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초는 자신이 게으르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31일(한국시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코치 베니 맥카시가 제이든 산초(24, 도르트문트)가 에릭 텐 하흐(54) 감독에게 사과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라고 전했다.
산초는 맨체스터 시티에서 도르트문트로 이적한 2017-2018시즌부터 지난 2020-2021시즌까지 공식전 137경기에 나와 50골과 64도움을 올렸다. 산초는 분데스리가 최고의 공격 자원으로 성장했다.
7,300만 파운드(한화 약 1,266억 원)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한 산초지만, 맨유에서의 활약은 실망스러웠다. 자연스럽게 대표팀과도 멀어졌다. 산초가 마지막으로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뛴 것은 지난 2021년 10월이다.
부진에 빠진 산초는 텐 하흐 맨유 감독과 관계도 완전히 틀어졌다. 지난해 9월 열린 2023-2024시즌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 맨유와 아스날의 경기가 문제의 시발점이었다.
산초는 맨유가 1-3으로 패배한 이 경기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는 앞선 3경기에서는 모두 교체 출전했지만, 아스날전에서는 제외됐다.
텐 하흐 감독은 경기 종료 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산초는 훈련장에서 보여준 퍼포먼스 때문에 선택받지 못했다. 맨유에서는 누구나 매일 일정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 산초는 이번 경기에서 선발되지 않았다"라며 산초의 훈련 태도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산초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억울했던 모양인지 그는 개인 소셜 미디어에 "부디 당신이 읽는 모든 것을 믿지 마라! 나는 사람들이 완전히 사실이 아닌 것을 말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번 주 훈련에 정말 잘 임했다"라고 쓰며 텐 하흐 감독에게 직접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선수의 '항명'을 가만히 두고 볼 맨유가 아니었다. 맨유는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해 "산초는 선수단 규율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1군 선수단 훈련에서 제외된다"라며 산초가 1군에서 제외됐다고 발표했다. 이후 산초는 맨유를 떠나기 위해 새 팀을 물색했고 친정팀 도르트문트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도르트문트는 지난 1월 11일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산초 임대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잔여 시즌 임대 계약으로 완전 이적 옵션은 없다. 산초는 남은 시즌 10번 유니폼을 입고 뛰고 있다.
임대 초반 좀처럼 폼을 올리지 못했던 산초는 꾸준히 출전 시간을 부여받았다. 도르트문트에서 교체, 선발로 꾸준히 출전했다. 지난 4월 17일 치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경기에선 날렵한 드리블로 측면을 뚫어내는 등 준수한 활약을 보여줬다.
산초의 활약은 갈수록 커졌다. 지난 2일 독일 도르트문트의 BVB 슈타디온 도르트문트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차전 파리 생제르맹과 맞대결에서 선발로 출전한 산초는 현란한 드리블로 PSG의 측면을 허물었다.
경기 종료 후 유럽 축구 이적시장에 정통한 파브리시오 로마노 기자는 자신의 개인 소셜 미디어에 "산초는 PSG를 상대로 무려 11번의 드리블 돌파를 성공했다.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가장 많은 드리블 돌파 횟수"라고 조명했다.
실제로 산초는 11번의 드리블 돌파 이외에도 88%(51/58)의 패스 성공률과 기회창출 3회, 상대 박스 내 터치 11회, 파이널 써드 지역 공 투입 5회를 기록했다.
영국 'TNT 스포츠'도 이를 조명했다. 매체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산초는 메시 이후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서 10회 이상의 드리블 돌파를 기록한 역사상 첫 번째 선수가 됐다"라고 대서특필했다.
산초는 일주일 뒤인 8일 PSG의 홈구장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린 준결승 2차전 경기에서도 준수한 활약을 펼치면서 도르트문트의 11년 만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진출을 직접 이끌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텐 하흐 감독은 산초의 활약에 관해 질문받았다. 지난 6일 텐 하흐 감독은 "우린 그 프로세스에 가까워졌다. 우린 그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지난 PSG와 경기 뿐만 아니라 다른 경기들도 지켜봤다. 우린 그와 대화도 나눴다"라며 산초의 복귀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데일리 메일은 31일 베니 맥카시 코치의 말을 전했다. 그는 "산초가 텐 하흐 감독에게 사과하지 않는 것은 그가 만약 사과를 하게 된다면 게으르고 프로페셔널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하게 되는 꼴이라 그렇다"라고 이야기했다.
맥카시는 "자신이 훈련에 불성실하다고 인정하는 꼴이며 게으르다는 것에 대해 모든 비난을 받게 된다. 산초는 그럴 수 없었다"라며 "텐 하흐 감독의 성격은 강했고 그가 원했던 건 사과 뿐이다. 그러나 산초는 잘못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왜 사과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라고 밝혔다.
사과하는 것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다는 뜻도 포함되기에, 산초의 행동을 영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맥카시 코치는 "때론 사과해야만 하는 상황이 온다. 선수는 감독을 이길 수 없다. 난 코치로서, 멘토로서, 또 산초와 같은 길거리 출신으로서 그와 이야기했다. 그러나 산초는 이해하지 못했다"라고 아쉬워했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