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 인도네시아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신태용 신드롬이 인도네시아를 강타하고 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U-23 축구대표팀은 26일 새벽(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인도네시아에게 무릎을 꿇었다.
한국은 3골을 넣었던 에이스 이영준이 후반 25분 어처구니없는 반칙으로 퇴장을 당해 한 명이 부족한 불리한 상황에서 싸웠다. 결국 한국은 연장전까지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10-11로 패해 탈락했다.
이번 대회 3위까지는 파리올림픽에 직행한다. 한국은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이어졌던 세계최초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 무산됐다. 올림픽 무대에 한국 축구가 없는 건 지난 1984년 로스엔젤레스 올림픽 이후 40년 만이다.
인도네시아는 지금 ‘신태용 신드롬’이 강타했다. 한국을 꺾기 불과 하루 전 신태용 감독은 인도네시아축구협회와 2027년까지 대표팀 감독직을 연장했다. 인도네시아 토히르 축구협회장이 직접 도하까지 날아와 한식당에서 계약서에 도장을 받았다. 그만큼 인도네시아가 신 감독을 높이 평가하고 꼭 잡고 싶었다는 의미다.
이제 4강에 안착한 인도네시아는 진지하게 올림픽 진출까지 노리고 있다. 설령 인니가 최종 4위를 해도 아프리카 4위팀 기니와 플레이오프를 치러 이기면 파리에 갈 마지막 기회가 있다.
인도네시아 언론도 난리가 났다. 마치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을 4강 신화로 이끈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는 분위기다. 인도네시아 언론 ‘VOI’는 “신태용 감독이 인도네시아를 준결승으로 이끌었다. 고국 한국의 대표팀을 이긴 신 감독은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복잡한 감정이었다. 하지만 그는 인도네시아에 책임감을 느꼈다”면서 크게 다뤘다.
신태용 감독은 “솔직히 행복하지만 한편으로 조금 슬프다. 난 현재 인도네시아 대표팀을 맡고 있다. 난 최선을 다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신태용 감독의 발언 한마디 한마디가 화제가 되고 있다. 히딩크 감독이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16강을 이룬 뒤 “난 아직 배고프다”고 말한 것처럼 신태용 어록도 생겼다.
한국전을 앞둔 신태용 감독은 “아직 내 목표를 50% 밖에 이루지 못했다”고 발언했다. 신 감독의 자신감 넘치는 발언이 한국을 이기면서 현실이 되자 인도네시아는 열광하고 있다. 신 감독이 마치 종교의 교주처럼 떠받들여지고 있는 분위기다.
‘VOI’는 “인도네시아 축구팀의 승리에 전 국민이 열광하고 있다. 승부차기에서 한국이 실축하고 인도네시아의 마지막 키커 아란이 골을 넣자 전 국민이 열광하고 하나가 됐다”고 묘사했다.
이제 인도네시아는 우즈베키스탄 대 사우디아라비아의 승자와 4강에서 격돌한다. 반면 8강에서 패한 2002년 한일월드컵 첫 골의 주인공 황선홍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27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쓸쓸히 귀국한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