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리시오 포체티노 첼시 감독이 축구를 잘 아는 사람들이라면 자신을 응원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첼시 팬들의 반응은 싸늘하기 그지없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2일(이하 한국시간) "포체티노 감독은 첼시 팬들이 자신을 만났을 때 '사랑에 빠졌다'라고 주장한다. 그는 다가오는 토트넘 홋스퍼전을 기회 삼아 자신의 과거를 용서하지 않은 첼시 팬들과 불화를 씻어낼 예정이다"라고 보도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지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토트넘을 지휘하며 팀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그는 델리 알리와 크리스티안 에릭센, 손흥민, 해리 케인으로 이뤄진 'DESK 라인'을 앞세워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끝은 경질이었다. 포체티노 감독의 토트넘은 갈수록 상대 팀에 파악당하며 어려움을 겪었고, 2018-2019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준우승 이후 무너지기 시작했다. 결국 그는 2019년 11월 토트넘을 떠나야만 했다.
이후 포체티노 감독은 '프랑스 챔피언' 파리 생제르맹(PSG)에 부임했다. 그러나 2020-2021시즌 리그 우승을 놓치며 불안하게 출발했고, 두 번째 시즌엔 리그 우승은 성공했으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16강에서 탈락하며 고개를 떨궜다. 리오넬 메시와 네이마르, 킬리안 음바페를 데리고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 그는 2022년 여름 또 경질됐다.
포체티노 감독은 1년 정도 휴식을 취한 뒤 프리미어리그(PL)로 돌아왔다. 그가 지휘봉을 잡은 팀은 놀랍게도 첼시였다. 첼시는 토트넘과 런던 라이벌로 앙숙 관계이기에 다소 놀라운 결정이었다. 첼시 팬들 중에서도 반발이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첼시 보드진은 포체티노 감독에게 믿음을 보냈고, 여름 이적시장에서만 4억 6000만 유로(약 6789억 원)를 넘게 투자했다. 당연히 PL 최다 지출이었다. 지난 시즌 겨울 이적시장에서 사용한 돈까지 생각하면 1년 안에 쓴 금액만 1조를 훌쩍 넘긴다.
한 명 한 명에게 돈을 아낀 것도 아니다. 첼시는 모이세스 카이세도 영입에만 1억 1500만 파운드(약 1983억 원)를 쏟아부으며 프리미어리그 이적료 신기록을 세웠다. 이외에도 크리스토퍼 은쿤쿠, 니콜라 잭슨, 로메오 라비아, 악셀 디사시, 레슬리 우고추쿠, 로베르토 산체스, 콜 파머 등 여러 명을 데려왔다.
하지만 첼시는 부진을 거듭하며 리그 12위까지 추락했고, 경기력에도 문제가 많았다. 게다가 포체티노 감독은 부임 후에도 "아직은 토트넘만큼 다른 팀을 사랑하긴 어렵다", "언젠가 토트넘 복귀? 왜 안 되겠는가" 등의 발언으로 첼시 팬들의 분노를 샀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첼시 팬들의 사랑을 받지 못한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다행히 최악의 시기는 벗어났다. 첼시는 후반기 들어 꾸준히 승점을 추가하며 9위까지 뛰어올랐다. 다른 팀에 비해 경기 수가 적은 편이기 때문에 6위 진입도 마냥 꿈은 아니다.
이제 포체티노 감독은 토트넘과 중요한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첼시는 3일 오전 3시 30분 영국 런던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2023-2024시즌 PL 26라운드 순연 경기를 치른다. 안방에서 토트넘까지 잡아낸다면 막판 스퍼트에 큰 힘을 얻을 수 있다.
경기를 앞두고 포체티노 감독은 자신을 둘러싼 비판을 일축했다. 그는 "런던에서 매일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면 팬들로부터 감사를 받는다. '사랑'이라고 말하진 않겠다"라며 "소셜 미디어에서는 '야 이렇게 해야 돼. 저렇게 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정반대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또한 포체티노 감독은 "거리에 있으면 사람들이 정말 좋다. 축구를 이해하는 사람들은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 어려운 프로젝트와 과정을 겪고 있는 것에 감사를 표하고, 우리에게 공을 돌린다"라며 "길에서 나를 만나면 반드시 사랑에 빠지게 될 것이다. 특히 내가 강아지와 함께라면 말이다"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자신을 비판하는 이들은 축구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람이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포체티노 감독 본인을 향한 비판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 하지만 팬들은 여전히 "관광객들을 진짜 팬으로 착각한 게 분명하다", "너를 좋아하는 진짜 첼시 팬은 없다", "치매가 시작됐다", "우리는 그냥 그가 경질되길 원한다" 등의 살벌한 반응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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