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한 경기로 운명이 바뀔까.
영국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는 28일(한국시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여러 사령탑들과 접촉하면서도 여전히 다른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라면서 "바로 에릭 텐 하흐 감독을 다음 시즌도 사령탑으로 남기는 방법이다"라고 보도했다.
맨유는 지난 25일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결승에서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를 2-1로 꺾고 통산 13번째로 FA컵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맨유는 올 시즌 처음으로 맨체스터 더비에서 승리하며 귀중한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리그에서는 8위에 그쳤지만, FA컵 우승으로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티켓까지 거머쥐었다.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부순 승리였다. 맨유는 시즌 막판 부진에 빠지면서 리그 8위까지 추락했고, 맨시티는 역사적인 프리미어리그 4연패를 달성하며 두 시즌 연속 더블을 정조준했다. 당연히 맨시티의 2시즌 연속 FA컵 제패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알레한드로 가르나초가 상대의 치명적인 실수를 놓치지 않고 선제골을 터트렸고, 코비 마이누가 추가골까지 뽑아냈다. 후반 막판 제레미 도쿠에게 추격골을 허용하긴 했으나 거기까지였다. 맨유는 남은 시간을 잘 버텨내며 지난 시즌 FA컵 결승전 패배를 그대로 되갚아 줬다.
하지만 텐 하흐 감독의 거취는 아직도 미지수다. 사실 그는 결승전 결과와 상관없이 경질되는 분위기였다. 영국 '가디언'과 '타임스', '더 선' 등은 결승전을 앞두고 그가 맨시티를 꺾더라도 해고될 것이라고 전했다. 맨시티전이 텐 하흐 감독의 마지막 경기로 보였다.
다만 이제는 맨유도 텐 하흐 감독의 거취를 다시 고민하는 모양새다. '디 애슬레틱'은 "맨시티가 텐 하흐 감독에게 힘을 보태는가? 맨유는 텐 하흐 감독의 미래를 결정하기 전에 그의 성과를 포함한 시즌 검토를 실시한 뒤 다음 단계를 결정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매체는 "짐 랫클리프 경과 데이브 브레일스포드 디렉터가 이끄는 고위 인사들은 텐 하흐 감독이 말한 '쓰레기 같은' 시즌의 모든 측면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계획"이라며 "맨유는 다음주부터 텐 하흐 감독의 발전 의지를 포함해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하는지 살펴본 뒤 최선의 조치를 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텐 하흐 감독과 결별해야 한다는 주장도 여전히 적지 않다. 아무리 부상자가 많았다지만, 리그 8위는 프리미어리그 출범 후 맨유 최악의 성적이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맨유는 실제로 키어런 맥케나 입스위치 타운 감독을 포함한 다른 후보들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을 의식한 텐 하흐는 FA컵 우승 후 “2년간 우승 트로피 두 개면 나쁘지 않다. 2년간 결승전 세 번도 나쁘지 않은 기록”이라면서 "만약 맨유 구단 그들이 날 원치 않는다면 난 어느 팀이든 가서 우승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게 나이기 때문”이라며 자신감이 폭발했다.
하지만 짐 랫클리프 경 등 맨유의 새로운 경영진은 이미 새로운 감독후보들과 접촉 중이다. FA컵 우승으로 인해 경질 사실을 당장 발표하지만 않을 뿐 이미 행방은 정해졌다는 상황이다. 뮌헨에서 김민재를 지도한 토마스 투헬, 첼시에서 경질된 마우리시우 포체티노, 키에란 맥케나, 토마스 프랭크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단 맨유의 오락가락하는 운영은 여전했다.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는 "맨유 구단은 여러 감독의 에이전트와 이야기하면서도 텐 하흐 감독 잔류를 배제하지 않았다고 알린 상태다"라면서 "맨유는 FA컵 결승 결과에 큰 인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매체는 "텐 하흐 감독은 다음 시즌도 맨유를 지휘할 가능성이 높다. 이제 맨유는 최종 내부 검토에 들어간다"라면서 "만약 만장일치로 텐 하흐 감독의 유임에 동의한다면 다음 시즌도 팀에 남을 것이다. 아니면 경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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