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라고 만들어놓은 곳인데, 맘 놓고 쉴 수가 없다. 뮤지컬 대기실 이야기다.
지난 9일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에 출연 중인 배우 김환희는 공연을 위해 광림아트센터 6층에 위치한 대기실에서 대기하던 중 소분장실 내부에 있는 몰래카메라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김환희 소속사는 “뮤지컬 극장 분장실은 단순한 대기 공간이 아니다. 공연이 올라갈 때까지 대기해 무대의상을 갈아있고, 공연 후 샤워도 하는 공간”이라며 “이런 공간에 불법 촬영 카메라를 설치한 것은 명백한 범죄 행위”라고 분노했다.
해당 사실이 알려진 뒤 제작사 엠피앤컴퍼니도 “최근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의 배우 분장실에서 불법 촬영 카메라가 발견되는 일이 있었다. 해당 사건은 현재 조사 중에 있다"며 "결코 일어나서는 안될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하여 당사 역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더 노력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가운데 분장실에 불법 촬영 카메라를 설치한 범인이 그룹 B1A4 산들의 매니저인 것으로 알려졌다. 겉으로 평범해 보이지만 내면에 상처를 지닌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넥스트 투 노멀’에서 김환희는 딸 나탈리 역으로, 산들은 아들 게이브 역으로 출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산들 소속사 WM엔터테인먼트 측은 공식입장을 내고 “먼저, 이번 일로 인해 상처받으셨을 배우분과 소속사 측에 깊은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사과를 전했다.
이어 “이번 사안에 대해 당사는 그 심각함을 통감하고 있으며, 배우 분의 안정을 위해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그리고 공연에 힘쓰고 계신 모든 배우 분들 및 관계자분들, 팬 분들께도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며 "당사는 사실 인지 후 그 즉시 해당 현장매니저를 아티스트동행 업무에서 배제하고 해고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해 슈퍼주니어 멤버 규현이 뮤지컬 ‘벤허’ 분장실에 난입한 30대 여성의 흉기에 손을 다친 사건이 재조명되기도 했다.
당시 30대 여성은 뮤지컬 배우 박은태를 노리고 분장실에 난입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상함을 감지한 박은태가 해당 인물을 제압하고 대기실에 함께 있던 서경수, 규현이 도와주며 위기를 넘겼다고. 이 상황에서 규현이 손가락에 부상을 입고 치료를 받았다.
이 사건으로 인해 박은태는 정신적 트라우마로 안정을 취해야 했으며, 서울 강서경찰서는 특수협박 혐의로 해당 여성을 현행범 체포했다. 또한 해당 여성은 뮤지컬 공연을 본 뒤 옷 안에 흉기를 숨겨 분장실로 침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배우들이 작품을 위해 준비하고, 휴식하고, 무대에 오르기 전 대기하는 장소인 분장실이 공포의 공간이 되어 버렸다. 쉬라고 만들어 놓은 공간에서 제대로 쉴 수 없는 일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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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DB, 블루스테이지,EMK뮤지컬컴퍼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