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녕 하늘이 내린 천부적 재능이런가. 골을 낚는 솜씨만큼은 타고났나 보다. 쇠락하는가 싶었는데, 다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다. 신의 은총을 받았다고 할 도리밖에 없을 듯싶다. 그래서 ‘신계의 사나이’인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9·알나스르)가 다시 한번 세계 축구 역사를 새로 썼다. 득점 기록사를 장식한 많은 발자취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양 또 하나의 굵직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4개국 득점왕 등극이다. 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사우디아라비아의 프로축구 리그를 차례로 정복하며 ‘호날두 시대’는 아직 저물지 않았다고 포효했다. 1세기 반의 현대 축구 역사에서, 홀로 우뚝 올라선 지경이다. 물론, 아직 아무도 밟지 못한 새로운 지평이다.
우리 나이로 마흔 살, 불혹(不惑)이다. 축구 선수로선 노인이다. 그라운드를 밟는다는 자체만도 대단하다. 한데 최전방 공격수로서 수비진의 강한 압박을 아랑곳하지 않고 ‘득점 천하’를 휩쓸었으니, 뭐라고 토를 달겠는가.
‘완벽한 부활’이다. 2년 전, “호날두가 지배하던 시대는 갔다”라는 평가와 함께 조롱거리로까지 전락하는 수모를 겪었던 그때의 모습과는 천양지차다.
그렇게 보일 만했다. 지구촌에서 가장 치열한 각축전이 펼쳐지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도태의 낌새가 엿보였으니 말이다. 2022 카타르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의 막이 오르기 전에 벌어진 EPL 2022-2023시즌 전반부에, 호날두의 득점력은 ‘실종’된 듯 보였다. 10경기에서 고작 단 한 골을 넣는 데 그쳤다. 그 누구도 호날두의 성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성싶었다. 부진의 늪에서 허덕인 극히 초라한 몰골이었다.
호날두가 사우디아라비아 프로페셔널리그(SPL)에서 새로 터전을 일군 하나의 배경이기도 했다. 엄청난 미끼의 유혹도 작용했겠지만, 기량이 통할 수 있는 변화된 공간도 필요했다. EPL에서 내몰리며 깨달을 수밖에 없었던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철칙을 역으로 SPL에 일깨웠다.
호마리우와 나눠 지배했던 ‘득점 천하’를 홀로 장악
호날두는 대미를 장식했다. 득점왕 등극과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신기록 작성을 자축하는 축포를 잇달아 터뜨렸다. SPL 최종 34라운드 홈(알라왈 파크) 알이티하드전(27일·현지 일자)은 그 무대였다, 선제골(전반 45분)로 승리(4-2)의 물꼬를 텄고(1-0), 추가골(후반 24분)로 승기를 굳게 다졌다(2-0).
여유 있게 득점 왕좌에 앉았다. 35골로, 2위에 자리한 알렉산다르 미트로비치(알힐랄·28골)를 상당한 차로 따돌렸다. 이번 시즌 초반부터 득점 선두를 내달린 끝에 올린 개가였다. SPL로 활동 마당을 옮겨 처음 치른 2022-2023시즌, 후반부만 뛰며 16경기에서 14골을 뽑아내며 거듭남을 예고했던 호날두였다.
35골은 SPL 사상 한 시즌 개인 최다 득점이다. 1976년 출범해 48년의 연륜을 쌓은 SPL에서, 이 부문 종전 최고 기록은 2018-2019시즌 압데라자크 함달라(당시 알나스르·현 알이티하드)가 세운 34골이다. 결국 마지막 한판에서, 호날두는 2골을 잡아내는 기염을 터뜨리며 함달라를 능가했다. 또한 공교롭게도, 지금은 알이티하드로 이적한 함달라가 알나스르 시절 세운 기록을 그의 눈앞에서 깨뜨렸다. 함달라는 세 차례(2018-2019~2019-2020, 2022-2023시즌)씩이나 SPL 득점왕에 오른 ‘모로코산’의 뛰어난 골잡이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기념비적 쾌거는 4개국 리그 득점왕에 올랐다는 점이다. 호날두는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의 스포르팅 SP에서 2002-2003시즌 프로 마당에 뛰어들었다. 이후 EPL(맨체스터 유나이티드·2003-2004~2008-2009시즌)→ 스페인 라리가(레알 마드리드·2009-2010~2017-2018시즌)→ 이탈리아 세리에 A(유벤투스·2018-2019~2021-2022시즌)→ EPL(맨체스터 유나이티드·2021-2022~2022-2023시즌)→ SPL(알나스르·2022-2023시즌~)을 차례로 거치며 가공할 득점력을 뽐내 왔다. 이 가운데 데뷔 무대였던 프리메이라리가를 뺀 나머지 4개국 최상위 리그에서 가장 빼어난 골 솜씨를 펼쳐 보였다.
먼저 EPL에서 자신의 시대를 열었다. 31골로 첫 득점왕에 오른 2007-2008시즌은 그 서장이었다. 라리가에서 절정에 올랐다. 2010-2011시즌(46골), 2013-2014시즌(31골), 2014-2015시즌(48골) 등 세 차례 트로페오 피치치(최다 득점상)를 품에 안았다. 2014-2015시즌에 기록한 48골은 라리가 역대 한 시즌 최다 득점이다. 유럽 무대 마지막 득점왕 열매는 세리에 A에서 열렸다. 2020-2021시즌 29골로 역대 득점왕 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SPL은 화룡점정이었다(표 참조). 아울러 “호날두는 아직 살아 있다”라고 사자후를 터뜨린 모양새로 나타난 여섯 번째 득점왕 등극이었다.
호날두는 종전까지 호마리우(58·브라질)와 함께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다. 20세기 후반부터 21세기 초반까지 20여 년 동안 세계 축구계를 주름잡았던 호마리우도 3개국 리그를 평정한 바 있다. 네덜란드 에레디비시의 PSV 에인트호번에서 3연패(1988-1989~1990-1991시즌)를 비롯해 라리가의 바르셀로나에서 1회(1993-1994시즌)와 캄페오나투 브라질레이루 세리이 A의 바스쿠 다 가마에서 3회(2000, 2001, 2005시즌)를 엮어 모두 일곱 번씩이나 최다골 골잡이로 맹위를 떨쳤다. 그만큼 일세를 풍미했던 발군의 골잡이였다.
호날두는 시들지 않는 노익장의 열정을 다시금 보여 줬다. 비록 활동 영역이 유럽 마당에 비해 떨어질지라도, 나이를 잊어버린 득점력을 한껏 과시했다. ‘노쇠화한 골잡이’라는 야유까지 들었던 지난날에서 벗어난 호날두가 2024-2025시즌엔 더 힘있게 부활의 날갯짓을 보일 수 있을지 그 추이를 지켜볼 만하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