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범(28, 츠르베나 즈베즈다)이 에이전트로 변신했다. 그가 즈베즈다에 한국 대표팀 후배 설영우(26, 울산 HD) 영입을 직접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르비아 스포츠 매체 '스포르트 클럽'은 30일(한국시간) "설영우의 어깨 수술은 FK 츠르베나 즈베즈다 이적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며 "즈베즈다는 한국인 풀백 설영우를 기다린다"라고 보도했다.
설영우는 지난 2011년부터 울산현대에서 성장, 2020년 6월 왼쪽 풀백으로 선발 출전하며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그는 좌우 풀백을 모두 소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뛰어난 축구 지능으로 때때로 센터백,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소화할 수 있는 멀티 자원이다.
U-17 대표팀부터 차근차근 성장한 설영우는 도쿄 올림픽, 항저우 아시안게임 등에서도 활약했고 특히 지난해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며 병역 혜택까지 누리게 됐다. 지난해부터는 A대표팀에도 꾸준히 승선하며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서도 주전 수비수로 뛰었다.
설영우는 울산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선수 중 한 명이다. 그는 홍명보 감독에게 중용받으며 울산의 K리그1 2연패에 큰 힘을 보탰다. 다만 지금은 고질적인 어깨 탈구로 인해 수술대에 오르며 자리를 비우고 있다.
병역까지 해결한 설영우는 유럽으로부터 러브콜도 받았다. 지난 2월 영국 '더 웨스트햄웨이'는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테크니컬 디렉터 팀 슈타이텐은 대한민국 국가대표 풀백 설영우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다"라며 웨스트햄이 설영우를 향해 관심을 드러냈다고 알렸다.
매체는 당시 "웨스트햄의 테크니컬 디렉터는 이번 아시안컵에서 잠재적인 겨울 이적시장 타깃을 다수 모니터링하고 있다. 구단주 데이비드 설리번은 실력과 직업의식, 상업적 수익 전망을 위해 아시아를 선수 영입 시장으로 지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세르비아 명문' 즈베즈다도 설영우를 눈독 들였다. 지난 2월 세르비아 '스포르탈'은 "즈베즈다는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 설영우 영입 직전에 있다"라고 전했다.
즈베즈다의 관심은 꽤나 진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카우팅 책임자 마르코 마린이 아시안컵이 열리는 카타르 도하를 방문해 울산과 세부 사항을 조율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설영우 역시 유럽 무대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밝혔지만, 현실로 이뤄지진 않았다. 울산으로서도 시즌 개막을 눈앞에 두고 핵심 선수를 보내주긴 어려운 입장이었다.
그럼에도 즈베즈다는 포기하지 않은 모양새다. 스포르트 클럽에 따르면 즈베즈다는 올여름 설영우 영입 재도전에 나선다. 이미 많은 조치를 취했으며 곧 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매체는 "한국 내 다수 보도에 따르면 설영우는 7월 중순까지 그라운드에 설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즈베즈다는 이를 문제삼지 않는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예선은 8월 말에야 열리기 때문"이라며 설영우의 수술 여부와 복귀 시기도 중요치 않다고 전했다.
이어 "겨울 이적시장 당시에도 설영우 영입을 준비했던 즈베즈다였지만, 울산 경영진과 홍명보 감독이 이적을 막았다. 구단은 새로운 제안을 준비 중"이라며 "즈베즈다가 설영우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그가 양쪽 모두에서 활약할 수 있는 풀백이라는 점이다. 그의 가치는 140만 유로(한화 약 21억 원)로 평가되나 즈베즈다가 지불할 이적료는 이보다 높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즈베즈다가 이토록 설영우에게 진심인 데는 '대표팀 선배' 황인범의 존재도 컸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지난 2월에도 황인범이 연결고리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이번에도 황인범이 설영우에게 즈베즈다행을 강력 추천했다.
설영우 역시 유럽 진출을 원하고 있기에 울산을 설득하는 일만 남은 셈. 만약 그가 즈베즈다 유니폼을 입는다면 이을용과 이영표, 김동진, 박주호, 윤석영, 김진수 등 선배들의 유럽 진출 풀백 계보를 잇게 된다.
다만 설영우가 올여름 즈베즈다에 합류해도 황인범과 한솥밥을 먹기는 어려워 보인다. 황인범 역시 여름 이적시장에서 빅리그 입성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
황인번은 2023-2024시즌 행복한 한 해를 보냈다. 그는 즈베즈다에 합류하자마자 핵심 미드필더로 자리 잡았고, 팀의 리그 우승과 세르비아컵 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게다가 세르비아 수페르리가 올해의 선수로 선정되며 시즌 MVP로 뽑히는 영예까지 안았다.
황인범의 활약을 지켜본 여러 리그에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텔레그라프'와 '쿠리르', '맥스벳 스포츠' 등 세르비아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리그 1의 AS 모나코와 OGC 니스뿐만 아니라 분데스리가 프랑크푸르트, 라리가 베티스, 프리미어리그 중위권 팀 등이 관심을 보이는 중이다.
즈베즈다로서도 황인범을 지키기 어려울 전망이다. 즈베즈다가 1년 전 황인범에게 투자한 이적료 550만 유로(약 82억 원)도 구단 역대 최고 이적료였다. 만약 800만 유로(약 118억 원)에서 1000만 유로(약 148억 원)를 제안하는 팀이 나오면 거절하기 어렵다. '디렉트노' 역시 "황인범의 차기 행선지는 불분명하지만, 700만 유로(약 104억 원)에 즈베즈다를 떠날 것으로 보인다"라며 그가 유럽 5대리그 중 하나로 향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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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츠르베나 즈베즈다 소셜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