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할 때 미신을 믿는 편이다. 이마를 열면 복이 들어온다고 하길래 앞머리를 열었다.”
1만 2000석이 빈틈 없이 꽉 들어찬 KSPO돔에서 세트를 거듭할 수록 ‘쵸비’ 정지훈의 앞이마가 더 넓어졌다. ‘쵸비’ 정지훈은 유쾌한 웃음과 함께 그 이유를 설명하면서 LCK 사상 첫 ‘포핏’ 달성의 소회를 전했다.
젠지는 지난 14일 오후 서울 송파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2024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T1과 결승전에서 ‘실버스크랩스’ 울리는 역전에 역전을 거듭한 명승부 끝에 짜릿한 3-2 승리를 거뒀다. MVP는 선수 데뷔 이후 무관의 설움을 푼 ‘기인’ 김기인이 결승전 MVP에 선정됐다.
젠지는 2022년 서머부터 2023년 스프링과 서머, 2024년 스프링 시즌까지 무려 4시즌을 연달아 우승하면서 LCK 역사가 시작된 최초로 4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경기 후 취재진을 만난 ‘쵸비’ 정지훈은 “풀세트 승부에서 이겨서 너무 좋다. 상대가 너무 잘해서 쉽지 않은 꽉찬 승리라고 생각해 더 기쁘다. MSI 같은 경우 앞서 감독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메타 파악을 잘하고 경기 준비를 잘해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우승 소감과 함께 오는 5월 MSI에 나서는 각오까지 밝혔다.
정지훈은 이날 결승전에서 상대 미드인 ‘페이커’ 이상혁과 번갈아 미드에서 ‘슈퍼 플레이’로 시종일관 결승전을 더 뜨겁게 만들었던 장본인이었다. 벼랑 끝 상황이었던 4세트 아우렐리온 솔이나 5세트 코르키 모두 감탄사를 멈추지 않을 정도 캐리로 젠지를 응원하는 팬 들의 뜨거운 함성을 이끌어냈다.
5세트 코르키에 슈퍼 발키리로 ‘구마유시’의 루시안을 정확하게 물면서 ‘실버 스크랩스’가 울린 기나긴 명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정지훈은 당시 상황을 회상하면서 우승 후 무관을 탈피한 기쁨에 눈물을 흘린 ‘기인’ 김기인를 바라보며 애정이 넘치는 말로 인터뷰 장 분위기를 흥겹게 만들었다.
정지훈은 “루시안만 잡으면 한 타를 이기고 경기를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해 시도했다. 기인 선수의 눈물은 우리가 1세트를 이기고 쉽게 갔으면 3-0으로 이겨서 울리지 않았을 것 같다. 풀세트 접전으로 가서 우리가 울렸다고 해도 되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기인 선수를 울리는 남자들’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기세 좋게 시작한 경기였지만 1-2로 몰리던 힘든 순간에 대해 묻자 그는 “경기가 아무리 힘들어도 이길 방법이 있다고 생각을 한다. 솔직히 이길 각이 없는 조합은 아무 각이 보이지 않는다. 이겼던 경기들은 ‘뭘 해야 이기는지’ ‘어디에 목표를 두고 플레이 해야 하는지 잡힌다’ 이걸 잊지 않아서 이겼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지훈은 “함께 고생한 선수들과 감독님, 코치님에게 긴 일정동안 힘들었을텐데, 너무 잘해줘서 고생했다는 말을 하고 싶다”는 감사 인사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