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4'가 개봉하자마자 압도적인 티켓파워로 극장가를 휩쓸고 있다. '역대급 빌런' 김무열을 앞세운 시리즈 주인공이자 제작자 마동석의 영리한 선택들이 네 번째 이어진 시리즈의 명맥을 성공적으로 이어가는 중이다.
영화 '범죄도시4'(감독 허명행)가 지난 24일 전국 극장가에서 개봉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범죄도시4'는 83만 4455장, 무려 95.5%라는 사전예매율을 기록했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물론 한국 영화를 통틀어 개봉 당일 사전예매율로는 가장 높은 수치다.
'범죄도시'는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 분)를 중심으로 동료 경찰들이 나서서 각종 범죄를 소탕하는 이야기를 그린 시리즈 영화다. 지난 2017년 첫 작품이 688만 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포문을 열었고, 2022년 '범죄도시2'가 1269만 여 명, 지난해에는 '범죄도시3'가 1068만 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쌍천만 영화'에 등극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시기는 물론 극장가 불황고 극복한 '범죄도시' 시리즈의 압도적인 흥행이 영화계 찬사를 자아냈던 바. '범죄도시4' 또한 개봉 이틀 만인 25일 오전 9시 30분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티켓파워를 이어가고 있다. 더욱이 이는 올해 개봉작 중 가장 빠른 속도의 100만 관객 돌파이기에 '범죄도시4'의 최종 흥행 스코어를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범죄도시' 시리즈가 매 시즌 기대를 저버리지 않던 재미를 선사해 왔던 바. 시리즈 신작의 개봉 초기 흥행은 기대감이 크게 반영된 영향이 크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쌍천만을 넘어 삼천만'에 대한 작품의 흥행 대기록에 대한 목소리도 높았던 상황. 이는 '범죄도시 4'의 영리한 선택에 기인하고 있다.
'범죄도시 4'는 전 시리즈들보다 한층 더 강력한 빌런 구도를 자랑한다. 특수부대 출신의 용병 백창기(김무열 분)와 IT 업계 CEO임에도 천재적인 두뇌를 범죄에 악용하는 장동철(이동휘 분)이 그 주인공. 이들은 동맹과 견제, 육체와 두뇌를 오가며 손발을 맞춰 괴물형사 마석도의 수사에 대항한다.
그중에서도 백창기는 '범죄도시' 시리즈 사상 가장 강력한 육체적 능력을 가진 악역이다. 시리즈 첫 메인 빌런이었던 장첸(윤계상 분)이 수족들을 부리며 카리스마를, '범죄도시 2'의 강해상(손석구 분)이 폭발적인 분노로, '범죄도시 3'의 주성철(이준혁 분)은 경찰 내부에 있는 범죄자로 교묘한 계략을 보여줬던 터. 백창기는 군인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았던 특수부대 용병 출신의 범죄자로 역대 빌런들 중 가장 육체적으로 다부진 훈련을 경험한 인물로 등장한다.
이에 백창기의 액션은 시리즈 빌런 중 가장 효율적이고 간결하다. 검술을 바탕으로 빠르게 상대방에게 치명상을 입혀 제압하고 사람을 상대로 한 '칼질'에 전혀 거리낌이 없는 것. 무엇보다 그는 조직폭력배는 물론, 동업자였다가 배신한 장동철을 상대로도, 우연히 자신의 범행을 목격한 민간인에게도, 자신을 잡으러 온 경찰에게도 거리낄 것 없이 칼을 휘두른다.
'사람'을 향한 '칼질'에 어떤 의미 없이 오로지 '제거'라는 목적만 앞에 둔 기계처럼 단검을 휘두르는 백창기의 쾌검은 유독 잔혹하다. 백창기가 필리핀에서 경쟁 온라인 도박업체를 빠르게 제거한 뒤 소매로 얼굴에 흐른 땀을 닦는 모습은 마치 여느 농부나 도축업자가 노동을 마친 뒤 땀을 닦는 모습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 결과 백창기는 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마석도에게 유의미한 상처를 입혔다. 무려 마석도가 경찰로서 스스로에게 걸어둔 제한선을 풀고 가죽장갑까지 낀 채 풀파워, 풀스윙의 주먹을 휘둘렀음에도 불구하고. 마석도는 백창기의 손에 주먹을 찔리고, 자상을 입으며 고통에 얼굴을 일그러트리기도 한다.
심지어 백창기는 말수조차 적다. 대사 몇 마디 없이 표정과 상황, 이에 대응하는 액션 만으로 백창기라는 인물의 정체성이 조성된다. 말보다 주먹, 주먹보다도 칼이 앞서는 '인간 백정'. 군인으로 배운 단검술을 적으로부터 민간인을 지키는 게 아닌 경쟁자를 죽여 없애는 데에 더욱 잘 쓰는 인물.
이러한 백창기의 강력함과 그마저도 이겨내는 마석도의 모습은 '괴물형사' 마석도의 또 다른 성장, '범죄도시' 시리즈의 변화를 보여주는 듯하다. 천하의 '원펀맨' 마석도에게도 조금씩 상처는 누적되는 인간적인 면모가 있다고 말해주는 것처럼. 물론 마석도는 그로 얻은 상처 역시 뗄 수 없는 훈장처럼 몸에 달고 이겨내겠지만 말이다.
영화에 출연하고 직접 제작까지 하는 마동석은 '범죄도시' 시리즈에 대해 총 8편으로 구상 중이며, 1~4까지가 1부, 5~8까지가 2부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고려하면 '범죄도시 4'에서 마석도가 처음으로 상처 입는 적수를 만나 일그러트린 표정을 지었던 장면은 유독 인상적이다.
보다 강력하고 전문적인 범죄자들을 상대하기 위해 우리의 서민 '원펀맨'도 또 다른 성장과 변화를 겪어야 한다고 암시를 거는 것만 같다. 마치 '배트맨과 로빈'처럼 마석도와 그 옆을 지킬 또 다른 사이드킥의 존재를 기대하게 만들기도 한다. 어떤 식으로든 '범죄도시' 시리즈의 변화는 예정된 대목이다. 기존에 잘하던 유쾌한 재미와 통쾌한 응징은 지켜내고 액션의 결은 바꾸며 변화의 여지는 심었다. 국내 유일의 이 시리즈를 두고 익숙하지만 뻔하다는 반응들에 제작자 '돈 리(Don Lee)'가 내놓은 영리한 대답, '범죄도시 4'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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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화 포스터 및 스틸 컷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