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울 텐가 포기할 텐가. 난 전자를 선택했다."
황선홍 대전하나시티즌 감독이 다시 한번 도전을 시작한다.
황선홍 감독은 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대전하나시티즌 취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그는 K리그1 11위로 처지며 강등 위기에 처한 대전의 소방수 역할을 맡게 됐다.
4년 만의 대전 복귀다. 황선홍 감독은 부산과 포항, FC서울을 거쳐 지난 2020년 하나금융그룹과 함께 새롭게 출발하는 대전하나시티즌의 기업 구단 전환 첫 사령탑을 맡았다. 하지만 그는 한 시즌도 채우지 못한 채 자진사퇴 형식으로 물러나며 아쉬움을 남겼다. 이후 U-23 대표팀을 맡았던 황선홍 감독은 다시 한번 대전의 손을 잡으며 K리그 무대로 돌아오게 됐다.
대전 구단은 "성적 부진으로 K리그1 11위를 기록하고 있는 위기 상황을 타파하며 새로운 변화와 반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외 리그와 국가대표 팀에서 선수, 지도자로 풍부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황선홍 감독이 선수단을 통솔하는 리더십과 경험을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할 적임자로 판단했다"라고 황선홍 감독 선임 이유를 밝혔다.
어쩌면 황선홍 감독에게도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그는 과거 대전에서는 물론이고 U-23 대표팀에서도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수확하긴 했지만, 2024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하며 고개를 떨궜다. 9회 연속 이어지던 한국 축구의 올림픽 역사가 끊긴 만큼 여파가 클 수밖에 없었다.
대전 사령탑 제안을 승낙하는 데도 고민이 컸다. 황선홍 감독은 "많이 고심됐다. 대전이 아니었으면 선택하지 않았을 것 같다. 초대 감독으로서 아쉬웠던 부분들이 많다. 항상 마음 속으로 응원하고 함께하고 싶었던 팀"이라며 "초대 감독으로서 지금 위기를 넘기고 싶은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 창단 때 목표했던 탑 레벨 팀으로 가는 데 초석을 다지려 한다"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황선홍 감독의 각오는 남달랐다. 그는 올림픽 탈락 이야기가 나오자 " 팬 여러분과 선수들에게 굉장히 미안한 마음이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 한켠이 쓰리고 아프다. 착잡하다"라면서도 "쓰러져 있을 것이냐 다시 일어날 것이냐가 가장 중요하다. 이 시점에서 자신을 믿고 다시 도전하는 게 중요하다. 대전 팬들 걸개도 걸려 있더라. 싸울 텐가 포기할 텐가. 난 전자를 택했다.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겠다"라고 굳게 다짐했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당연히 강등권 탈출. 황선홍 감독은 "1차적으로 빨리 강등권을 벗어나고 팀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 다음 목표는 그 이후에 밝히도록 하겠다. 지금은 모두가 반드시 강등권에서 빨리 벗어나 안정을 찾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황선홍 감독은 더 큰 포부도 밝혔다. 지난 3년간 연령별 대표팀을 지휘한 그는 현장에서 직접 느낀 현대 축구 흐름을 대전에 이식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황선홍 감독은 "지배하고 주도하는 축구를 하고 싶다. 감독을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한국 축구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나 많이 고민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조금 투박하고 확실치 않아도 직선적으로 공간을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라고 돌이켜 봤다.
이제는 생각이 달라졌다. 황선홍 감독은 "정확성이 없으면 굉장히 어려운 시대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시대의 흐름이, 현대 축구 흐름이 그렇다. 이제는 공간 싸움이다. 정확성이 떨어지면 많이 뛰어야 하고 힘들어진다. 정확성이 발전해야 좋은 축구를 할 수 있다. 앞으로는 한국 축구가 그렇게 나아가야 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물론 지금 당장 황선홍 감독의 철학을 보여주긴 쉽지 않다. 그 역시 "물론 스쿼드상 지배하고 주도하는 축구가 어렵다는 건 잘 알고 있다. 선수도 수급이 돼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대전의 철학은 지배하고 주도하는 축구가 돼야 하지 않나 싶다. 그걸 기반으로 팀을 만들어 나가겠다"라고 인정했다.
한편 황선홍 감독과 대전 선수단은 5일 덕암축구센터에서 상견례를 가졌다. 4년 전 대전에서 뛰었던 선수들은 모두 팀을 떠났기에 대부분 첫 만남이었다. FC서울 시절 인연을 맺었던 주세종과 포항에서 함께했던 김승대 정도가 아는 얼굴.
새 닻을 올리는 황선홍 감독은 첫 훈련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짧고 강한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중심에서 떨어져 나가지 말고, 우리가 중심이 된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높은 목표 의식을 갖고 자신감 있게 하자"라며 "훈련장 분위기는 밝고 유쾌해야 한다. 목소리는 크게! 운동장은 시끄럽게!"라고 외쳤다. 둥글게 선 대전 선수단도 크게 기합을 넣으며 각오를 다졌다.
무엇보다 먼저 하나로 뭉쳐야 하는 대전이다. 주장 이순민은 "감독님께서 가장 강조하신 부분은 '원 팀 원 골'이다. 모든 구성원이 같은 곳을 바라보고 하나의 팀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하셨다. 선수들이 잘 받아들이고 잘 따라야 한다"라며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없고,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다"라고 힘줘 말했다.
나란히 배수진을 친 황선홍 감독과 대전. 황선홍 감독도 "항상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한다. 과거에도 지금도 변함이 없다. 대전과 함께라면 얼마든지 성공 신화를 쓸 수 있다고 확신하고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며 "팬분들께서는 올 시즌 끝날 때까지 지켜봐주시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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