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콜라이트' 이정재가 한국 배우 최초로 '스타워즈'에 입성, 새로운 제다이를 보여줬다.
5일 오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애콜라이트'의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주연 배우 이정재가 참석했고 ,1~2회를 글로벌 동시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애콜라이트'(연출 레슬리 헤드랜드, 제공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는 평화를 수호하는 제다이 기사단의 황금기로 불리던 시대에 전대미문의 제다이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지고, 그 뒤에 숨겨진 비밀과 진실 속 새롭게 떠오르는 어둠의 세력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미스터리 액션 스릴러 작품이다. 이정재는 '애콜라이트'에서 우주의 평화를 지키는 제다이 마스터 솔 역을 맡아 열연했다. 한국 배우 최초로 '스타워즈' 세계관에 입성하며 새로운 변신을 시도했고, 그의 첫 할리우드 시리즈로 영어 연기에 도전했다.
이정재 외에도 에미상 후보에 올랐던 시리즈 '러시아 인형처럼'의 레슬리 헤드랜드가 연출을, 선댄스영화제에서 수상한 '애프터 양' 코고나다 감독이 3, 7회 연출을, 여기에 '겟 아웃' '어스' 음악 감독이 참여했다. 또 '당신이 남긴 증오' '헝거게임' 아만들라 스텐버그, '퍼펙트 스트레인저스' 매니 자신토, '히스 다크 마테리얼' '로건' 다프네 킨, '퀸 앤 슬림' 조디 터너-스미스, '애나 만들기' 레베카 헨더슨, '러시아 인형처럼' 찰리 바넷, '1917' '더 킹: 헨리 5세' 딘-찰스 채프먼, '매트릭스' 캐리-앤 모스 등 할리우드 대표 명작에서 열연을 펼친 배우진이 역대급 앙상블을 예고한다.
아시아 배우 최초로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TV부문 남우주연상을 받은 이정재는 SAG, 인디펜던트스피릿 어워즈, 크리틱스초이스 어워즈 등 미국 주요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휩쓸었다. 이후 차기작으로 직접 연출과 주연을 맡은 한국영화 '헌트'를 내놨고, 곧바로 할리우드에 진출해 미국 최대 규모의 엔터테인먼트 및 스포츠 에이전시 CAA와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에 공개되는 신작 '애콜라이트'가 글로벌 활동의 첫 신호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 연말에는 전 세계적인 기대작 '오징어 게임' 시즌2가 오픈된다.
시리즈를 미리 본 이정재는 "지금껏 나왔던 '스타워즈' 이야기들 중에서 가장 시대 배경으로는 이전 배경을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제다이나 다른 캐릭터들도 지금까지 나왔던 인물들보다 먼저 살았던 인물들이다. 나도 마찬가지로 제다이 중에서는 선배 급인 개념이다. 캐릭터를 어떻게 잡을까 생각했다. 정형화된 제다이보단 좀 더 인간의 감성에 가까운 표현을 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했다. 두려움을 느낄 때는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안타까움에 대한 표현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어 "여러가지 감정 표현에 좀 더 적극적으로 제다이 마스터 솔을 연기하면 기존에 표현된 제다이들과 다른 결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면서도 기존에 나온 제다이 분들의 연기를 보면서 어떻게 하면 좀 더 연관성을 가지며 제다이의 모습이 나로부터 쭉 이어질 수 있을까 효과를 고민했다"며 "촬영 들어가기 전에 다른 (스타워즈 관련)영화나 TV쇼를 전부 봤다. 제다이 위주로 보게 되더라. 역시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리암 니슨 배우가 연기한 콰이곤 진이라는 제다이 캐릭터가 있다. 그 캐릭터와 솔이란 캐릭터의 결을 같이 하고 싶었다. 어떻게 보면 솔이란 캐릭터가 더 먼저 시대에 살았기에 콰이곤 진이 마스터 솔의 파라완이란 느낌이 있지 않을까 했다"며 참고한 캐릭터를 언급했다.
해외에서 10개월간 촬영한 그는 "이렇게 해외에서 장기 체류하면서 한 촬영이 오랜만이었다. 10개월동안 해외에 있었던 건 처음이었다. 3~4개월은 있었지만 10개월은 처음이었다. 불편한 부분도 있고 어려운 부분도 있었는데, 숙식 문제를 빼더라도 어쨌든 작품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발전시킬까 고민했다"며 "무엇보다 영어가 제1의 언어가 아닌 상황에서 영어로 연기를 해야해서 신경이 쓰였다. 기존 선생님 2명에 추가로 선생님 2명까지 훌륭한 선생님을 만나서 촬영 전 4개월간 트레이닝했다. 런던으로 가서 대면과 줌으로 병행했고, 매일 트레이닝 하면서 많이 익숙해진 상태로 시간을 벌었다. 촬영할 때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뉘앙스가 잘못되거나, 감독님이 생각한 느낌이 아니면 다시 찍었다. 다행히 감독님이나 스태프분들이 'JJ가 영어가 편하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에 좀 더 기다려주고, 이해해주셔서 편안했다. 나한테는 감사하는 현장"이라며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한국의 톱스타지만, '애콜라이트'에 합류하기 위해 오디션을 거친 이정재. 그는 "오디션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카메라 테스트를 받아보자고 했다. 감독님하고 줌 미팅으로 2번 정도 사전에 미팅을 했고, 그 미팅에서 감독님이 어느 정도 만족스러웠는지 대본으로 신 2개를 보내주셨다. 내가 어떤 역할인지는 블라인드로 해놓고 감독님이 정한 신 2개를 보내주셨다. 처음에는 어떤 역할인지 잘 모르고 다이얼로그를 연습해서 영국으로 갔다. 상대 배우와 카메라 테스트를 같이 받는 것도 있었고, 아닌 것도 있었다. 꽤 많이 준비해 놓은 세트장 안에서, 풀 세팅돼 있는 실내 세트 공간에서 촬영했다. 사실 카메라 테스트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100% 인지는 못했다. '케미스트리 리허설 같은 건가?' 싶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정재는 "그때 지나가는 스태프 분이 '너 말고 카메라 테스트 받은 사람이 몇 명 더 있다'고 하더라. 그 얘기를 얼핏 들렸다. 그중에는 유명하신 분도 몇명 더 있었다. '카메라 테스트이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오디션이나 마찬가지구나' 느꼈다"며 "그 이후로 한국에 들어오고 일주일에서 열흘 후 캐스팅 소식을 들었다. 그 다음에 시나리오를 4부 정도까지 보내주셨다. '당신이 맡을 역할은 제다이 마스터 솔 역할이다'라고 하셨다. 제다이라는 얘기에 많이 놀랐다"고 말했다.
이날 이정재는 최근 불거진 인종차별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그런 얘기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타워즈'를 아주 오랫동안 열정적으로 응원하시는 팬분들이 많으시더라. 그런 얘기만 들었을 땐 '팬덤이 많은가보다' 그 정도로 생각했는데 실제 런던에서 '스타워즈' 데이 행사에 참여했을 때 그 광경을 봤다. 내가 상상한 곱하기 50정도 되는 것 같았다. 어마어마했고, '스타워즈' 팬분들이 참여했는데, 굉장히 다양한 분들이 참여하시면서 그 열기가 대단했다. 거의 내가 여태까지 본 군중들의 모습들 중에 톱 안에 들어가는 열기였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정재는 '애콜라이트' 공개를 앞두고 인종차별, 유색인종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애콜라이트'를 기획하고 연출, 제작한 레슬리 헤드랜드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심한 편견과 인종주의 또는 혐오 발언과 관련된 그 누구든 나는 스타워즈 팬으로 여기지 않는다"며 소신을 밝혔다.
이어 "나는 스타워즈 팬들과 공감하며 이들을 굳게 지지한다"고 말했지만, "이것만은 분명히 하고 싶다"며 인종주의를 포함해 편견을 드러내는 의견은 반드시 배척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작품에서 활약한 이정재와 유색인종 배우들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애콜라이트'에는 마스터 제다이로 분한 이정재를 비롯해 전사 역의 아만들라 스텐버그(아프리카계), 그림자 상인 역의 매니 재신토(필리핀계), 마녀 집단의 리더 역의 조디 터너-스미스(아프리카계) 등 다양한 유색인종 배우들이 출연한다.
특히 '스타워즈'는 미국 현지에서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가운데, 강력한 포스를 지닌 마스터 제다이 역에 시리즈 사상 최초로 아시아인이 캐스팅되자 일부에서는 불만 섞인 비판적인 의견도 나왔다. 지금까지는 백인들의 전유물이었기 때문.
이에 대해 이정재는 "각자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다. '애콜라이트'의 배경이 우주다. 캐릭터로 외계인도 나오는데 인물도 다양하게 나오는게 좋겠다는 게 감독님의 의도인 것 같다. 제다이도 윗 세대의 제다이니까 일부 생각하는 사고, 철학도 동양의 모습이 보인다. '그럼 동양의 모습이 어디에서 왔을까?' 생각해보면 자연스럽게 동양의 제다이도 나오는게 자연스러운 것 같다. 이건 어쩔수 없이 다양한 관객분들의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있어서 크게 다른 생각은 별로 없다"며 존중했다.
사실 '스타워즈' 시리즈는 미국 현지에서 엄청난 팬덤을 자랑하지만, 국내에서는 크게 인기가 없는 편이다. 이와 관련해 이정재는 "스타워즈 시리즈 물들이 앞뒤로 연결돼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들이 있다. 그런 것이 앞뒤를 봐야만 하는, 그래야 맥락이 전체가 이해가 되는 시리즈물이 있다. 지금 '애콜라이트'는 윗세대의 이야기라 이것부터 쭉 보셔도 전혀 무방하실 것 같다. 이야기가 연결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저희들은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고, 표현할 수 있었다. 지금 막 스타워즈를 접하게 되신 분들도 가볍게 접근하실 수 있고, 가볍게 따라가실 수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며 장점을 나열했다.
마지막으로 "스타워즈라는 큰 IP의 프로젝트는 영화 역사에선 빼놓을 수 없는 프로젝트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영화를 하는 입장에선 스타워즈에 참여했다는 게 매우 즐거운 일이다. 이게 1970년대부터 50년간 이어져오고 있다. 앞으로도 더 많이 갈 것 같고, 그 기운을 느꼈다. 내가 지금 맡아서 한 솔이라는 캐릭터도 아마 시간이 지나서도 남게 될 것 같고,. 애착도 많이 간다"며 "우리나라는 스타워즈가 다른 나라에 비해서 팬덤이 많지 않은데, '애콜라이트' 이후로 다른 TV쇼, 다른 영화도 만들어지고 있으니까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한편 '애콜라이트'는 오늘(5일) 1~2화 공개를 시작으로, 디즈니+에서 매주 수요일 1회씩 총 8개의 에피소드가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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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준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