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약속을 지키지 못한 대한축구협회(KFA)다.
KFA는 20일 "오는 6월 열리는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두 경기를 임시 감독 체제로 치르기로 하고 임시 사령탑에 김도훈(54) 전 울산HD 감독을 선임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대표팀은 오는 6월 6일 싱가포르 원정 경기와 11일 홈에서 치를 중국전을 앞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KFA는 제시 마시 전 리즈 유나이티드 감독 선임을 위해 협상에 돌입했지만, 마시 감독은 한국이 아닌 캐나다 대표팀을 선택했다.
협상 능력이 부족한 탓에 마시 감독과 협상이 결렬됐다. 미국 출신 지도자인 마시 감독은 2010년 미국 대표팀 수석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미국 메이저 사커 리그(MLS) 팀을 거쳐 라이프치히 수석코치로 활동했고, 2019년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지휘봉을 잡았다.
황희찬의 스승이기도 하다. 마시 감독은 잘츠부르크 시절 팀을 두 시즌 연속 리그 정상으로 이끄는 등 트로피를 4개나 들어 올리며 유럽 축구계에 이름을 떨쳤다. 당시 '황소' 황희찬을 비롯해 '괴물 공격수' 엘링 홀란(맨체스터 시티), 일본 국가대표 미나미노 다쿠미(모나코) 등을 지도했다.
지도력을 인정받은 마시 감독은 2021년 라이프치히에 부임했으나 상호 합의로 결별했고, 2022년 3월에 부임한 리즈에서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경질됐다. 리즈도 총체적 난국 끝에 강등되는 아픔을 겪었다. 마시 감독은 리즈에서도 황희찬 영입을 추진했으나 이적료 문제로 실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시 감독 협상 결렬은 어느 정도 예견된 실패였다. KFA는 천안축구센터 건립과 약 100억 원 규모로 알려진 클린스만 사단의 위약금으로 재정적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결국 위르겐 클린스만의 선임이 '나비효과'가 된 꼴.
마시 감독을 놓친 전력강화위원회와 정해성 위원장은 다시 처음부터 차기 사령탑 물색 작업을 시작해야 하는 힘빠지는 상황을 맞았다.
이번 협상 결렬 원인은 협상 기술 부족이다. 마시 감독의 연봉과 관련해 '세전-세후'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재정적 부족함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지만, 그 전에 협상 능력 자체가 부족했다.
KFA의 감독 선임 작업은 실시간으로 기사화되며 정보를 다 노출했다. 내부 보안이 전혀 되지 않았다. KFA와 각종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보면 최근 '1순위' 마시 감독 이외에 다른 감독 이름은 잘 거론되지 않았다. 마시 감독측에서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결국 협상에 실패한 KFA는 빠르게 다음 후보를 살펴야 하는 상황에 놓였었다. 정해상 전력강화위원장은 늦어도 5월 이내에 정식 감독을 선임하겠다고 외쳤기 때문. 뒤이어 나온 후보는 FC 서울을 지휘했던 셰놀 귀네슈 감독이었다.
결과적으로 KFA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5월 말로 향하는 현재 새로운 감독 찾기에 실패했다. 결국 지난 2022년 7월 라이언 시티 세일러스와 계약을 해지한 뒤로 적이 없던 김도훈 감독을 임시로 사령탑에 앉히기로 결정했다.
KFA는 "국가대표팀 감독 선정을 위한 협상이 계속 진행되고 있어 6월 A매치 전까지 감독 선임이 마무리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를 대비해 20일 오전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했고, 그 결과 6월 두 경기를 맡을 임시 감독으로 김도훈 감독을 선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라고 밝혔다.
KFA에 따르면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은 "김도훈 감독은 지도자로서 다양한 경력을 쌓으면서 능력과 성과를 보여주었다"라고 평가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 나비효과, 부족한 협상 기술로 인해 KFA는 다시 한번 팬들과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