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 악몽 재현은 없었다. 지난 1월 강근철 감독 부임 이후 무서운 속도로 성장한 젠지가 기어코 마스터스 상하이에서 대망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발로란트 e스포츠씬이 생긴 이래 퍼시픽지역의 첫 글로벌 우승이라는 이정표까지 남겼다.
젠지는 9일 오후 중국 상하이 메르세데스-벤츠 아레나에서 열리는 '2024 발로란트 마스터스 상하이' 결승전 헤레틱스와 결승전에서 세트스코어 3-2(13-6, 9-13, 9-13, 13-4, 13-3)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젠지는 발로란트팀 창단 이후 첫 마스터스 우승이라는 대업을 완성했다. 젠지의 우승은 발로란트 챔피언스 투어 역사상 첫 한국팀의 글로벌 우승이 됐고, 유럽과 미주에 밀려 조연에 불과했던 퍼시픽 리그에서도 첫 VCT 국제대회 우승이라는 값진 성과가 만들어졌다.
지난 대회 마스터스 마드리드에 이어 2연속 마스터스 결승전에 오른 젠지는 바인드를 밴하고 브리즈, 어센트를 선택했다. 헤레틱스는 선셋 제거 이후 아이스박스, 로터스를 픽했다. 남은 스플릿이 5세트 전장이 되면서 브리즈-아이스박스-어센트-로터스-스플릿 순서로 결승전 밴픽이 완성됐다.
자신들이 선택한 전장 '브리즈'에서 젠지는 시작부터 발군의 기량으로 상대를 찍어눌렀다. '요르'를 잡은 '메테오'가 상대 흐름을 끊어내는 완벽하 캐리로 경기를 지배했다. 여기에 '카론'의 후방 지원과 '라키아'의 기막힌 화력 지원이 '브리즈'를 젠지의 전장으로 만들었다.
수비로 전반에 돌입한 젠지는 피스톨라운드에 이어 6라운드까지 여섯 라운드를 방어에 성공하면서 라운드스코어 6-0으로 초반 기세를 끌어올렸다. 헤레틱스가 7, 8라운드를 만회했으나, 9라운드부터 다시 넉 점을 계속 보태면서 전반전을 10-2라는 일방적인 상황으로 정리했다.
공격으로 전환한 후반전 역시 피스톨라운드를 챙기면서 기세를 살린 젠지는 헤레틱스가 14, 15라운드, 17, 18라운드 득점에 성공했지만, 전반의 큰 점수 차이를 잘 지켜내면서 1세트를 가볍게 매조지었다.
하지만 2세트부터 헤레틱스의 반격이 시작됐다. 2세트 '아이스박스'에서 젠지의 출발은 나쁘지 않았지만 7-5로 앞선채 돌입한 후반에서 일격을 연달아 맞으면서 동점을 허용했다. 여기에다 가장 자신있는 전장이었던 3세트 '어센트'까지 9-13으로 패하고 매치포인트를 내주면서 벼랑 끝으로 몰렸다.
위기 속에서 맞이한 4세트 '로터스'의 시작은 불안했다. 피스톨라운드와 2, 3라운드 세번을 실점하면서 끌려가는 모양새였다. 3세트 상대의 스파이크 설치를 막아내면서 기사회생에 성공한 젠지는 내리 아홉번을 연달아 잡아내면서 단숨에 9-3으로 앞서나갔다.
집중력이 살아난 젠지는 내친김에 세 번을 더 승리하면서 12-3으로 격차를 더 벌렸다. 헤레틱스가 16라운드를 만회했지만, 젠지는 17라운드 상대를 전멸시키면서 4세트를 승리하고 기사회생에 성공했다.
다시 경기력을 끌어올린 젠지는 5세트 '스플릿'에서는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전반전을 9-3이라는 큰 점수 차이로 정리한 젠지는 후반에서도 네 번 연속 상대의 공세를 모두 막아내면서 짜릿한 세트스코어 3-2로 대회의 대미를 장식했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