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한 시간이 주어졌지만 좋은 감독을 데려오지 못했다. 대한축구협회의 협상능력이 문제다.
대한축구협회는 20일 “오는 6월 열리는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두 경기를 맡을 임시 사령탑에 김도훈 전 울산 감독을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김도훈 감독은 오는 6월 6일 싱가포르 원정경기와 11일 서울에서 치르는 중국전까지 월드컵 최종예선 두 경기에서 임시로 사령탑을 맡게 됐다.
당초 전력강화위원회는 지난 3월 태국과 A매치 2연전을 황선홍 올림픽대표팀 감독에게 임시로 맡겼다. “5월 중 정식감독을 선임하겠다”는 약속을 내세우며 시간을 벌었다.
황선홍 감독은 A대표팀에서 손흥민과 이강인의 갈등을 봉합하며 태국원정에서 3-0 승리를 이끌어냈다. 태국과 2연전을 1승1무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황선홍 감독이 올림픽대표팀에 100% 집중하지 못하는 악수가 됐다.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인도네시아에게 발목이 잡혀 파리올림픽에 진출하지 못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전력강화위원회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지만 잇따라 협상에 실패했다. 감독후보 1순위로 거론했던 제시 마시 감독은 지난 14일 캐나다대표팀에 부임했다. 협회가 “협상이 최종 결렬된 것은 아니다. 아직 협상 중”이라고 해명한 사이에 캐나다의 공식발표가 나왔다.
협회가 지지부진 협상에 실패한 사이 캐나다축구협회가 발빠르게 움직였다. 캐나다축구협회는 캐나다에 연고를 둔 미국프로축구(MLS) 세 팀의 지원을 받아 빠르게 계약을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축구협회의 1년 예산 규모는 대한축구협회의 1/3 수준이다. 결국 캐나다는 발빠른 협상력과 수완으로 마시 감독과 계약을 성사시켰다. 캐나다가 북중미 월드컵 자동진출국이라는 것도 마시 감독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한국이 앞서는 것이 없었다.
다른 감독 후보들과의 협상도 난항이 계속됐다. 중동 언론에서 헤수스 카사스 이라크 대표팀 감독(스페인)과 축구협회의 협상이 결렬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튀르키예 언론에서 “대한축구협회가 세뇰 귀네슈 감독과 3년 게약을 맺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협회는 “오보다. 아직 협상이 확정되거나 마무리 단계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선택지가 많지 않은 가운데 귀네슈 감독과의 협상도 협회가 불리한 상황에서 이어가고 있다.
결국 축구협회는 김도훈 임시 감독을 선임해 또 한 번 시간벌기에 나섰다. 어차피 임시 감독을 또 선임할 것이었다면 지난 3월부터 김도훈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는게 차라리 나았을 것이다. 이도 저도 아닌 결정으로 축구협회는 큰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