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KCC가 승리와 체력 안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패리스 배스(29, 수원 KT) 원맨쇼로는 그들을 막을 수 없었다.
부산 KCC는 27일 오후 2시 수원 KT소닉붐아레나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수원 KT를 90-73으로 꺾었다. 7전 4선승제 챔프전의 시작을 알리는 완벽한 승리였다.
이로써 KCC는 기선 제압에 성공하며 우승 확률 69.2%를 거머쥐었다. 역대 챔프전을 살펴보면 1차전을 이긴 26팀 중 18팀이 정상에 올랐다.
두 팀 중 누가 우승해도 새로운 역사다. KCC는 프로농구 역사상 최초로 5번 시드 우승에 도전한다. 정규리그 5위를 차지한 팀이 챔프전에 오른 것 자체가 처음 있는 일이다. KCC는 KT와 달리 플레이오프(PO) 우승을 5차례 기록했지만, 지난 2010-2011시즌 이후로는 명맥이 끊겼다.
KT는 구단 역사상 첫 챔피언을 꿈꾼다. 현재 KT는 LG, 한국가스공사와 함께 챔프전 우승이 없는 세 팀 중 하나다. 챔프전 진출 자체가 지난 2006-2007시즌 이후 17년 만이다. 그러나 시작부터 안방에서 일격을 맞으며 아쉬움을 삼켰다.
KCC의 시나리오대로 흘러간 경기였다. KCC는 전창진 감독이 미리 밝힌 대로 전반전에 무리하지 않고 후반에 승부를 걸었다. 3쿼터 초반 15-0 런을 만들며 KT를 무너뜨렸다.
모두가 고른 활약을 펼쳤다.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선수가 5명이나 됐다. 송교창이 17점 5리바운드, 허웅이 17점 4스틸, 라건아가 14점 9리바운드 6어시스트, 최준용이 12점 7어시스트, 알리제 드숀 존슨이 14점 9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슈퍼팀'다운 면모였다.
반면 KT는 배스가 29점 10리바운드를 책임졌지만, 동료들의 지원이 부족했다. 허훈이 12점 4어시스트를 보탰으나 역부족이었다. 하윤기가 6점을 추가하는 데 그쳤고, 문정현도 2점에 묶였다. 문성곤은 1득점도 올리지 못했다.
배스가 전반에만 20점을 올렸지만, 홀로 KCC를 무너뜨릴 순 없었다. 후반 들어 체력 문제를 노출하며 9점에 머물렀다. 배스와 허훈은 신경 쓰지 않고 나머지 선수들을 잡겠다는 전창진 감독의 계획이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더 무서운 점은 KCC가 체력을 무리하게 끌어다 만든 승리도 아니라는 점이다. 이날 30분 이상 코트를 누빈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허웅이 29분 22초를 소화했고, 최준용이 28분 22초, 송교창이 28분 8초를 뛰었다. 2쿼터를 통째로 쉰 라건아는 24분 5초만 출전했다.
전창진 감독은 경기 전부터 로테이션을 강조했다. 그는 "원주 DB전에서도 로테이션이 잘 돼서 체력적으로 앞설 수 있었다. PO나 챔프전은 선수들이 평상시보다 더 힘들다"라며 "더 뛰기 때문에 체력이 상당히 중요하다. 로테이션을 얼마나 잘 해주느냐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국가대표 자원들을 적절히 쉬게 하며 남은 시리즈까지 잡을 수 있는 힘을 남겨뒀다.
KCC는 안 그래도 KT보다 사흘 더 쉰 만큼 체력적으로 우위에 있었다. KCC는 4강 PO에서 DB를 3-1로 누르고 올라왔지만, KT는 LG와 5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치렀다. 여기에 KCC가 1차전에서도 체력 안배에 성공하면서 격차가 좁혀지지 않게 됐다.
KT로서는 당장 29일 열리는 2차전에서 꼭 승리하면서 1승 1패 균형을 맞추고 부산 원정을 떠나야만 한다. 송영진 감독은 "분위기를 추스리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정규시즌보다는 120%의 집중력과 활동량으로 한다는 생각으로 해야 하지 않나 싶다"라며 총력전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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