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승자는 토마스 투헬(51) 감독이다. 바이에른 뮌헨이 아무리 분노해도 그는 퇴직금 1000만 유로(약 146억 원)를 받고 떠나면 그만이다.
투헬 감독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바이에른 뮌헨과 이별한다. 원래 계약 기간은 2025년 6월까지로 1년이 더 남아있었다. 하지만 계속되는 부진 및 선수단과 불화설 끝에 양측은 예정보다 일찍 동행을 마치기로 합의했다.
쉽게 볼 수 있는 선택은 아니다. 보통 구단에서 감독과 조기 작별할 정도로 불만을 품으면 즉시 경질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바이에른 뮌헨은 떠날 날짜가 정해진 투헬 감독과 시한부 동행을 이어가기로 택했다.
그 이유는 소방수 문제였다. '푸스발 트랜스퍼스'는 "바이에른 뮌헨이 선호하는 차기 감독 후보인 율리안 나겔스만 독일대표팀 감독과 로베르토 데 제르비 브라이튼 감독은 여름에만 데려올 수 있다. 즉 투헬 감독을 내보내려면 소방수가 필요했다. 소방수를 구하더라도 다음 시즌에도 동행을 이어가긴 어려웠다"라고 설명했다.
금전적 고민도 있었다. 매체는 "또한 만약 감독 교체가 성공하지 못한 채 흐지부지된다면, 엄청난 금액이 발생하는 골칫거리가 될 것이다. 까다로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바이에른 뮌헨의 애매한 결정은 악수였다. 바이에른 뮌헨은 라치오를 꺾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8강에 진출한 뒤 리그 2연승을 달리며 반등하는가 싶었다. 이 과정에서 투헬 감독은 에릭 다이어-마테이스 더 리흐트에게 신뢰를 보냈고, 김민재는 4경기 연속 벤치에 앉아야 했다.
그러나 기대는 금방 산산조각났다. 바이에른 뮌헨은 지난달 31일 도르트문트와 '데어 클라시커'에서 0-2로 완패하며 선두 레버쿠젠(승점 73)과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무려 10년 만의 안방에서 도르트문트 상대 패배. 팬들은 종료 휘슬이 불리기도 전에 우르르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그 결과 바이에른 뮌헨은 승점 60점에 머무르면서 13점 차로 뒤지게 됐다.
분데스리가 12연패 도전은 사실상 좌절된 셈. 레버쿠젠이 40경기 무패를 달리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남은 7경기에서 13점을 따라잡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오히려 3위 슈투트가르트(승점 57)와 4위 도르트문트(승점 53)의 추격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해리 케인과 김민재를 영입하며 장밋빛 미래를 그렸던 바이에른 뮌헨으로선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특히 케인은 리그 27경기에서 31골을 몰아치고도 무관 탈출이 어려워졌다. 카를하인츠 루메니게의 일침대로 리그 최하위를 맴도는 마인츠와 다름슈타트를 이겼다고 기뻐할 때가 아니었다.
여기에 투헬 감독은 충격 발언으로 불난 민심에 기름을 끼얹었다. 그는 도르트문트전을 마친 뒤 "이제 우승 경쟁은 끝났다. 더 이상 우리에게 희망은 없다"라면서 "이번 경기 후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13점 차이? 레버쿠젠에 축하 인사를 보낸다"라고 말하며 폭주했다.
물론 역전 우승 가능성이 희박한 건 맞다. 하지만 사령탑이 공식적으로 내놓을 말은 절대 아니었다. 그가 지휘하고 있는 팀이 바이에른 뮌헨 감독이라면 더더욱말이다.
당연히 바이에른 뮌헨 보드진은 분노했다. 독일 '스포르트 빌트'는 "투헬 감독을 둘러싸고 또 다시 짜증이 발생했다. 그는 공개적으로 레버쿠젠의 우승을 축하하면서 다시 한번 구단 보드진을 화나게 했다"라고 전했다.
또한 매체는 "바이에른 뮌헨은 만성적으로 '나쁜 패배자'라는 사실이 DNA에 박혀 있다. 투헬 감독이 상대를 위해 레드카펫을 펼쳐주는 것은 독일의 기록적인 챔피언의 아이덴티티와 반대된다"라며 "그가 모든 카메라 앞에서 레버쿠젠을 추가한 방식은 10년 만에 홈에서 라이벌 팀에 패한 많은 구단 관계자들을 다시 한번 화나게 했다"라고 설명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언제나 '챔피언 타이틀'이 익숙한 팀이다. 그런 만큼 패자가 되더라도 순순히 적에게 박수를 보내주는 게 아니라 2위라는 사실에 분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베테랑 토마스 뮐러는 투헬 감독과 달리 포기를 선언하지 않았다. 그는 우승 경쟁에 대해 "때가 되면 레버쿠젠에 축하를 보내겠다"라며 누구보다 낙심했을 팬들을 위해 말을 아꼈다.
스포르트 빌트는 "투헬 감독이 구단 보드진을 짜증나게 한다는 사실은 새로운 게 아니다. 지난 1월 안방에서 베르더 브레멘에 패한 후에도 보드진은 율리안 나겔스만 전 감독을 떠올렸다"라며 "과거 나겔스만 감독은 구단 내부적으로 무력감을 호소했지만, 투헬 감독은 공개적으로 이를 인정했다. 구단 측은 이에 큰 충격을 받았다"라고 강조했다.
투헬 감독은 이미 바이에른 뮌헨에서 없는 사람 취급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푸스발 트랜스퍼스는 "투헬 감독과 바이에른 뮌헨은 완전히 분열됐다"라며 "그는 팀을 떠날 감독이다. 이는 오랫동안 팀과 관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도르트문트와 졸전 이후 그를 즉각 경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커졌다. 찬반이 팽팽하다. 양측은 분명히 실제로는 여름으로 계획된 결별을 사실상 완료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매체는 "투헬 감독과 바이에른 뮌헨 사이의 관계는 사실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팀에서 '이물질'이 된 것 같다. 레버쿠젠의 우승을 조기에 축하하는 그의 발언도 구단 수뇌부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현재 상황은 즉각 해임을 요구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물론 투헬 감독으로서는 크게 상관이 없다. 어차피 떠날 사람이기에 구단 보드진이 분노해도 팬들의 원성이 빗발쳐도 걱정될 리 없다. 지금 당장 경질된다고 해도 위약금을 받을 수 있다.
투헬 감독은 오는 여름 퇴직금까지 두둑히 챙길 예정이다. 빌트에 따르면 그 액수는 총 1000만 유로에 달한다. 게다가 경질이 아니라 상호 합의에 따른 계약 해지이기 때문에 6월부터는 바이에른 뮌헨과 별도의 협상도 필요없이 곧바로 다른 팀에 부임할 수 있다. 이미 투헬 감독으로서는 아쉬울 게 없다.
바이에른 뮌헨만 망가지고 있다. 졸지에 벤치 신세가 된 김민재는 '트랜스퍼마크트' 기준 몸값이 500만 유로(약 73억 원) 하락했고, 여러 이적설에 휩싸이고 있다. 김민재뿐만 아니라 리로이 사네, 알폰소 데이비스, 다요 우파메카노, 레온 고레츠카, 요주아 키미히도 마찬가지다. 출전 시간 부족으로 팀을 떠나려던 마티스 텔이 마음을 바꿔 재계약을 맺은 게 유일한 위안이다.
부주장 키미히도 갈등을 겪은 끝에 약 9년 만에 이적을 생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맨체스터 시티를 비롯한 몇몇 구단과 이야기를 나눴다는 소식이다. 투헬 감독이 남긴 충격파가 과연 어디까지 번져나갈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투헬 감독 본인과는 그다지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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