍼해주고 축하해줬다. ‘난 이 팀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구나’ 느꼈다. 그 감사함을 보답하기 위해 운동장에서 더 노력하고 좋은 모습으로 보답해야 한다. 굉장히 뭉클했다”며 고마워했다.
전북에게 대승을 거둔 대구의 사기는 하늘을 찌른다. 고재현은 “전북에게는 이 정도 득점은 처음이다. 하지만 여기서 자만하면 안된다. 더 간절하게 매순간 최선을 다해야 목표인 상위스플릿에 갈 수 있을 것 같다. 작년에는 두 자릿수 공격포인트를 하고 싶다고 목표를 세웠지만 지금은 그냥 단 한 골이 넣고 싶다”며 다음 경기를 기약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