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장기용이 3년 만에 군 복무를 마치고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으로 돌아온다.
2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의 스탠포드 호텔에서 JTBC 새 토일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극본 주화미, 연출 조현탁, 약칭 '히어로는')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배우 장기용, 천우희, 수현, 박소이와 작품을 연출한 조현탁 감독이 참석했다. 이들은 방송인 박경림의 진행 아래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남다른 능력을 지녔지만 아무도 구하지 못했던 남자가 마침내 운명의 그녀를 구해내는 이야기를 그리는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다. 세상 흔한 현대인의 고질병에 걸려 흔치 않은 능력을 잃어버린 초능력 가족과 우연인 듯 운명처럼 얽히는 한 여자의 이야기가 유쾌한 웃음 속 따뜻한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를 위해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를 집필한 강은경 작가가 크리에이터로 참여했고, '연애 말고 결혼'고 '내성적인 보스' 등을 집필한 주화미 작가가 극본을 맡았다. 여기에 'SKY 캐슬'로 호평받은 조현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또한 가수 겸 작곡가 정재형이 음악감독을 맡아 설렘을 더한다.
우울증에 걸려 행복한 순간으로의 타임슬립 능력을 상실한 남자 주인공 복귀주(장기용 분)와 초능력 가족들에 대한 수상한 침입자 도다해(천우희 분)의 쌍방 구원 서사가 이 드라마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오직 행복했던 순간으로만 시간여행이 가능한 복귀주는 과거를 바꾸지 못하기에 혼자만의 행복을 곱씹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우울증에 걸려 행복도 능력도 상실한 그에게 도다해는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여기에 고두심이 초능력 가족 복씨 집안의 실세이자 불면증에 걸린 예지몽 능력자 복만흠으로 극의 중심을 잡는다. 수현은 복귀주의 누나이자 몸이 무거워져 날지 못하는 비행 능력자 복동희로 변신한다. 박소이는 복귀주의 사춘기 딸 복이나 역을 맡아 두꺼운 안경 너머 비밀을 숨긴 캐릭터로 활약한다.
조현탁 감독은 작품에 대해 "제목에서도 느껴지시겠지만,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이다. 과거에 히어로였던 거다. 지금은 아닌. 그런 사람들이 과거에 히어로였을 때 가졌던 초능력을 되찾기 위해 온몸으로 몸부림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런 몸부림이 많은 것들을 담고 있는 것 같다. 코믹하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다. 사랑 이야기도 담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그렇게 시작되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지켜봐주시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특히 장기용은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을 통해 '군백기'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드라마에 복귀한다. 그는 앞서 지난 2021년 8월 육군 현역으로 입대해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지난해 2월 전역했다. 입대 전 선보인 배우 송혜교와의 진한 멜로 드라마 SBS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이후 3년 만에 드라마에 출연하는 상황. 이에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장기용 복귀작'으로 드라마 팬들의 기대를 모았다.
복귀작임을 알려주듯 장기용은 이날 포토타임부터 3년 만에 포토타임에 서는 점으로 주목받았다. 행사 진행을 맡은 방송인 박경림이 장기용에게 "3년 사이 다양한 포즈가 많이 생겼다"라고 조언하는가 하면, 이에 천우희와 커플 포즈로 '볼하트'를 서툴게 만들어 보여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던 것이다.
장기용은 3년 만에 새 드라마로 시청자들을 만나는 것에 대해 "오랜만에 인사드린다"라며 한번 더 허리 숙여 웃으며 인사했다. 캐릭터 이름 역시 '복귀'주인 점에 대해 장기용은 "그래서 강한 이끌림이 있었다. 복귀작을 복귀주로 알려드리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본이 첫 번째로 가장 재미있었다"라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이어 "히어로인 가족 구성원들의 특색도 가장 재미있었다. 저조차도 예상할 수 없는 그런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는 설렘이 있었다. 그래서 선택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3년 사이 변한 점도 있었을까. 장기용은 "저의 20대를 돌이켜보면 정말 바쁘게 지낸 것 같다. 처음으로 '쉼'이라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게 필요하더라. 돌아왔을 때 마음에 안정감이 있었다. 그 전에는 어딘가에 쫓기고, 급하고,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복귀해서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을 준비할 때 천천히, 때로는 느긋하게 마음의 평화가 이런 느낌이구나 라고 처음 느껴봤다. 또 3년 만에 인사드리는 만큼 늘 그래왔지만 잘 해내고 싶었다. 이런 작품의 결고 배우로서 잘 해냈다라고 저한테 말해주고 싶었다. 그렇게 한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뿌듯하고 보람 있던 8개월 이라는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에 그는 꼭 듣고 싶은 수식어로 "느낌있네, 살아있네"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런가 하면 천우희는 어떨까. 그는 "사실 수식어에 욕심은 없다. 이번 만큼은 '멜로 장인'이라는 말을 가져오고 싶다'라고 했다. 수현은 "너무 많다. 그런데 '걸 크러쉬'"라고 꼽았다. 끝으로 박소이는 "저는 수식어를 잘 모르겠는데 그냥 이나를 보고 저인지 못 알아보셨으면 좋겠다. 저인지 모르고 아예 다른 사람이나 이나라고 생각하게 해드리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천우희는 "가장 큰 건 이제 우리 조카들도 볼 수 있는 작품을 하려고 했다"라며 웃었다. 이어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대본을 보고 판타지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사람에 대한 이야기, 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있는 게 가장 일상적인 이야기를 담고 싶은데 외피가 판타지라는 미세한 아이러니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라고 밝혔다. 이어 "첫 만남에 조현탁 감독님이 들어오시는데 이상하게 '이 작품 해야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적인 것보다도 작업 면에서 과정이 굉장히 즐거울 수 있을 거라는 신뢰감이 한번에 다가왔다. 그게 가장 컸다"라고 강조했다.
수현 역시 "저도 감독님 작품들도 재미있게 본 것도 있고 배우들도 좋았다. 그런데다 제 전작이 무서운 역할이라 인간적인 감동이 있는 작품을 하고 싶었다. 또 이 작품에 저를 생각해주신 것 자체가 감사하고 믿음을 져버리지 않게 하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더욱이 복동희 역을 맡은 수현은 이번 작품에서 파격적인 비주얼 변신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는 "저도 놀랐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매니저들도 '예쁘지 않을 텐데 괜찮을까?'라면서 대본을 주더라. 그 것보다 '이 역할에 나를 생각한다고?'라는 생각이 들어서 예전에 저에 대한 편견, 분위기를 완전히 깨버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조현탁 감독은 수현의 특수분장에 대해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이상으로 무지막지하다. 촬영할 때마다 7시간씩 했다. 끝나면 또 해체작업을 하고. 여자 배우에게 촬영할 때마다 특수분장을 한다는 게 쉽지 않은데 정말 너무너무 감사하다. 사실 저는 불가능할 거라 생각하고, 그러나 거절당해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제안했는데 됐다. 수현 씨는 너무 화려하고 완벽한 외모를 갖고 계시지만 저는 그 눈빛에 묘하게 많은 인간적인 것을 담고 계신 배우라고 느꼈다. 아주 예전에 하신 짧은 시트콤에서 엄청난 코미디 감각을 갖고 있다는 그런 포텐을 알고 있었다. 복동희가 그런 애환과 코미디를 갖고 있다. 그 코미디도 봐주시면 겉모습 말고도 한번도 안 보여주신 캐릭터의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수현이 "저 오늘 특수분장 해서 오길 바라지 않으셨냐"라고 말하자, 조현탁 감독은 "너무나 사랑스럽다. 저희 일하는 사람들이 특수분장한 수현 씨를 보고 전혀 모르고 '누구인지 모르겠는데 살만 빼면 예쁘겠다'라고 말하더라"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경성크리처'를 비롯해 다채로운 캐릭터를 보여주는 수현은 "어릴 때 외국에서 생활하고 한국에 와서 생활할 때는 늘 인정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특히 한국에서의 인정. 그런데 최근에는 작품에 접근할 때 '연기가 재밌어, 빨리 다음 작품을 하고 싶어'라는 마음이 들어서 바로 선택을 하게 된 부분이 있다. 그리고 감독님이 꼭 외국 감독님처럼 따로 대본을 같이 보면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대화를 엄청 많이 했다. 꼭 리허설을 길게 하는 것처럼. 그게 신선하기도 하고, 감독님이 내 연기에 자유로움을 주겠다는 힌트가 됐다. 진짜 현장에서 날개를 달아주신 느낌이 있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주된 멜로 라인을 이야기할 장기용과 천우희 호흡은 어땠을까. 장기용은 "천우희 배우는 언젠가 꼭 한번 같이 하고 싶은 배우였다. 저희 로맨스는 달달하고 슬플 수도 있지만 애틋함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촬영장에서 서로 기대기도 하면서 잘 맞춰나갔다. 재미있게 호흡했다"라고 말했다.
천우희는 "처음에 캐스팅 됐다고 했을 때도 주변에서도 반응이 '둘이?'라며 의아하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너무 각기 다른 그라운드에서 일을 하다가 만난 느낌이라. 그런데 오히려 그 만남이 신선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의 안목이 뛰어나시다는 걸 촬영하면서 느꼈다. 기용 씨는 3년 만에 복귀작이기도 하고 저도 이런 멜로를 많이 해보지 않았다 보니까 서로 격려하고 의지하면서 촬영을 많이 해보자고 했는데 호흡이 정말 잘 맞았다. 이상하게 묘하게 어울리는 느낌이 촬영마다 장면마다 담기지 않았을까 싶다"라고 거들었다.
천우희는 "제가 전작들을 돌이켜보면 거의 다 미스터리하고 수상한 인물이 90% 이상이었던 것 같더라"라고 웃으며 "나에게 그런 얼굴이 있나 싶었다. 배우는 전작을 의식할 수 밖에 없지만 그게 어떤 프레임을 만들지는 않는 것 같다. 그 외의 것들에 장점이 많기 때문에 간극을 줄일 수 있는 건 캐릭터 해석도 중요하지만 많은 분들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장르적으로도, 같이 하는 배우들, 연출의 스타일 등이 조합됐을 때 새로운 인물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그 간극을 의식하거나 경계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포토타임부터 천우희가 장기용을 리드하는 모습을 보여준 바. 천우희는 "제 스태프 친구들이 '요즘 하트에 대해서 언니 아세요?'라고 여러 가지를 알려줬다. 그래도 기용 씨가 긴장할 수 있으니까 같이 할 만 한 게 뭐가 있을까 알려준 거 같더라. 저도 잘은 모른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장기용은 "지금 손에 땀이 흐르고 있다. 티를 안 내려 하고 있다"라며 3년 만에 임하는 제작발표회 기자간담회에 긴장감을 표했다.
그런가 하면 '장기용 딸'로 활약할 박소이는 "생각보다 대사가 많았다"라고 말해 주위 어른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그는 "작년부터 촬영했다. 지금은 중학생이 되려면 1년 밖에 안 남았는데 그때는 2~3년 남았다고 생각해서 이나의 마음을 헤아리기 어려웠다. 그런데 조금 더 이나의 마음을 헤아리려고 노력을 했다"라며 "제가 그 때는 목소리가 조금 더 아기 같았다. 그래서 이번에 후시 녹음을 할 때도 목소리가 톤이 낮아지고, 중학생이 되면 변성기가 올 것 같아서 목소리도 굵게 내보려고 했는데 안 돼서 열심히 연습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언젠가는 사춘기가 올 것 같다"라고 말해 한번 더 웃음을 자아냈다.
이 밨에도 조현탁 감독은 초능력을 표현하는 연출에 대해 "히어로물이고 초능력을 되찾으려 여러 가지 행동을 하기 때문에 다양한 비주얼을 보실 수 있을 거다. 그렇지만 사실은 우리가 알고 있는 히어로물과는 다를 것"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비단 이 작품을 하기 전에 일상 생활을 하면서도 우리가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고 '세상에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나?'라는 적이 종종 있다. 반대로 판타지 같은 일들이 벌어질 때 '그럴 수 있지'라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고. 그런 것들이 이 작품 안에 많이 담겨 있다. 판타지를 굉장히 현실감 있게 하고, 현실을 판타지처럼 보여드리려 했다. 그러다 보니 도드라지는 CG효과들도 있다. 반대로 제작진만 아는 CG도 있고, 제작진이 엄청나게 고생했지만 보시는 분들은 절대로 눈치 챌 수 없는 그런 장면들이 있다. 판타지와 리얼의 충돌에서 일어나는 케미스트리를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할 때마다 제 능력 이상의 작품을 하고 있어서 허덕이고 있다"라고 너스레를 떤 뒤 "배우들과 똘똘 뭉쳐서 해나가지 않았으면 정말 쉽지 않은 작품이었을 것"이라고 겸손을 표했다.
더불어 조현탁 감독은 기존 초능력 소재 드라마와 이번 작품의 차별화 포인트에 대해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일단 완전히 초능력을 잃은 것으로 시작한다. 그런 몸부림이 굉장히 우스꽝스럽고, 처절하다. 그런 것들을 지켜보고 있다가 결론적으로 가족이 먼저 보이고, 늘 아는 가족드라마처럼 시작하지 않는다. 그런 것들이 현대적으로 와닿는다. 혈연으로 엮여있지만 현대적인 가족은 굉장히 의미나 가치가 급변하고 있다. 물론 본질적인 건 언제나 중요하다. 늘 말하지만 들고 있으면 무겁고, 내려놓으면 마음 아픈 게 가족이지 않나. 그런 것들을 약간 떨어져서 몸부림치는 각각의 사연들로 보고 있다가 슬며시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오는 4일 토요일 밤 10시 30분에 첫 방송된다. / monamie@osen.co.kr
[사진] OSEN 이대선 기자, JT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