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생제르맹(PSG)이 승리하는 그림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강인(23, PSG)이 모두가 꿈꾸는 '별들의 전쟁' 결승 무대를 누빌 수 있을까.
PSG는 17일 오전 4시(이하 한국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에스타디 올림픽 루이스 콤파니스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8강 2차전에서 4-1로 승리했다.
이로써 PSG는 지난 1차전 2-3 패배를 딛고 합계 점수 6-4로 준결승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2020-2021시즌 이후 3년 만의 4강 무대다.
반면 바르셀로나는 홈에서 무너지면서 사비 에르난데스 감독과 마지막 UCL 무대에서 고개를 떨궜다. 특히 3년 전과 마찬가지로 PSG를 상대로 홈에서 1-4로 무릎 꿇으며 아픈 기억을 추가했다.
PSG는 선제골을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전반 12분 라민 야말이 단독 드리블로 박스 오른쪽을 완벽히 돌파한 뒤 정확한 크로스를 올렸다. 이를 하피냐가 달려들며 마무리했다. 바르셀로나가 1, 2차전 합계 점수 4-2로 앞서 나갔다.
최소 두 골이 필요해진 PSG. 전반 29분 바르셀로나 수비수 로날드 아라우호의 퇴장으로 주도권을 쥐었다. 브래들리 바르콜라가 속도를 살려 수비 뒷공간으로 침투하며 일대일 기회를 맞을 뻔했다. 아라우호가 이를 막으려다가 뒤에서 밀어 넘어뜨렸고, 곧바로 레드카드를 받았다.
PSG는 수적 우위를 앞세워 거세게 몰아쳤다. 전반 40분 바르콜라가 올린 크로스를 우스만 뎀벨레가 논스톱 슈팅으로 마무리했고, 후반 9분 비티냐가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골문 구석을 꿰뚫었다. 1, 2차전 합계 스코어 4-4로 균형을 맞추는 골이었다.
PSG가 기어코 경기를 뒤집었다. 후반 14분 뎀벨레가 박스 우측에서 걸려 넘어지면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키커로 나선 킬리안 음바페가 강력한 슈팅으로 골망을 가르며 PSG에 리드를 안겼다.
결국 최후의 승자는 PSG였다. 후반 44분 바르셀로나 수비가 클리어링 실수를 저질렀다. 음바페가 이를 놓치지 않고 득점하며 멀티골을 뽑아냈다. PSG는 남은 시간을 잘 지켜내며 4강 진출의 주인공이 됐다.
이강인도 교체 출전해 승리에 힘을 보탰다. 그는 후반 32분 파비안 루이스 대신 투입돼 왼쪽 미드필더 역할을 맡았다. 존재감을 뽐낼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다. 이강인은 기회 창출 1회, 패스 성공률 100%(13/13), 지상 볼 경합 승률 100%(2/2)를 기록했다.
생애 처음으로 UCL 준결승 무대를 밟은 이강인은 행복한 감정을 마음껏 표출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 계정을 통해 동료들과 기뻐하는 사진을 공유하며 "준결승 진출과 함께하는 멋진 저녁이다. 응원해 주신 팬분들께 감사드린다"라는 짧은 소감을 남겼다.
한국인 선수가 UCL 4강에 오른 건 지난 2018-2019시즌 손흥민(토트넘) 이후 처음이다. 당시 손흥민은 맹활약을 펼치며 토트넘의 기적 같은 결승 진출을 이끌었지만, 결승에서 리버풀에 패하며 눈앞에서 트로피를 놓쳤다.
또한 이강인은 박지성, 이영표, 손흥민의 계보를 이으며 UCL 준결승에 진출한 4번째 한국인 선수에 이름을 올렸다. 이영표는 2004-2005시즌 에인트호번에서 박지성과 함께 4강 무대를 누볐다. 박지성은 이후로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꾸준히 준결승에 올랐다.
이제 이강인은 박지성과 손흥민에 이어 UCL 결승전을 누비는 3번째 한국 선수 기록에 도전한다. UCL 결승은 손흥민도 단 한 번밖에 밟아보지 못한 꿈의 무대다.
PSG는 준결승에서 도르트문트와 결승 티켓을 놓고 다툰다. 도르트문트도 8강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상대로 역전승을 거두며 11년 만에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양 팀은 당장 2주 뒤 도르트문트 홈에서 1차전을 치른 뒤 PSG 홈으로 자리를 옮겨 2차전을 소화한다.
PSG가 자신감을 가질 만한 대진이다. PSG는 이미 올 시즌 UCL 조별리그에서 도르트문트를 두 차례 상대해 1승 1무를 거뒀다. 홈에서 2-0으로 승리했고, 원정에서 1-1로 비겼다. 이번 맞대결에서도 승리할 가능성이 충분한 이유다.
'토트넘 레전드' 글렌 호들은 PSG의 승리를 확신했다. 그는 대진을 보자마자 "도르트문트 경기를 보니 PSG가 승리하는 그림밖에 보이지 않는다. 세계 최고의 선수가 PSG를 위해 뛰고 있다"라며 곧바로 PSG의 낙승을 점쳤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과 음바페도 결승 진출을 다짐했다. 엔리케 감독은 "바르콜라, 음바페, 뎀벨레가 훌륭했다. 그들은 우리가 원하는 곳에서 경기할 수 있도록 해줬다. 난 1차전을 심층 분석했고, 우리가 질 팀이 아니라고 더욱 확신했다"라며 "이제 우리는 결승전에 대비하고, 결승전에 오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음바페 역시 "PSG의 UCL 우승이라는 꿈을 갖고 있다. 첫 날부터 PSG에 있는 게 자랑스러웠다. 이 클럽에서 뛴다는 자부심, 조국 수도의 클럽을 대표한다는 자부심은 파리에서 자란 내게 특별한 것"이라며 "파리 사람으로서 이런 저녁을 경험하다니 대단하다. 웸블리(결승전)까지는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하기 때문에 침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음바페는 "우리는 훌륭한 팀을 이겼다. 비록 우리가 졌다고 해도 난 파리 시민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러워 했을 것이다. 이제 이런 저녁을 보낸 뒤에는 자부심이 더욱 커졌다는 게 확실하다"라며 "우리는 매우 행복하다. 이기고 싶었던 팀을 이겼고, 이젠 결승전에 더 가까워지고 싶다. 응원해 주러 온 팬분들과 고향에 있는 분들을 위한 일이다. 자랑스러운 밤"이라고 미소 지었다.
한편 슈퍼컴퓨터도 PSG의 손을 들어줬다. '축구 통계 매체' 옵타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 PSG가 결승에 올라갈 확률은 58.94%에 달한다. 도르트문트(41.06%)보다 18% 가까이 높다. PSG가 6대4 정도로 유리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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