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에 볼거리는 많았다. 허웅(31, 부산 KCC)과 허훈(29, 수원 KT)이 치열한 형제 대결을 펼쳤다.
부산 KCC는 27일 오후 2시 수원 KT소닉붐아레나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수원 KT를 90-73으로 꺾었다. 7전 4선승제 챔프전의 시작을 알리는 완벽한 승리였다.
이로써 KCC는 기선 제압에 성공하며 우승 확률 69.2%를 거머쥐었다. 역대 챔프전을 살펴보면 1차전을 이긴 26팀 중 18팀이 정상에 올랐다.
두 팀 중 누가 우승해도 새로운 역사다. KCC는 프로농구 역사상 최초로 5번 시드 우승에 도전한다. 정규리그 5위를 차지한 팀이 챔프전에 오른 것 자체가 처음 있는 일이다. 만약 KT까지 잡아낸다면 통산 6번째 우승이 된다.
KT는 구단 역사상 첫 챔피언을 꿈꾼다. 현재 KT는 LG, 한국가스공사와 함께 챔프전 우승이 없는 세 팀 중 하나다. 챔프전 진출 자체가 지난 2006-2007시즌 이후 17년 만이다. 그러나 시작부터 안방에서 일격을 맞으며 아쉬움을 삼켰다.
형제 대결에서도 '형' 허웅이 판정승을 거뒀다. 그는 17점 4스틸을 기록하며 송교창과 나란히 팀 내 최다 득점을 올렸다. '동생' 허훈도 12점 4어시스트로 분전했지만, 패배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승패는 갈렸으나 두 선수 다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프로농구 최초의 챔피언결정전 형제 대결이라는 타이틀에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양 팀 팬들은 물론이고 아버지 허재 전 감독과 어머니 앞에서 명불허전 실력을 자랑하며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허웅과 허훈이 직접 맞부딪치는 장면도 연출됐다. 허웅은 3쿼터 후반 동생의 공을 스틸한 뒤 속공 득점을 올리며 KT의 추격에 찬물을 끼얹었다. 자유투까지 얻어낸 그는 크게 포효하며 3점 플레이까지 완성했고, 허훈은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3609명으로 가득 찬 경기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형제 대결이 아니라 팀의 승리다. 경기 후 허웅은 동생을 적으로 상대하는 기분이 어땠는지 묻자 "솔직히 시합을 뛰면 그런 생각이 아예 안 든다. 이겨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아직 경기 끝나고 따로 이야기 나눈 건 없다"라고 힘줘 말했다.
허웅은 9년 전 아픔을 씻겠다는 각오다. 당시 그는 챔프전에서 원주 DB를 만나 0-4로 패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이번에는 1차전을 승리로 장식한 허웅은 "(4-0 승리는) 생각하지 않는다.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다 보면 그런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상대도 어려운 팀들을 이기고 올라왔다. 쉽지 않다. KT도 LG에 1차전을 지고 올라왔다. 방심하지 않고 끝까지 해야 한다"라며 두 번 아픔은 없다고 다짐했다.
남은 경기들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9년 전 준우승의 아픔을 씻어내려는 허웅과 생애 첫 챔프전을 치르는 허훈. 두 형제는 앞으로 더 뜨겁게 맞붙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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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KBL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