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핀 꽃' 주민규(34, 울산 HD)가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 A매치 두 경기 연속골에 도전한다.
김도훈 임시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1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6차전에서 중국과 맞붙는다.
한국은 이미 최종 예선 진출이 확정됐다. 지난 6일 싱가포르 원정에서 무려 7-0 대승을 거두며 승점 13점(4승 1무) 고지를 밟았고, 2위 중국(승점 8)을 5점 차로 따돌리면서 일찌감치 1위를 달성했다.
반면 중국은 2위지만, 예선 탈락 위기에 몰렸다. 이번 경기 결과에 따라 3위 태국(승점 5)에 역전당할 가능성도 충분하기 때문. 현재 중국은 골 득실 +1, 태국은 -2다. 마지막 경기에서 중국이 한국에 대패하고 태국이 싱가포르를 상대로 승리한다면 순위가 뒤집힐 수도 있다.
한국도 승리가 필요하긴 마찬가지다. 중국전 결과에 따라 최종 예선 톱시드 확보가 좌우될 수 있기 때문. 3차 예선은 FIFA 랭킹을 기준으로 시드가 정해진다. 일본(18위)과 이란(20위)이 아시아 1, 2위를 지키고 있고, 한국(23위)과 호주(24위)가 남은 한 자리를 두고 경쟁 중이다.
현재 한국은 1563.99점, 호주는 1563.93점으로 단 0.03점 차인 상황. 무조건 승리해야만 3위 자리를 수성하며 1번 포트 자격을 가질 수 있다. 만약 2시드로 밀려난다면 일본이나 이란, 호주 중 한 팀과 같은 조에 묶이며 비교적 어려운 여정을 이겨내야 한다.
중국과 맞대결을 앞둔 서울월드컵경기장. 경기장은 킥오프 3~4시간 전부터 팬들의 뜨거운 열기로 가득하다. 무려 30°에 육박하는 무더위가 찾아왔지만, 팬심을 막을 순 없었다. 6만여 입장권이 매진된 만큼 어딜 가도 인파로 가득했다.
역시 주장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유니폼을 가장 많이 볼 수 있었다. 황소' 황희찬(울버햄튼)도 많은 인기를 자랑했고,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와 이재성(마인츠) 등 해외파 선수들을 응원하는 이들도 많았다. 싱가포르전에서 나란히 A매치 데뷔골을 터트린 주민규와 배준호(스토크) 유니폼도 눈에 띄었다.
자신을 G씨로 소개한 한 팬도 주민규의 울산 18번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찾았다. 구미에서 먼 길을 왔다는 그는 "오늘 아침에 출발해서 점심을 서울에서 먹었다. 오늘 아니면 내일 내려갈 예정이다. 중국전 하나 보고 왔다"라며 수줍게 웃었다.
친구 K씨도 생애 첫 A매치 직관을 기다리고 있었다. G씨를 따라왔다는 그는 손흥민의 토트넘 유니폼을 빌려 입고 왔다며 기대감을 전했다.
가장 크게 기대하고 있는 선수는 역시 주민규. 그는 지난 3월 처음으로 A대표팀에 승선했고, 태국전을 통해 '최고령 A대표팀 데뷔(33세 343일)' 기록을 작성했다. 그리고 싱가포르전에서 제대로 폭발했다. 주민규는 헤더 데뷔골로 고故 김용식(39세 264일)에 이어 A매치 최고령 데뷔골 2위 기록(34세 54일)을 썼고, 도움도 3개나 올렸다.
G씨는 싱가포르전 이야기가 나오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울산에서 하던 것처럼 잘하더라. 등지고 버텨주면서. 사실 골도 더 넣었다면 좋았겠지만, 손흥민과 이강인에게 어시스트도 많이 하고 동료를 살려주는 플레이를 많이 해줘서 좋았다"라고 말했다.
손흥민과 토트넘에서 찰떡 호흡을 자랑했던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을 연상케 하는 플레이었다. G씨는 "K리그에서도 케인 세레머니를 자주 한다. 나이가 있긴 하지만, 북중미 월드컵까지 가면 좋겠다. 손흥민의 플레이를 더 살려줄 수 있는 선수다. 손흥민이 인터뷰에서 보고 배울 점이 많다고 얘기한 것도 봤다. 너무 좋았다"라고 밝혔다.
주민규는 이날도 선발 출전이 예상된다. 또 다른 스트라이커 오세훈(마치다 젤비아)이 경미한 부상으로 회복 중이기 때문. G씨와 K씨는 "선수 보호 차원에서라도 주민규가 바로 나오지 않을까 싶다. 골을 넣으면 좋겠다. 하지만 어시스트로 공격 포인트를 쌓아도 좋다"라며 나란히 주민규의 활약을 점쳤다.
/finekos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