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가 20주년을 맞아 현충일에 재개봉한 가운데, 배우 원빈의 '자발적 경력단절'이 유독 더욱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감독 강제규)가 6월 6일 현충일에 재개봉한다. 지난 2004년 개봉해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가운데,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개봉하는 것이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최초 개봉 당시 1174만 여 명의 관객을 동원해 여전히 흔치 않은 '천만 영화'다. 더욱이 6.25 전쟁을 형제의 비극에 빗대 인간적으로 풀어낸 점에서 '한국 전쟁'을 다룬 상업 영화의 교과서적인 작품인 만큼 재개봉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의미를 더하고 있다.
그러나 영화의 기념비적인 순간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은 남는다. 작품에서 큰 축을 담당한 배우 원빈이 이를 함께 하지 못한 것이다. 원빈은 극 중 이진석 역을 맡아 형 이진태 역의 배우 장동건과 함께 '태극기 휘날리며'를 통한 형제의 비극을 효과적으로 풀어냈다. 자연히 '태극기 휘날리며'의 재개봉에도 원빈이 의미를 더할 것이 기대됐으나, 그는 최근 진행된 '태극기 휘날리며' 재개봉 기념 시사회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강제규 감독은 물론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 장동건이 자리를 지키며 재개봉 의미를 강조한 것과 상반된 행보다.
시사회 이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원빈의 불참에 대해 묻자 강제규 감독과 장동건은 민망한 듯 웃으며 멋쩍은 반응을 보였다. 강제규 감독은 "원빈 씨도 같이 참석했으면 좋았을 텐데하는 생각이 든다. 동건 씨도 저도 똑같다"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다만 그는 "제가 해외 출장 중일 때 '태극기 휘날리며' 재개봉 소식을 들었다. 재개봉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비교적 늦게 들은 것이었다. 그래도 적어도 동건 씨, 원빈 씨는 참석을 하면 좋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 연락을 취했다. 그런데 원빈 씨는 요즘 활동을 잘 안 하시니까 저도 본인과 연락을 한 지가 꽤 됐더라. 한 4~5년은 된 것 같았다. 그렇다 보니 원빈 씨 전화 번호가 바뀐 것 같았다"라고 고백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더불어 그는 "이번에 제대로 소통이 돼서, 같이 자리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저도 있다. 대신에 영화의 20주년이 올해인 만큼 이번에 제천 영화제에서도 자리를 만들려고 준비하는 게 있다. 그 때는 사전에 원빈 씨에게 연락을 해서 함께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지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혀 기대감을 남겼다.
함께 작품에 임한 감독조차 연락처를 모를 정도로, 원빈의 최근 영화계 활동이 전무하긴 했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원빈은 2010년 개봉한 영화 '아저씨'를 마지막으로 작품에 임하지 않고 있다. 무려 14년 동안 공백기를 갖고 있는 상황. 이쯤 되면 반은 은퇴라 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다. 아내인 이나영도 다작은 아니지만, 그 역시 지난해에도 웨이브 드라마 '박하경 여행기'에 출연한 것과 비교되는 행보다. 여전히 원빈이 미남 배우의 대명사인 것을 고려하면 흔치 않은 자발적 경력단절이다..
도대체 언제쯤 작품에서 원빈을 다시 볼 수 있을까. 강제규 감독이 공언한 제천 영화제는 영화와 음악을 동시에 즐기는 국내최초 음악영화제로, 올해 20회를 맞는다. 이에 오는 9월 5일부터 10일까지 개최를 앞두고 있다. 이 자리에서는 오랜만에 공식석상에서 작품과 함께 하는 원빈을 볼 수 있을까. 이제는 신작은 커녕 재개봉 작품으로라도 그의 근황을 직접 들려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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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DB, 영화 포스터 및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