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호중이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검찰이 결국 음주운전 혐의는 제외했다. 구속 기소된 김호중 혐의에서 음주운전이 빠지게 된 것. 정확한 음주 수치를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인데, 검찰은 '조직적 사법 방해' 때문이라며 관련 처벌규정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중들 역시 "앞으로 음주 단속에 걸릴 것 같으면 도망갔다가 17시간 후에 자수하면 되는 것이냐"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 5부(김태헌 부장검사)는 전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미조치,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김호중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음주운전 혐의로는 기소되지 않았다. 경찰이 지난달말 김호중을 검찰에 송치하면서 포함시켰던 음주운전 혐의는 결국 기소단계에서 빠지게 된 것.
김호중이 사고를 낸 직후 도주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이었음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김호중은 사고를 내고 도주, 잠적한 뒤 17시간이 지나서야 경찰에 출석했다. 사고 직후 소속사 관계자와 함께 경기도 구리시의 한 모텔로 도피했고 근처 편의점에서 일행과 함께 캔맥주를 사서 마신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두고 음주 측정에 혼란을 줄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추가 음주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경찰은 시간 경과에 따라 혈중알코올농도를 유추하는 위드마크 공식을 활용, 사고 당시 김호중의 혈중알코올농도를 면허정지 수준인 0.031%로 판단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수치가 법정에서 증거로 쓰이기 어렵다 판단했을 것이란 추측이다.
이 같은 우려는 사건 초기부터 제기됐다. 경찰은 김호중이 술을 마신 것으로 의심되는 CCTV 영상을 확보했지만 그가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를 특정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었던 것. 검찰은 당시 김호중이 시간 간격을 두고 여러 차례에 걸쳐 술을 마신 점을 고려했을 때 역추산만으로 음주 수치를 특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김호중이 음주를 했다는 판단을 내렸지만 혈중알코올농도는 알아내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호중이 시간적 간격을 두고 여러 차례에 걸쳐 술을 마신 탓에 경찰이 역추산했던 방법만으로는 음주수치를 확정할 수 없었다'라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수사 초기 단계에서 피고인들이 조직적으로 범행을 은폐한 것과 관련, "사법 방해에 대한 처벌 규정 도입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온라인 역시 들끓고 있다. "일단 음주 운전자는 도망치고 17시간 이후 돌아오면 되는 것이냐", "스스로 시인했는데도 혐의가 빠진다니 법이 원래 그런 것인가", "음주 단속이 보이면 편의점으로 달려가 술을 더 사 먹으면 되나" 등 조롱 섞인 비난을 쏟아냈다.
결국 이날 오후 '김호중 방지법'이 국회에 발의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신영대 의원(전북 군산김제부안갑)은 음주운전 단속을 회피하기 위한 추가 음주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강력한 처벌을 부과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김호중처럼 음주운전 사고 후 도주하고 추가로 음주해 측정 결과를 왜곡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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