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가 엔초 마레스카(44) 감독에게 선물할 '1호 신입생'을 정했다. 주인공은 바로 장신 센터백 토신 아다라비오요(27, 풀럼)다.
유럽축구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시오 로마노는 1일(이하 한국시간) "첼시는 토신과 계약을 마무리 중이다. 협상은 최종 단계에 있다"라고 전했다. 토신은 오는 30일 끝으로 풀럼과 계약이 만료되기에 이적료도 들지 않는다.
이어 그는 "뉴캐슬 유나이티드도 지난 몇 주간 토신 영입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이제 첼시가 확실한 승리 후보다. 첼시는 협상이 완료될 때까지 주의했다"라며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토신은 마레스카 감독의 첫 번째 영입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이브닝 스탠다드' 역시 "첼시는 뉴캐슬이 영입 제안을 보낸 토신 하이재킹을 확신하고 있다. 토신은 뉴캐슬로 갈 것처럼 보였지만, 첼시가 더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경쟁에서 승리했다. 그들은 마레스카 시대를 시작하기 위해 토신과 자유 이적 계약을 체결하기로 합의했다"라고 전했다.
첼시는 2023-2024시즌을 끝으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과 결별한 뒤 새로운 시대를 준비 중이다. 포체티노 감독은 2026년 여름까지 팀을 이끌 예정이었지만, 1년 만에 상호 합의하에 첼시를 떠나게 됐다.
첼시는 막판 5연승을 달리며 6위로 시즌을 마치긴 했지만, 쉽게 만족하긴 어려운 성적이다. 모이세스 카이세도와 콜 파머, 크리스토퍼 은쿤쿠, 니콜라 잭슨 등을 영입하며 선수단 보강에도 돈을 아끼지 않은 결과이기 때문. 결국 첼시 보드진은 시즌 최종전 바로 다음날 포체티노 감독을 훈련장으로 불러 긴급 회담을 나눴고, 그 자리에서 작별을 결정했다. 그들은 포체티노 감독이 궁극적으로 팀 발전을 이끌 적임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포체티노 감독의 후임도 정해졌다. 첼시는 지난 시즌 레스터 시티를 이끌고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우승을 차지한 마레스카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로 결정했다. 영국 '스카이 스포츠'와 '가디언' 등은 지난달 31일 "마레스카는 첼시 사령탑이 되는 5년 계약 조건에 합의했다. 그는 마우리시오 포체티노의 뒤를 이어 첼시를 이끌 예정이다"라고 보도했다.
이어 스카이 스포츠는 "마레스카와 계약은 변호사들에 의해 마무리되고 있으며 주말 전에 발표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 기간 5년은 모두가 첼시가 장기적인 성공을 되찾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향후 재계약에 대한 추측을 차단한다는 사실을 반영한다"라고 덧붙였다.
첼시는 마레스카 감독을 데려오기 위해 레스터 시티에 보상금도 지불한다. 이는 800만 파운드(약 140억 원)에서 1000만 파운드(약 175억 원) 사이 규모로 알려졌다. 계약 기간은 기본 5년이며 추가로 2년을 연장하는 옵션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소 도박수처럼 보일 수 있는 선택이다. 마레스카 감독이 레스터를 승격시킨 건 맞지만, 감독 경험이 풍부한 지도자는 아니기 때문. 그는 1군 무대에서 치른 경기가 70번도 안 되며 프리미어리그 경험은 아예 없다. 감독 커리어 자체가 2021년 세리에 B 파르마에서 중도 경질되기 전까지 14경기, 레스터와 함께한 2023-2024시즌이 전부다.
다만 마레스카 감독은 맨체스터 시티에서 엘리트 육성 팀 수석 코치를 맡다가 2022-2023시즌 1군 팀에서 펩 과르디올라 감독 보조 코치로 활약한 경험이 있다. 당시 맨시티는 트레블을 달성했다. 이 때문에 첼시는 마레스카 감독이 '제2의 미켈 아르테타'가 되길 원하는 눈치다. 아르테타 감독은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 밑에서 코치로 경험을 쌓은 뒤 아스날에 부임해 지도력을 뽐내고 있다.
스카이 스포츠에 따르면 첼시는 마레스카 감독의 열정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는 보드진과 미팅에서 첼시 선수단에 대한 심도 있고 많은 지식을 뽐냈고, 첼시가 원하는 경기 방식과 감독직에 대한 열망에 초점을 맞췄다. 마레스카 감독이 점유율과 포지션 플레이를 강조한다는 점도 플러스 요소였다.
'BBC'도 "첼시는 마레스카 감독이 선수단을 미리 파악하고 있다는 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가 과르디올라 감독을 도와 일했던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첼시 보드진은 아르테타 감독이 에티하드 스타디움을 떠난 뒤 아스날에서 했던 리빌딩 작업에도 깊은 인상을 받았다"라고 전했다.
첼시는 이미 마레스카 감독과 여름 이적시장 계획도 논의했다. 현재 첼시는 번리 골키퍼 제임스 트래포드 영입을 고려하고 있으며 새로운 중앙 수비수와 왼쪽 수비수, 스트라이커를 원하고 있다.
1호 영입생은 그중에서도 센터백 토신이 될 전망이다. 맨시티 유스 출신 토신은 196cm에 달하는 큰 키를 자랑하는 거구의 중앙 수비수다. 남다른 피지컬을 앞세운 강력한 수비와 공중볼 싸움이 최대 강점이며 발도 빠른 편이다. 다만 패스 실력이나 탈압박 능력이 뛰어난 유형은 아니다.
토신은 지난 2020년 풀럼에 합류했다. 그는 곧바로 주전 수비수로 활약하며 팀이 강등당할 때도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지난 시즌부터 경쟁에서 조금씩 밀리며 출전 시간이 줄어들었다. 결국 토신은 풀럼과 재계약을 맺지 않고 떠나기로 결심했다.
첼시뿐만 아니라 토트넘 홋스퍼, 뉴캐슬 등 여러 프리미어리그 팀이 토신에게 관심을 드러냈다. 다만 토트넘은 지난 1월 라두 드라구신을 영입하면서 발을 뺐고, 뉴캐슬이 영입 경쟁을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첼시가 막판에 뛰어들어 토신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영국 '더 부트 룸'은 "토신에게 엄청난 의미를 갖는 이적이다. 그는 지난 몇 년간 풀럼에서 잘 정착했으며 마레스카의 플레이 스타일에 잘 맞을 것"이라며 "토신은 마레스카처럼 맨시티 유스 시스템의 산물이며 어릴 적 과르디올라 밑에서 배웠다. 토신은 과르디올라와 비슷한 전술을 펼치는 마레스카는 밑에서 성공할 수 있다. 첼시로서도 자유 계약(FA) 영입이기 때문에 아주 영리한 조치가 될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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