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KFA)가 사비 에르난데스 감독(44)에게 A대표팀 차기 사령탑 자리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이후 줄줄이 외국인 감독과 협상이 결렬됐다. ‘KFA 최고 권위자’ 정몽규 KFA 회장은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었지만 '4연임 도전'에 더욱 분주하게 움직였다.
독일의 문도 데포르티보는 24일(한국시간) “사비 감독이 (지난 1월, 2023-2024시즌을 끝으로) 바르셀로나를 떠나겠다고 발표하고 나서 몇 주 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직을 제안받았다. 사비 감독은 관심에 감사했다. 그러나 6월 30일 이후 바르셀로나에 남지 않을 것이란 확신에도 제안을 거절했다”라고 보도했다. 사비 감독은 25일 바르셀로나 사임이 확정됐다.
KFA는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한 뒤 차기 감독이 될만한 사령탑을 찾아 나서고 있다. 문도 데포르티보의 보도대로라면 KFA는 사비 감독이 바르셀로나 감독직 사의를 표명한 후 빠르게 접촉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름값 상당한’ 사비 감독은 한국행을 거절했다.
올해 초 사비 감독이 한국행을 거절할 때, 그는 바르셀로나와 작별을 준비 중이었다. 즉, 무직이 되는 불안함 속에서도 사비 감독은 한국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보다 휴식을 취하며 차기 행선지를 알아보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관심에 감사하다"라고 했지만 한국 A대표팀 사령탑 자리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이후 KFA는 방향을 틀어 제시 마시 전 리즈 유나이티드 감독과 진지하게 협상 테이블을 펼쳤다. 그러나 그의 캐나다 축구대표팀 부임 소식이 최근 들려왔다. 연봉 측면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뒤이어 KFA는 헤수스 카사스 이라크 축구 대표팀 감독과의 협상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해 놓쳤다. 한국행을 원하는 세뇰 귀네슈 전 튀르키예 감독과는 고령의 나이 등 부임 조건이 여의치 않았다.
일찌감치 한국행을 거절한 사비 감독을 시작으로 KFA가 여러 번 퇴짜를 맞으면서 6월 A매치 2연전은 결국 김도훈 임시 감독 체제로 치른다. 정해성 KFA 전력강화위원장은 5월 중순까지 정식 감독 부임 소식을 들려주겠단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A대표팀 사령탑 구하기에 출구가 없어 보이는 상황이지만, KFA ‘수장’ 정몽규 회장은 오직 자신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정 회장은 지난 16일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총회에서 AFC 집행위원으로 선출됐다. 회장직 ‘4연임’을 위한 포석 아니냐는 시선이 뒤따르고 있다. 정 회장의 임기는 내년 1월까지다.
체육단체장은 3연임부턴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해야 도전 가능하다. 단체장이 국제단체 임원 자리에 오르면 공정위 심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축구 무대에 KFA 인사가 진출한 것만 놓고 보면 긍정적이다. 그러나 지지부진한 A대표팀 사령탑 선임 작업 상황을 모를 리 없는 정 회장이 축구 팬들을 안심시킬 만한 말 한마디 없이 국제적 지위를 하나 더 획득한 것은 4연임을 향한 ‘뻔뻔한 행보’로 보일 수밖에 없다.
정 회장은 지난 4월 23세 이하(U-23) 대표팀의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 때도 사과조차 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했다. 축구 팬들 앞에 나서 한국 축구의 방향과 보완할 점을 말해도 부족할 판에 그저 사과문만 게재할 뿐이었다. 정 회장 이름으로 낸 사과문도 아니었다. KFA 관계자는 “입장문을 쓴 주체적인 인물이 있다기보단 협회 차원에서 사과문을 올렸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숨어만 있던 정 회장은 역시나 A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이 생각대로 흐르지 않고 있는 지금도 입을 닫고 있다. 그런데 4연임을 위해선 고단수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KFA는 지난 23일 정 회장이 총수로 있는 HDC그룹의 지주사 HDC, 그리고 주력 계열사 HDC현대산업개발과 손을 맞잡았다.
향후 HDC와 HDC현대산업개발은 공식 파트너 기업이 갖는 각종 권리를 갖는다. KFA 주최 각급 대표팀 경기 때마다 A보드 광고와 전광판 광고, 프로모션 활동 등을 할 수 있으며, 축구대표팀을 활용한 기업 홍보도 할 수 있다.
천안축구종합센터 건립 여파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는 KFA가 대기업을 파트너사로 맞이한 것은 호재일 수 있다. 그러나 정 회장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2곳의 KFA 합류는 뒷말을 남기고 있다. 일각에서 정 회장의 힘을 키우기 위한 의도성 짙은 파트너십 체결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KFA 전력강화위원회가 A대표팀 선임 작업에 애를 먹고 있을 때 정 회장은 '수가 뻔히 보이는' 행보로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jinju21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