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투헬(51) 바이에른 뮌헨 감독이 김민재(28, 바이에른 뮌헨)를 콕 집어 지적했다. '탐욕스럽다'라는 평가를 내렸다.
바이에른 뮌헨은 1일 오전 4시(한국시간) 독일 뮌헨의 푸스발 아레나 뮌헨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레알 마드리드와 홈경기에서 2-2로 비겼다. 결승 진출 팀은 9일 열리는 2차전 원정 경기에서 가려지게 됐다.
상대가 '챔피언스리그 최다 우승' 레알 마드리드인 만큼 뮌헨은 쉽지 않은 경기를 펼쳤다.
경기 초반 뮌헨이 더 공격적으로 나섰지만, 선제골은 레알이 터뜨렸다. 전반 24분 크로스가 전방을 향해 침투 패스를 찔렀고 튀어나온 김민재를 무너뜨린 비니시우스가 빠르게 박스로 쇄도했고 비니시우스는 순식간에 일대일 찬스를 맞았다. 그는 곧바로 슈팅, 선제골을 뽑아냈다.
동점 골을 위해 애쓴 뮌헨이지만, 전반전은 레알이 한 골 차로 앞선 채 마무리됐다.
후반전 뮌헨이 기어코 동점을 만들었다. 후반 8분 자네가 오른쪽 측면을 허물고 박스 안까지 진입하더니 왼발 기습 슈팅을 때려 레알 골망을 갈랐다.
분위기를 탄 뮌헨이 경기를 뒤집었다. 후반 12분 무시알라가 박스 안에서 레알의 발베르데의 반칙에 의해 넘어졌다. 주심은 페널티 킥을 선언, 키커로 나선 케인이 득점에 성공했다.
뮌헨의 승리가 코앞에 있던 상황, 다시 김민재의 실수가 나왔다. 그는 박스 안에서 위협적으로 공을 소유해 달려들어가던 호드리구를 과도하게 잡아 넘어뜨렸고 주심은 지체 없이 페널티 킥을 선언했다. 키커로 나선 비니시우스가 침착하게 골을 만들었다.
뮌헨은 다시 앞서가는 득점을 만들고자 했지만,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홈에서 2-2 무승부를 거뒀다.
UEFA 챔피언스리그는 경기 종료 후 토마스 투헬 감독의 인터뷰를 전했다. 그는 "경기를 매우 잘 시작했다. 선제골을 넣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선수들은 우리의 계획대로 경기하지 않았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라며 아쉬움을 토했다.
독일 '빌트'는 이후 이어진 기자회견 내용도 전했다. 투헬 감독은 김민재의 수비 실수를 꼬집었다.
이 경기 김민재는 추가시간 제외 90분을 소화하면서 패스 성공률 97%(72/74), 공격 지역 패스 10회, 롱 패스 정확도 100%(1/1), 볼 뺏김 0회, 가로채기 3회, 수비적 행동 4회, 회복 3회 등을 기록했다. 무난한 기록이다. 전반전 판단 실수와 후반 막판 페널티 킥을 허용하는 대형 사고를 치며 이날 무승부의 원흉으로 지목받았다.
투헬 감독은 "김민재는 두 번의 상황에서 탐욕이 과했다(greedy). 첫 번째 실점 장면에서 너무 일찍 움직였고 토니 크로스의 패스를 놓쳤다. 그는 지나치게 공격적이었다"라며 김민재를 콕 집어 지적했다.
감독 인터뷰에서 '탐욕(greedy)'이라는 단어는 보통 지나치게 골 욕심을 낸 공격수를 이야기할 때 나오는 단어다. 수비수에게 이런 표현을 쓰는 것은 드문 일이다.
이어 투헬은 "두 번째 실점 상황에서도 다른 실수가 나왔다. 수비와 공격의 숫자는 5-2였고 우린 충분한 수비가 있었다. 호드리구를 그렇게 지나치게 막아낼 필요 없었다. 다이어가 도움을 주기 위해 접근한 순간, 김민재는 호드리구를 넘어뜨렸다. 유감스럽게도 이런 실수로 인해 처벌받았다. 축구에선 이런 일들이 발생한다. 털고 나아가야 한다"라고 전했다.
독일 '빌트'는 김민재에게 '재앙'이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최하점인 평점 6점을 줬다. 사실 좋은 평가를 내린 곳이 없었다. '스폭스'와 '스포르트'도 김민재에게 평점 5.5점을 매겼고, 'TZ'도 5점을 부여했다.
김민재도 누구보다 자기 실수를 잘 알고 있기에 경기 후 고개를 들지 못했다. T-온라인에 따르면 그는 별도의 인터뷰 없이 믹스트존을 빠져나가며 한국말로 사과를 전했다.
사과에도 불구하고 도 넘은 조롱이 이어졌다. 한 팬은 자신의 계정에 김민재와 북한의 독재자 김정은의 사진을 나란히 게시하며 "누가 더 악랄한 테러리스트인가"라는 글을 남겼다.
익살맞은 게시물로 누군가를 '조롱'하는 데 특화된 축구 콘텐츠 제작자 '풋볼 트롤(thefootballtroll)'은 김민재의 사진과 함께 "한국 매과이어(Korean Maguire)"라는 짧은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에 투헬 감독이 다시 입을 열었다. 4일 VfB 슈투트가르트와 경기에 앞서 기자회견에 나선 투헬 감독은 "우리는 이미 하프타임과 경기 후에 이야기를 마쳤다. 상황은 분명했다. 공격적으로 공을 뺏으려는 것 이외에 수비하는 방법에는 여러 방법이 존재한다. 때로는 소극적으로 수비할 수도 있다"라며 김민재의 실점 장면을 다시 이야기했다.
이어 투헬은 "김민재는 매우 공격적인 방식으로 수비를 하고 싶어 하는 선수"라며 "그것이 그가 자신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그 방법 때문에 두 차례 교훈을 얻었다. 실수는 좋은 자극에서 비롯된다. 계속 응원하는 것은 쉬운 일"이라고 전했다.
투헬 감독은 "김민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 최고의 경기를 펼쳤고, 아스날과 맞대결에서도 좋은 시간을 보냈다. 훈련도 잘했다. 그는 계속해서 우리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투헬은 "실수는 좋은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그를 손가락질하고 희생양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