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력은 기본,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 해석력을 갖춰 ‘캐아일체’를 이뤄낸 배우들은 누가 있을까.
‘캐아일체’를 쉬운 일이 아니다. 연기력이 기본이지만 캐릭터를 해석하는 능력과 폭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이뤄내기 어렵다. 현재 ‘캐아일체’를 이뤄내 찬사를 받고 있는 배우들을 살펴보면 다양한 캐릭터, 장르를 오랜 시간 소화하며 경험을 축적했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이들에게서는 새로운 캐릭터, 장르에 대한 도전 의식도 돋보인다.
대표적인 ‘캐아일체’를 이뤄낸 배우, 일명 ‘본명 잃은 배우’로는 박성훈이 있다. 박성훈은 ‘더 글로리’를 통해 본명보다는 ‘전재준’이라는 극 중 이름으로 더 익숙하다. 이어서 출연한 작품에서도 ‘전재준’으로 불린 박성훈. 그는 ‘눈물의 여왕’에서 윤은성 역으로 열연하며 ‘전재준’에 ‘윤은성’을 추가해 번갈아 불리고 있다.
2008년 영화 ‘쌍화점’으로 데뷔한 뒤 2018년 방송된 ‘하나뿐인 내편’ 장고래 역으로 익숙했던 박성훈. 이후 2022년 공개된 ‘더 글로리’에서 전재준 역으로 열연하며 악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이후 ‘남남’, ‘유괴의 날’, ‘선산’ 등에서 악역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사극부터 현대극까지, 영화·드라마는 물론 연극까지 섭렵하며 스펙트럼을 쌓은 박성훈은 거침 없었다. 그 결과, ‘더 글로리’를 만나 전재준으로 꽃을 피웠고 ‘믿고 보는 배우’이자 현재 배우에게 가장 큰 찬사라고 할 수 있는 ‘본명 잃은 배우’의 대표 주자가 됐다.
‘눈물의 여왕’에는 두 명의 이름 잃은 배우가 있었다. 앞서 소개한 박성훈과 백현우 역으로 열연한 김수현이 그 주인공이다. 김수현은 용두리에서 태어나 재벌 3세 홍해인(김지원)과 뜨겁게 연애하고 결혼한 뒤 혹독한 처가살이에 시달리며 이혼을 결심하지만 이내의 시한부를 알고 잊고 살았던 사랑의 감정을 처절히 깨닫고 기적을 이뤄내는 백현우를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백현우의 감성선을 세밀하게 그려내며 몰입도를 높인 김수현. 그는 tvN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이라는 기록으로 ‘김수현이 하면 다르다’, ‘역시 김수현’이라는 평가에 응답했다.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추가한 김수현은 ‘백현우’로 불리며 여전히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중이다.
새롭게 떠오르는 ‘캐아일체’ 배우는 ‘선재 업고 튀어’에서 본명을 잃어버린 변우석이다. 모델로 활약하던 중 2016년 tvN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로 데뷔한 변우석. 이후 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역도요정 김복주’에서의 단역을 거쳐 ‘모두의 연애’,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 ‘청춘기록’, ‘꽃 피면 달 생각하고’, ‘힘쎈여자 강남순’, ‘선재 업고 튀어’ 등과 영화 ‘20세기 소녀’, ‘소울 메이트’ 등에서 활약했다.
장르 불문, 캐릭터 편식 없이 스펙트럼을 넓혀왔던 변우석이 제대로 꽃을 피운 건 ‘선재 업고 튀어’. 초반 서서히 빛을 잃어가는 모습을 섬세하게 담아내며 캐릭터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했고, 나이대에 걸맞은 현실적인 연기와 극의 분위기를 환기시키며 ‘류선재=변우석’ 공식을 완성했다. 특히 오직 임솔(김혜윤)만을 바라보는 순애보적인 캐릭터를 다정한 눈빛과 중저음의 목소리, 무해한 비주얼로 표현하며 ‘선재 앓이’, ‘선재 신드롬’을 만들어냈다. 변우석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류선재로 불리며 차세대 ‘캐아일체’ 배우이자 차세대 본명 잃은 배우로 각광받고 있다.
‘캐아일체’, ‘본명 잃은 배우’라는 타이틀은 어떤 시상식의 트로피 못지 않은 훈장이 됐다. 시청자들이 캐릭터로 기억해준다는 건 배우의 연기가 훌륭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작품 또한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증거다. 박성훈, 김수현, 변우석으로 대표되는 본명 잃은 배우 계보에 어떤 배우가 인생 열연으로 합류할지 주목된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