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호랑이가 됐다. 주민규(34, 울산 HD)가 뜻깊었던 6월 A매치를 마무리했다.
김도훈 임시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1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6차전에서 중국을 1-0으로 꺾었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황선홍 감독, 김도훈 감독 등 세 명의 감독으로 2차 예선을 치루면서 승점 16(5승 1무)라는 성적으로 조 1위를 확정했다. 또한 아시아 랭킹 3위로 일본, 이란과 함께 3차 예선 톱시드 자리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대표팀은 클린스만 감독 경질 이후 3월 A매치는 황선홍 감독 체제로 1승 1무(3차전 홈 1-1 무, 4차전 3-0 승리), 김도훈 감독 체제에서 2승(5차전 원정 7-0 승, 6차전 홈 1-0 승)을 거뒀다. 다행히도 2명의 임시 감독이 임무를 잘 수행하며 더 큰 혼란을 막았다.
그러나 이제 3차 예선을 앞두고 정식 감독을 제대로 선임해야 된다는 최우선 과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임시 감독은 내가 마지막이었으면 한다"라는 김도훈 감독의 말대로 새로운 수장을 찾을 때가 됐다.
이날 주민규는 후반 16분 교체 투입돼 한국의 승리에 힘을 보탰다. 그는 A매치 두 경기 연속골을 넣거나 공격 포인트를 따로 올리진 못했다. 그러나 공격적인 움직임과 날카로운 터닝슛으로 존재감을 드러냈고, 투입 직후 이강인의 결승골에 간접적으로나마 기여하기도 했다.
주민규는 경기 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두 경기를 2승으로 마무리해서 저번보다 기분이 좋다. 데뷔골까지 넣어서 이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 재밌게 잘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김도훈 감독의 주문을 잘 수행한 주민규였다. 그는 "팀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생각으로 들어갔다. 공격할 때 어떻게 마무리를 지어야 할지, 어떻게 파이널 서드에 가야 할지 고민했다. 감독님께서 위에서 버티고 슈팅을 때리라고 말씀하셨다. 그런 장면들이 나오다 보니까 또 (이)강인이한테 찬스가 나온 것 같다"라며 투입 당시를 되돌아봤다.
주민규에겐 너무나 뜻깊었던 6월 A매치다. 그는 지난 몇 년간 K리그 대표 골잡이로 활약했지만, 파울루 벤투 감독과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선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주민규는 지난 3월 처음으로 A대표팀에 승선했고, 태국전을 통해 '최고령 A대표팀 데뷔(33세 343일)' 기록을 작성했다. 그리고 싱가포르전에선 1골 3도움을 터트리며 故 김용식(39세 264일)에 이어 A매치 최고령 데뷔골 2위 기록(34세 54일)까지 썼다.
두 경기를 마친 주민규는 "K리그가 굉장히 수준이 높다는 사실을 또 새삼 느끼게 됐다. 또 K리그뿐만 아니라 대표팀 선수들이 한 수 위라는 점을 많이 느꼈다. 개개인적으로 월드클래스 선수들이 많다 보니까 나만 잘하면 골을 많이 넣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더라"라고 소감을 남겼다.
이제 주민규의 목표는 다시 소속팀 울산에서 활약하며 9월 A매치를 기다리는 것. 그는 "소속팀에 들어가서 잘해야지만 대표팀에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자신감을 얻어서 소속팀에서 많은 골을 넣을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라며 다음 대표팀 발탁에 대해선 "새로 오실 감독님 마음 아닐까?(웃음) 나는 대표팀에 오고 싶은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다. 부단히 노력해야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주민규는 팬들의 뜨거운 응원에도 감사를 표했다. 경기 전 전광판에 주민규의 이름이 호명되자 엄청난 함성이 터져나왔다. 그는 "전혀 예상 못했다. 내 이름을 그렇게 크게 환호해 주시는 걸 보면서 '내가 잘하고 있구나. 그래도 열심히 노력한 걸 보상받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단히 더 노력해야 하겠다는 감사함을 갖고 경기를 뛰었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finekos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