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기생수: 더 그레이' 주연 배우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전소니와 구교환은 웃었지만, 이정현은 난데없는 연기 논란으로 울상을 지어야 했다.
당초 '기생수'를 거절하려 했던 이정현은 "(노산 등) 임신 때문에 연상호 감독님께 함께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근데 임신과 출산에 맞춰서 촬영을 미뤄주셨다. 감독님께 정말 감사하다"며 깊은 신뢰감을 드러냈다.
이정현은 극 중 기생수 전담반 '더 그레이' 팀의 팀장이자 기생생물에게 남편을 잃고 오직 기생수 전멸을 위해 살아가는 준경 역을 맡았다. 첫째 딸 출산 3개월 만에 '기생수'에 합류해 고난도 총기 액션을 소화했다. 몸집 만한 장총을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녔고, 작품을 위해 근육을 키우는 등 몸까지 만들었다.
이에 대해 "출산하고 3개월 뒤 촬영을 했는데, 내가 든 장총이 너무 무거웠다. 5킬로 이상이라서 몸을 만들었다"며 "팔 근육이 없어서 3킬로짜리 아령을 항상 주위에 두고 액션 하기 전에 아령을 들었다. 그러니까 총을 들기가 훨씬 가볍더라. 그런 식으로 노력했다. 무술 팀과 미리 만나서 체력을 단련했다. 액션은 간결해야 멋있어서 무술 팀과 연습을 많이 했다"라고 밝혔다.
이정현을 비롯해 배우들의 노력이 통한 것인지, '기생수: 더 그레이'는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시리즈 (비영어) 부문 1위에 올랐다.
넷플릭스 TOP 10 공식 웹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5일 공개 이후 3일 만에 6,300,000 시청 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며 글로벌 TOP 10 시리즈 (비영어) 부문 1위에 등극했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TOP 10 1위를 비롯해 아르헨티나, 프랑스, 독일, 일본, 인도, 뉴질랜드를 포함한 총 68개 국가에서 TOP 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높은 인기를 증명했다.
그러나 이정현 만은 활짝 웃을 수 없었다. 연기 잘하는 배우로 정평 난 그에게 연기력 논란이라니,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정말 연기력이 부족해서 불거졌을까?
이정현은 1996년 영화 데뷔작 '꽃잎'에서 민주화운동의 여파로 미친 소녀를 열연해 '연기 천재' 수식어가 붙었고, 거장 박찬욱이 "천부적인 배우"라고 극찬한 주인공이다. 이미 데뷔작에서 청룡상과 대종 신인상을 싹쓸이했고, '제36회 청룡영화상'에서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로 여우주연상도 거머쥐었다.
'기생수'를 둘러싼 일부 시청자들이 느낀 '연기력 논란'은 준경의 대사 톤과 표정이 오버스럽고, 마치 연극을 보는 것 같다는 평을 내놨다. 한 마디로 감정 과잉이라는 것. 남편을 잃고 절규하는 준경의 광기는 표현됐으나, 다른 배우들과의 조화로움에선 이질감이 느껴졌다는 평이다.
이와 관련해 연상호 감독은 "준경은 엄청난 고통을 안고 있는데, 그 고통을 '가짜 광기'라는 가면으로 감추고 있는 인물이라 생각했다"며 "그 가면을 수인과 하이디와 여러 일을 겪으면서, 그 가면을 벗어내는 인물이다. 그런 부분을 생각했을 때, 이정현 배우가 보여줬던 여러 가지 모습들이 있지 않나. 가수 시절에 보여주었던 광기랄까. 그런 게 잘 맞아떨어졌다"라고 말했다.
이어 "(준경 캐릭터가) 진짜 같은 느낌이 아니길 바랐다. 그녀의 모든 모습은 가면이기 때문"이라며 "진짜 준경의 모습은 남편 기생생물이 죽었을 때나, 과거 플래시백 후, 잠에서 깨어났을 때 뿐이고, 그 외의 모습은 가면이다. 그런 것을 생각했을 때, 이정현 배우가 잘 표현해 줬다고 생각한다"며 감독으로서 만족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준경의 대사 톤과 방향성 등이 전체적인 분위기와 맞지 않았다고 느꼈다. 각 캐릭터의 개성과 특별함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느 하나 튀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역할은 전적으로 감독의 몫이다. 이번 연기력 논란은 연상호 감독의 '판단 미스'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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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