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프라이즈한 하루는 없었다. 한국과 중국이 만났고, 이번에도 한국이 이기고 중국이 지는 평범한 하루였다.
김도훈 임시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1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6차전에서 중국을 1-0으로 꺾었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황선홍 감독, 김도훈 감독 등 세 명의 감독으로 2차 예선을 치루면서 승점 16(5승 1무)라는 성적으로 조 1위를 확정했다. 또한 아시아 랭킹 3위로 일본, 이란과 함께 3차 예선 톱시드 자리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대표팀은 클린스만 감독 경질 이후 3월 A매치는 황선홍 감독 체제로 1승 1무(3차전 홈 1-1 무, 4차전 3-0 승리), 김도훈 감독 체제에서 2승(5차전 원정 7-0 승, 6차전 홈 1-0 승)을 거뒀다. 다행히도 2명의 임시 감독이 임무를 잘 수행하며 더 큰 혼란을 막았다.
그러나 이제 3차 예선을 앞두고 정식 감독을 제대로 선임해야 된다는 최우선 과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임시 감독은 내가 마지막이었으면 한다"라는 김도훈 감독의 말대로 새로운 수장을 찾을 때가 됐다.
중국도 승점 8, 2승 2무 2패로 조 2위로 2차 예선을 통과했다. 중국은 싱가포르 원정 2-2 무승부, 안방에서 태국과 1-1 무승부 등으로 위기에 몰렸으나 승자승으로 간신히 태국을 제치며 24년 만의 월드컵 본선행 희망을 이어갔다. 중국으로선 최종전에서 태국이 경기 내내 싱가포르를 두들기고도 3-1로만 승리한 게 다행이었다.
사실 이날 중국은 한국과 어떻게든 비기고자 했다. 한국에 무릎 꿇으면 태국에 역전당할 가능성이 적지 않았기 때문. 실제로 태국이 한 골만 더 넣었거나 한 골만 덜 실점했으면 3차 예선 진출의 주인공은 중국이 아닌 태국이 될 수 있었다.
물론 한국전 무승부는 중국으로선 쉽지 않은 과제임이 분명했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안방에서도 0-3으로 깨졌다. 그럼에도 중국은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이반코비치 감독은 경기 전날 기자회견에서 "상대는 강팀이지만 우리는 자신이 있다"라며 '공한증 타파'를 외쳤다. 중국 내에서도 한국은 비교적 조직력이 강한 팀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반코비치 감독은 '원 팀' 정신으로 한국을 놀라게 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는 3년 전 오만 대표팀을 이끌고 일본을 꺾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일본 원정 승리는 원팀으로 싸웠기 때문이다. 내일도 마찬가지다. 잘 뭉쳐서 싸우면 충분히 가능하다. 서프라이즈한 결과를 만들어보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놀랄 만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중국은 전반을 실점 없이 잘 버티긴 했다. 두 줄 수비를 바탕으로 한국의 공세를 잘 막아냈고, 신경전과 몸싸움도 서슴치 않았다. 손흥민을 향한 집중 견제는 말할 것도 없었다.
딱 거기까지였다. 중국은 이따금 위협적인 공격을 선보이기도 했으나 한국 골문을 열진 못했다. 후반에도 한국이 주도권을 쥐고 경기를 지배하는 흐름이 계속됐다. 특히 중국 수비는 손흥민의 돌파를 저지하느라 경고까지 받아야 했다.
결국 중국은 손흥민과 이강인을 막지 못하고 무너졌다. 후반 16분 손흥민이 박스 왼쪽에서 공을 받은 뒤 골문 앞으로 낮고 빠른 땅볼 크로스를 올렸다. 수비에 맞고 흘러나온 공을 이강인이 뛰어들며 정확히 마무리해 선제골을 터트렸다. A매치 10호 골을 기록한 이강인은 그대로 손흥민에게 달려가 폴짝 뛰어 안겼다. 요란하던 중국 관중들은 일제히 침묵에 빠졌다.
이후로도 반전은 없었다. 중국은 한 골 차 패배에 만족한다는 듯 공격 의지를 드러내지 않았고, 남은 30분도 수비적으로 버티는 선택을 내렸다. 중국 축구가 한국을 놀라게 하는 일은 종료 휘슬이 불릴 때까지 나오지 않았다. 딱 한 가지 생각과 달랐던 점은 "중국이 이렇게까지 수비적일 줄은 몰랐다"던 이강인의 말처럼 패배를 피하려는 의지도 없어 보였던 모습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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